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타이거즈가 21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키움 히어로즈를 11-1로 이겼습니다.
점수만 보면 3위 팀이 최하위 팀을 잡은, 예상대로 흘러간 경기입니다.
그런데 이날 지켜볼 숫자는 스코어보드가 아니라 5회 1사에 걸려 있었습니다.
3줄 요약
1. KIA가 고척에서 키움을 11-1로 이겼습니다
2. 양현종이 5⅓이닝을 던져 시즌 101이닝이 됐습니다
3. 13시즌 연속 100이닝, KBO 최장 타이입니다
왜 하필 5회 1사였을까요
경기 전까지 양현종의 올 시즌 기록은 20경기 95⅔이닝이었습니다. 100이닝까지 정확히 4⅓이닝이 남아 있었습니다. 선발 투수가 1회부터 던져 4⅓이닝을 채우는 지점이 바로 5회 1사입니다. 그래서 이날은 점수 못지않게 이닝 표시가 관전 포인트였습니다.
양현종은 5⅓이닝을 던졌습니다. 기준선을 아웃카운트 하나 차이로 넘긴 셈입니다.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이 등판으로 양현종은 개인 통산 13시즌 연속 100이닝을 채웠고, 송진우(전 한화 이글스)가 1994년부터 2006년까지 쌓아 올린 KBO 역대 최장 기록과 같아졌습니다.
100이닝은 '잘 던졌다'는 뜻이 아닙니다
여기서 한 번 짚고 갈 대목이 있습니다. 연속 기록이라고 하면 보통 화려한 성적을 떠올리지만, 100이닝은 성적의 기준선이 아니라 출근의 기준선에 가깝습니다.
선발 투수는 한 시즌에 대략 스물다섯에서 서른 번 마운드에 오릅니다. 한 번 나가 5이닝씩만 막아도 스무 경기면 100이닝이 됩니다. 뒤집어 말하면 100이닝을 못 채우는 경우는 대개 못 던져서가 아닙니다. 다쳐서 빠졌거나, 선발 자리를 잃었거나, 2군에 다녀왔기 때문입니다.
올해 양현종의 숫자가 그 성격을 그대로 보여줍니다. 평균자책점은 4.33, 선발이 6이닝 이상을 3자책점 이하로 막는 이른바 퀄리티스타트는 20경기 중 단 2차례였습니다. 지난달 31일 NC전에서는 1⅓이닝 8실점으로 무너지기도 했습니다. 그런 날을 겪고도 다음 차례에 다시 나왔고, 직전 등판인 15일 두산전에서는 6이닝 1실점으로 돌아왔습니다.
13년을 이어간다는 건 13년 동안 큰 부상 없이 로테이션에서 밀려나지 않았다는 뜻입니다. 이번 기록에서 제일 눈여겨볼 만한 건 4.33이라는 평균자책점이 아니라, 그 성적으로도 자리를 지켰다는 사실입니다.
고척돔에만 오면 달라지는 김도영
이날 KIA는 전날 한화전에서 지명타자로 나섰던 김도영을 3루수로 되돌리고, 하주석을 2번에 올렸습니다. 3번 김도영 앞뒤로 출루와 장타를 나눠 배치한 모양새입니다.
경기 전까지 김도영은 109경기 타율 3할2리, 37홈런, 93타점, OPS 1.035를 기록 중이었습니다. 최근 10경기만 떼어 보면 타율 3할4푼2리에 5홈런으로 타격감이 더 올라와 있었습니다.
그런데 상대가 키움이거나 장소가 고척돔이면 숫자가 한 단계 더 뜁니다. 올 시즌 키움전 12경기 타율은 4할8푼9리, 8홈런에 OPS 1.620입니다. 고척돔 6경기로 좁히면 타율 5할2푼, OPS 1.556이었습니다.
한 해만의 우연도 아닙니다. 부상으로 30경기 출장에 그친 지난 시즌을 빼고 MVP를 받은 2024년과 견줘도 흐름은 같습니다. 그해에도 키움전 15경기에서 OPS 1.087, 고척돔 9경기에서 OPS 1.422를 남겼습니다. KBO 최초 월간 10홈런-10도루, 역대 최연소 30홈런-30도루를 모두 이 구장에서 달성했습니다.
경기 전 숫자는 이미 기울어 있었습니다
아래는 모두 이 경기 직전 기준입니다.
| 항목 | KIA | 키움 |
|---|---|---|
| 순위 | 3위(59승 2무 48패) | 10위(40승 2무 71패) |
| 팀 홈런 | 139개(1위) | 83개(9위) |
| 팀 OPS | 0.784(3위) | 0.681(10위) |
| 팀 평균자책점 | 4.40(3위) | 5.19(9위) |
장타력에서 리그 1위와 9위가 붙었고, 시즌 상대 전적도 KIA가 10승 2패로 앞서 있었습니다. 고척돔 원정은 그때까지 6전 전승이었고, 이날 승리로 7전 전승이 됐습니다.
키움 선발은 하영민이었습니다. 후반기를 앞두고 8년 총액 80억 원 규모의 비FA 다년 계약을 맺은 프랜차이즈 투수로, 15일 KT전에서 허벅지 앞쪽 근육 힘줄에 생긴 염증을 털고 돌아와 6이닝 4실점(2자책점)으로 승리를 챙겼습니다. 다만 올 시즌 KIA를 상대로는 한 차례 등판해 5이닝 6실점, 평균자책점 10.80을 남긴 터라 이날이 설욕 기회이기도 했습니다.
이 경기로 KIA는 6연승, 키움은 5연패가 됐습니다. 13시즌 연속 100이닝은 시즌 내내 화제가 될 만한 화려한 기록은 아닙니다. 다만 한 해라도 다치거나 밀려나면 처음부터 다시 세야 하는 종류의 숫자라서, 송진우의 이름이 20년 동안 그 자리에 혼자 남아 있었습니다.
참고
- 연합뉴스, 머니투데이, OSEN, 뉴스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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