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원호-서승재, 15-14로 앞서고도 왜 4강에서 멈췄을까요

2026년 8월 24일 · 한국

세계랭킹 1위 배드민턴 남자복식조 김원호-서승재가 세계선수권 준결승에서 졌습니다.

2세트 도중 두 선수는 15-14로 앞서 있었습니다. 그 세트는 18-21로 끝났습니다.

앞서던 세계 1위는 왜 거기서 멈췄을까요.

3줄 요약
1. 한국시간 23일 새벽 뉴델리, 세계 1위가 졌습니다
2. 2세트는 15-14에서 18-21로 뒤집혔습니다
3. 승부처에서 3점 딸 동안 7점을 내줬습니다

뉴델리에서 나온 0-2

김원호(27)와 서승재(28)는 둘 다 삼성생명 소속이고, 남자복식 세계랭킹 1위 조입니다. 한국시간 8월 23일 새벽 인도 뉴델리 인드라 간디 아레나에서 열린 2026 세계배드민턴연맹(BWF) 세계선수권대회 준결승에서 세계 4위 말레이시아 아론 치아-소위익 조에게 세트스코어 0-2(17-21, 18-21)로 졌습니다. 결승 문턱에서 멈췄지만 동메달은 확보했습니다. 배드민턴 세계선수권은 3·4위전을 따로 치르지 않아서, 준결승에서 진 두 조가 나란히 동메달을 가져갑니다.

여기까지 오는 길은 오히려 순조로웠습니다.

라운드상대결과
32강일본 노무라-시노모가미2-0 승
16강영국 벤 레인-션 벤디
8강말레이시아 고세페이-누르 이주딘2-0 승
4강말레이시아 아론 치아-소위익0-2 패

32강은 38분 만에 끝냈고, 8강도 21-16, 21-16으로 41분 만에 정리했습니다. 무너진 건 마지막 한 경기, 그것도 이겨가던 세트 안에서였습니다.

두 세트 모두, 따라붙은 직후에 뒤집혔습니다

1세트는 초반부터 2-7로 밀렸습니다. 그래도 한국 조는 10-10까지 따라붙었고 14-14 동점까지 만들었습니다. 그런데 거기서 연속으로 점수를 내주며 17-21로 첫 세트를 넘겼습니다.

2세트도 모양이 비슷했습니다. 8-8에서 3연속 범실이 나오며 8-11로 벌어졌고, 김원호의 스매시가 터지면서 15-14 역전에 성공했습니다. 문제는 그다음이었습니다. 말레이시아 조가 다시 앞서 나가 18-20 매치포인트를 만들었고, 서승재의 리턴이 네트에 걸리며 18-21로 경기가 끝났습니다.

바로 전날 8강은 정반대였습니다. 1게임 10-11에서 내리 4점을 따냈고, 2게임 9-12에서도 4연속 득점으로 뒤집은 뒤 14-14에서 3점을 몰아쳤습니다. 몰아치는 쪽이 한국이었던 겁니다.

준결승에서는 그 방향이 반대로 뒤집혔습니다. 15-14로 앞선 순간부터 마지막 셔틀콕까지, 한국 조는 3점을 따내는 동안 7점을 내줬습니다. 두 세트에서 반복된 장면이 같습니다. 따라붙거나 앞선 직후에 점수가 뭉텅이로 빠져나갔다는 것.

"수비는 강하지만 공격이 아주 강하지는 않다"

이 흐름을 미리 짚은 사람이 있었습니다. 말레이시아 배드민턴의 전설 라지프 시덱은 8강을 앞두고 자국 조에게 이렇게 조언했다고 이투데이가 전했습니다. "김원호-서승재 조는 수비가 강하기 때문에 계속 공격적인 압박을 유지해야 한다." 이어 "공격력이 아주 강한 것은 아니지만 끝까지 버티면서 상대를 어렵게 만든다"고 덧붙였습니다.

두 선수의 무기가 랠리를 길게 끌고 가는 수비라는 뜻입니다. 상대는 한 점을 얻는 데 여러 번 때려야 하지만, 한국 조도 결정타로 랠리를 끊기보다 상대가 먼저 흔들리기를 기다리는 쪽에 가깝습니다. 그래서 이런 조는 자기 범실이 연달아 나오는 구간에 특히 약합니다. 길게 버텨서 얻은 한 점과 스스로 내준 한 점은 점수판에서 같은 1점이지만, 들인 품이 다릅니다. 8-8이 8-11이 된 장면이 정확히 그랬습니다.

같은 조언을 들은 8강 상대는 결국 2-0으로 졌습니다. 라지프가 가리킨 약한 고리가 드러난 건 한 경기 뒤였습니다. 참고로 8강 상대와 준결승 상대는 같은 말레이시아지만 다른 조입니다. 고세페이-누르 이주딘이 세계 6위, 아론 치아-소위익이 세계 4위입니다.

11승을 쓸어 담은 해가 지나고

이번 탈락이 유독 아픈 이유는 두 선수가 디펜딩 챔피언이기 때문입니다. 지난해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2025 세계선수권 우승을 포함해 한 시즌 11개 대회에서 정상에 올랐습니다. 역대 최다 우승 타이기록입니다.

올 시즌은 달랐습니다. 최근 4개 대회 연속으로 우승이 없었고, 이번 세계선수권 2연패로 그 흐름을 끊겠다는 것이 두 선수의 각오였습니다. 그 각오는 4강에서 멈췄고, 무관 행진은 이번 대회까지 이어졌습니다.

세계 1위라는 순위는 지금까지 쌓아 온 점수의 결과이지, 다음 경기의 결과가 아닙니다. 이 조의 다음 경기를 볼 때 최종 스코어보다 먼저 볼 만한 건 동점이나 역전이 나온 직후의 서너 랠리입니다. 지난해와 올해를 가르는 차이가 거기서 가장 먼저 보입니다.

참고

  • 머니투데이, OSEN, 연합뉴스TV, 이투데이, 뉴시안, 뉴시스,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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