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 서울 강남구와 서초구 아파트값이 나란히 떨어졌습니다.
같은 기간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는 신고가 거래가 새로 올라왔습니다.
두 숫자 다 사실인데, 지금 시세는 어느 쪽에 가까울까요.
3줄 요약
1. 신고가와 하락은 같은 시점의 값이 아닙니다
2. 아크로리버파크는 85억 신고가에 호가 78억대입니다
3. 신고가 한 줄로 시세를 판단하기는 이릅니다
"신고가"와 "하락"이 한 통계에 같이 잡히는 이유
한국부동산원 집계를 보면 8월 셋째 주(17일 기준) 강남구 아파트값은 0.05%, 서초구는 0.09% 내렸습니다. 두 지역 모두 2주 연속 하락이고, 낙폭도 전주보다 커졌습니다. 서울 25개 구 가운데 값이 떨어진 곳은 이 두 곳뿐이었습니다.
그런데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는 다른 이야기가 올라와 있습니다. 서초구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 전용 129㎡는 8월 3일 85억 원(34층)에 거래되며 신고가를 새로 썼습니다. 강남구 대치동 래미안대치팰리스 114㎡도 지난달 22일 63억 8000만 원에 손바뀜하며 최고가를 기록했습니다.
두 통계가 서로 싸우는 게 아닙니다. 계약서에 도장을 찍은 날과 그 계약이 통계에 잡히는 날은 다릅니다. 지금 올라오는 신고가 상당수는 정부가 8월 3일 세제개편안을 내놓은 무렵에 맺어진 계약입니다. 그사이 파는 쪽 분위기는 달라졌습니다. 85억 원 신고가가 나온 아크로리버파크 129㎡의 현재 매도 호가는 78억 원부터 시작해 80억 원대 초반에 형성돼 있습니다. 신고가보다 최대 7억 원 가까이 낮습니다.
다만 호가는 집주인이 부르는 값이지 계약된 값이 아닙니다. 파는 쪽의 눈높이가 어디로 움직였는지를 보여줄 뿐, 그 숫자가 곧 시세는 아닙니다. 현장에서도 실제 거래량과 체결 가격을 더 봐야 한다는 말이 나옵니다.
9억 원 벌어진 곳, 1000만 원 벌어진 곳
물론 실거래로 내려앉은 사례도 이미 나와 있습니다.
| 단지(전용면적) | 직전 신고가 | 최근 실거래 |
|---|---|---|
| 아크로리버파크 84㎡ | 63억 원(5월 19일) | 53억 9000만 원(8월 6일) |
| 압구정 한양3차 116㎡ | 60억 원(6월 8일) | 58억 7000만 원(8월 6일) |
아크로리버파크 84㎡는 5월에 세운 신고가보다 9억 1000만 원(14.4%) 낮게 팔렸고, 한양3차 116㎡는 1억 3000만 원(2.2%) 내렸습니다. 매물로 나와 있는 값은 여기서 더 내려갑니다. 한양3차 같은 면적이 55억 원에, 압구정 신현대 108㎡는 기존 신고가 75억 원보다 10억 원 낮은 65억 원에 올라와 있습니다.
그렇다고 강남이 통째로 한 방향으로 움직이는 것은 아닙니다. 서초동 서초그랑자이 90㎡는 8월 13일 44억 원에 최고가를 썼는데, 지금 나와 있는 최저 호가는 43억 9000만 원입니다. 차이가 1000만 원뿐입니다. 팔겠다는 물건이 쌓인 단지는 값이 크게 내려가고, 나온 물건이 적은 단지는 신고가와 호가가 거의 붙어 있습니다. 한 부동산 정보업체가 세제개편안 발표 뒤 2주 동안 강남 3구에서 호가를 고친 매물을 전수 조사했더니 83.7%가 값을 내린 쪽이었습니다. 값을 고친 집주인 여섯 중 다섯이 내렸다는 뜻입니다.
보유세가 갈라놓은 사람들
이 흐름의 배경에는 보유세 부담이 있습니다. 정부는 8월 3일 고가 주택 보유자와 비거주 1주택자의 보유세·양도소득세를 올리는 방향을 내놨습니다. 신한 프리미어 패스파인더 우병탁 전문위원이 이 개편안대로 시행된다고 보고 계산한 값을 보면, 아크로리버파크 84㎡의 보유세는 올해 약 2227만 원에서 내년 거주 1주택자 기준 약 3333만 원으로 49.7% 늘어납니다. 같은 집이라도 실제 살지 않는 비거주 1주택자라면 약 3888만 원, 74.6%까지 오릅니다. 거주 여부 하나로 세금이 550만 원 넘게 벌어지는 셈입니다.
다만 세법 개정안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습니다. 확정 전까지는 내용이 달라질 수 있고, 위 금액도 지금 안이 그대로 통과됐을 때의 추산입니다. 사겠다는 사람들이 선뜻 움직이지 않는 이유 중 하나가 이것입니다.
그런데도 부담을 먼저 체감하는 쪽은 오래 산 고령 소유자들입니다. 뉴스핌 보도에 따르면 압구정 현대아파트에 35년째 산다는 한 70대 소유주는 내년부터 종합부동산세만 1000만 원 수준으로 오른다고 말했습니다. 국민연금과 개인연금에 자녀 용돈을 다 합쳐 한 달 300만 원 안팎인 살림으로는 감당하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집을 팔기로 했다고 했습니다. 같은 보도에서 현지 중개업소들은 그 자리를 채우는 매수자가 맞벌이 의사나 대형 로펌 변호사처럼 소득이 확실한 사람들로 좁혀지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강남만 내리고 나머지는 오르는 시장
서울 전체 아파트값은 이번 주도 0.22% 올랐습니다. 80주 연속 상승입니다. 강남·서초가 떨어지는데 평균이 오르는 건 나머지 23개 구가 그만큼 더 올랐기 때문입니다. 노원구는 0.32%에서 0.34%로, 도봉구는 0.17%에서 0.31%로 상승폭이 커졌습니다. 대출 규제 부담이 덜한 중저가·중소형 아파트에 무주택 1인 가구와 신혼부부 수요가 몰린 결과입니다.
매물은 강남에 쌓입니다. 부동산 데이터 업체 아실 집계로는 세제개편안 발표 이후 20일까지 서울 아파트 매물이 8% 늘었는데, 그 절반 가까운 47.9%가 강남 3구에서 나왔습니다. 전문가들은 강남을 판 돈이 마포·용산·성동 같은 차상위 지역으로, 무주택자의 수요는 노원·도봉·강북 같은 외곽으로 옮겨 갈 가능성이 크다고 봅니다. 아직은 전망입니다. 돈이 실제로 그렇게 움직였는지를 보여주는 통계는 나와 있지 않습니다. 김인만 부동산경제연구소 대표는 이 흐름이 이어지면 외곽 지역의 매매가와 전·월세가 함께 올라 무주택자가 갈 곳을 잃을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결국 신고가 행진과 강남 하락은 서로 모순되는 소식이 아닙니다. 같은 시장을 다른 시점에서 찍은 사진에 가깝습니다. 아파트값을 가늠할 때는 신고가 한 줄만 보지 말고 그 계약이 언제 맺어졌는지, 지금 같은 단지에 어떤 값의 매물이 나와 있는지를 함께 보는 편이 낫습니다.
참고
- 문화일보, 헤럴드경제, 뉴스핌, 노컷뉴스, 천지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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