이의리, 선발에서 안 되던 공이 9회엔 왜 통할까

2026년 8월 24일 · 한국

이의리는 올 시즌을 KIA 타이거즈 선발투수로 시작했습니다.

전반기 10경기에서 1승 6패, 평균자책점 9.42에 그쳤습니다.

그런데 같은 선수가 지금은 9회에 올라와 여섯 경기 연속 점수를 주지 않고 있습니다. 두 달 사이에 무엇이 달라진 걸까요.

3줄 요약
1. 이의리는 8월 11일부터 KIA 마무리를 맡았습니다
2. 선발 평균자책점 9.42, 마무리 6경기 무실점입니다
3. 볼 것은 구속이 아니라 사사구 개수입니다

6경기에서 내준 안타는 1개

시작은 8월 11일 광주 삼성 라이온즈전이었습니다. 마무리로 처음 마운드에 오른 이의리는 1이닝을 막고 2021년 데뷔 이후 첫 세이브를 기록했습니다. 이후 19일 대전 한화 이글스전까지 6경기 동안 5와 3분의 2이닝을 던지며 내준 안타는 1개, 사사구는 하나도 없었습니다. 삼진은 6개, 실점은 없었고 이 기간 세이브 4개를 챙겼습니다. 그가 등판한 여섯 경기를 KIA는 모두 이겼습니다. 19일 한화전에서는 3점 차로 앞선 9회말 무사 1·3루에 올라와 직구 4개로 경기를 끝냈습니다.

이 대목에서 눈여겨볼 숫자는 세이브가 아니라 사사구 0입니다. 전반기 선발로 나선 10경기에서 그는 35와 3분의 1이닝을 던지는 동안 볼넷과 몸에 맞는 공을 합쳐 34개를 내줬습니다. 두 달 전 같은 선수의 기록입니다.

3위와 4위 사이

지금 프로야구 3위 자리는 KIA와 LG, 두산이 좁혀 붙어 있습니다. 4위와 5위는 가을야구를 와일드카드 결정전부터 시작해야 하지만, 3위는 준플레이오프부터 나섭니다. 한 계단 차이로 치러야 할 경기 수가 달라지는 셈입니다. 시즌 내내 마무리 자리가 불안하다는 말을 듣던 팀이 8월 들어 뒷문을 잠갔고, 김도영이 넘기고 이의리가 막는 흐름이 최근 연승의 뼈대가 됐습니다.

신인왕에서 평균자책점 9.42까지

이의리는 광주일고 시절부터 시속 150㎞대 강속구로 이름을 알렸습니다. 2021년 KIA의 1차지명을 받아 계약금 3억 원에 입단했고, 그해 곧바로 신인왕에 올랐습니다. 2022년 10승, 2023년 11승을 거두며 팀의 차세대 선발 에이스로 자리 잡는 듯했습니다.

흐름이 끊긴 건 2024년 6월 팔꿈치 인대 재건 수술입니다. 지금으로부터 약 2년 전입니다. 지난해 복귀한 뒤에도 10경기에서 1승 4패, 평균자책점 7.94로 자기 공을 찾지 못했습니다. 올 시즌 전반기도 다르지 않았습니다. 선발로 나선 10경기에서 6이닝을 채운 경기가 한 번도 없었습니다.

지바에서 알게 된 것

중앙일보 보도에 따르면 심재학 단장은 전반기까지 이의리가 "좌절 직전"이었다고 말했습니다. 체력도 멘털도 온전치 못했다는 뜻입니다. 구단은 지난 6월 그를 일본 지바현의 스포츠과학 훈련시설로 3주간 보냈습니다. 의료진과 전력분석관의 도움을 받아 투구 동작을 다시 맞추는 시간이었습니다.

여기서 이의리는 자신이 하체를 제대로 쓰지 못하고 있었다는 걸 알게 됐다고 밝혔습니다. 이 부분을 고치자 구속부터 달라졌습니다. 선발 시절 140㎞대 후반에 머물던 직구가 150㎞대 중반까지, 많게는 158㎞까지 나왔습니다. 7월 16일 복귀 이후 구원으로 던진 13과 3분의 1이닝을 모두 합치면 평균자책점은 1.35입니다.

곽도규가 다치지 않았다면

지금의 보직이 처음부터 계획대로 굳어진 건 아닙니다. 스포츠경향 보도에 따르면 KIA는 아시아쿼터 투수 시라카와를 불펜으로 돌리고, 불펜에 있던 이의리를 다시 선발로 올리는 안을 검토했습니다. 실행일은 7월 29일 삼성전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닷새 전 좌완 불펜 곽도규가 다쳤습니다. 왼손 투수가 급해진 불펜에 이의리가 남을 수밖에 없었고, 그 자리가 지금의 마무리로 이어졌습니다.

볼넷이 무섭지 않아졌습니다

일간스포츠 보도에 따르면 이범호 감독은 이렇게 전했습니다. "길게 던질 때보다 불펜으로 던질 때 볼넷 허용에 대한 두려움이 덜하다고 하더라." 선발은 100개 안팎의 공을 던지며 실투 하나를 오래 끌고 가야 하지만, 마무리는 한 이닝에만 집중하면 됩니다. 이의리 본인도 연합뉴스TV 인터뷰에서 "한 이닝만 막으면 된다고 생각하니 집중력이 많이 올라갔다"고 했고, 손가락 감각이 좋아졌다며 동료 곽빈이 "수술하고 2년이 되면 감각이 돌아온다"고 했던 말을 이제는 알겠다고 덧붙였습니다. 중앙일보에는 "공을 뿌린 뒤 결과에 집착하지 않게 됐다"는 말도 남겼습니다.

구속이 올라간 것과 부담이 줄어든 것 중 어느 쪽이 더 결정적이었는지는 지금 갈라내기 어렵습니다. 다만 두 가지가 같은 방향으로 움직인 결과가 사사구 0이라는 숫자입니다.

3연투는 웬만하면 시키지 않는다

관리는 여전히 조심스럽습니다. 스타뉴스 보도에 따르면 이범호 감독은 3연투는 웬만하면 시키지 않겠다고 밝혔습니다. 투구 수가 10구 미만으로 적게 나온 날에도 몸 상태를 따로 확인한다고 합니다. 선발로 100이닝 넘게 던지던 선수라 올해 누적 이닝 부담은 적지만, 연투 자체는 그가 처음 해보는 영역이라는 게 구단의 설명입니다.

그래서 앞으로 이의리를 볼 때는 최고 구속이 몇 ㎞였는지보다 그날 볼넷을 몇 개 줬는지, 그리고 며칠 만에 다시 올라왔는지를 보는 편이 낫습니다. 선발 시절 그를 무너뜨린 것도 구위가 아니라 제구였습니다. 두 달 만에 얻은 마무리가 시즌 끝까지 갈지는 결국 그 두 숫자가 말해줄 겁니다.

참고

  • 일간스포츠, 중앙일보, 연합뉴스TV, 스타뉴스, 스포츠경향, 서울신문, 동아일보, 데일리안, 미주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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