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만 평 산에서 나오는 돈, 나무만은 아닙니다

2026년 8월 24일 · 한국

여의도 면적과 맞먹는 산을 가진 사람이 있습니다.

강원도 평창에서 4대째 산을 지켜온 산림 경영인 박정희 씨입니다.

나무를 심고 베는 것 말고, 이렇게 넓은 산은 대체 무엇으로 돈이 될까요.

3줄 요약
1. 산에서 나는 소득은 나무만이 아닙니다
2. 산양삼 한 세트 40만~50만 원, 산더덕 한 관 45만 원
3. 가격은 알려졌지만 실제 수익은 공개되지 않았습니다

나무 한 그루가 돈이 되기까지 수십 년

산림 경영이라는 말은 낯설지만 뜻은 단순합니다. 산을 가꾸고 활용해 경제적·생태적 가치를 만들어내는 일입니다. 박정희 씨도 "산림 경영의 기본은 나무를 키워서 수확하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문제는 시간입니다. 잣나무든 낙엽송이든, 심어서 목재로 쓸 만큼 자라는 데 수십 년이 걸립니다. 그 사이 산 주인은 세금을 내고, 길을 내고, 솎아베기를 하고, 병충해를 막습니다. 들어가는 돈은 매년인데 나오는 돈은 한 세대 뒤입니다.

그래서 산림 경영에서는 나무를 기다리는 동안 무엇을 하느냐가 갈립니다. 박정희 씨가 "나무 외에 다양한 먹거리도 함께 생산된다"고 말한 것도 그 지점입니다. 나무는 만기가 긴 예금이고, 그 사이를 메우는 것이 임산물입니다.

40만 원짜리 산양삼과 45만 원짜리 산더덕

숫자가 붙으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잣나무 숲 아래에는 산양삼이 심겨 있습니다. 인삼 씨앗이나 어린 삼을 산에 심어 자연에 가깝게 키운 삼입니다. 박정희 씨는 산양삼 7~8개 한 세트의 가격이 40만~50만 원에 이른다고 밝혔습니다. 캘 때 요령도 함께 소개하는데, 손으로 조심스레 주변 흙을 파내 뿌리가 다치지 않게 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합니다. 산양삼은 뿌리 모양이 값을 결정하는 작물이라, 캐는 순간에 값이 정해지는 셈입니다.

산길에는 산더덕도 있습니다. 한 관, 그러니까 3.75kg에 45만 원 선에 거래된다고 합니다. 곰취와 둥굴레처럼 산나물 코너에서 봤을 법한 것들도 그 옆을 채웁니다. 잣나무 아래 그늘, 낙엽이 쌓여 물기를 머금은 흙 — 목재로 쓸 나무를 키우느라 만든 조건이 그대로 임산물이 자라는 조건이 됩니다. 한 땅에서 두 가지가 나오는 구조입니다.

다만 여기서 한 걸음 더 나가면 안 됩니다. 공개된 것은 거래 가격이지 수익이 아닙니다. 한 세트에 40만 원이라는 말은 얼마나 심어 얼마나 캤는지, 종자값과 몇 년의 관리비가 얼마나 들었는지, 다 팔리기는 하는지를 말해주지 않습니다. 산양삼은 심고 나서 보통 몇 년을 기다려야 하고, 그동안 멧돼지와 날씨를 견뎌야 합니다. 가격표는 산림 소득의 천장을 보여줄 뿐, 바닥은 보여주지 않습니다.

산을 지키는 데 드는 돈은 세금 쪽에서 옵니다

박정희 씨가 처음부터 산림 경영인이었던 건 아닙니다. 평범한 공무원으로 일하다 아버지가 사고로 세상을 떠나며 38세에 이 일을 이어받았습니다. 어린 시절부터 아버지를 따라다니며 몸으로 익힌 덕에 자연스럽게 숲을 지키는 길을 택할 수 있었다고 말합니다.

그다음이 이 이야기에서 가장 현실적인 대목입니다. 박정희 씨는 상속세를 내기 위해 산 일부를 매각했다고 밝혔습니다. 서장훈 씨가 "그럼 처음에는 100만 평 정도 됐겠다"고 놀란 것도 그래서입니다. 산은 값이 매겨진 자산이지만, 그 값에 해당하는 세금은 현금으로 내야 합니다. 산에서 나오는 현금은 느리고 세금은 한 번에 옵니다. 그 차이를 메우는 가장 빠른 방법이 산을 떼어 파는 것입니다.

남은 산을 팔아 다른 곳에 투자할 생각은 없었느냐는 물음에 박정희 씨의 답은 단호했습니다. "내가 물려받았다고 해서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이 산은 2023년 대한민국 100대 명품숲으로 지정됐고, 이듬해에는 대를 이어 숲을 가꿔온 공로로 산림명문가로 선정됐습니다. 82만 평이라는 숫자보다, 그 뒤에 4대에 걸쳐 쌓인 시간이 이 인증의 배경입니다.

숲이라는 공간 자체를 파는 방법

임산물 말고 하나가 더 있습니다. 박정희 씨는 2006년 문을 연 6천 평 규모의 캠핑장을 20년째 운영하고 있습니다. 잣나무에 둘러싸인 자리라, 캠핑장을 만들기 위해 심은 나무가 아니라 키우던 나무가 그대로 상품이 된 경우입니다. 주말이면 본인이 직접 자리를 지키며 캠퍼들과 시간을 보낸다고 합니다.

숲에서 소득을 만드는 방식은 대체로 이 세 갈래로 나뉩니다. 나무를 파는 것, 나무 사이에서 나는 것을 파는 것, 나무가 만든 공간을 파는 것. 뒤로 갈수록 회수가 빠르고, 앞으로 갈수록 한 번에 들어오는 돈이 큽니다. 82만 평이 4대를 넘어오는 동안 세 가지가 다 붙은 것은 우연이 아닙니다. 다만 캠핑장이 얼마를 버는지 역시 공개되지 않았습니다.

박정희 씨의 이야기는 19일 밤 9시 55분 EBS '서장훈의 이웃집 백만장자 시즌2'에서 방송될 예정입니다. 서장훈 씨와 장예원 씨가 생애 처음 심마니 체험에 나서 산양삼을 직접 캐고 바로 맛보는 장면, 박정희 씨의 취미인 활쏘기를 따라 해보는 장면도 함께 공개된다고 예고됐습니다.

산을 가진 사람의 이야기지만, 정작 눈에 남는 건 시간의 길이입니다. 나무 한 그루를 돈으로 바꾸는 데 한 세대가 걸리고, 그 사이를 산나물과 캠핑장이 메웁니다. 82만 평이라는 숫자보다 그 구조가 이 산의 진짜 내용입니다.

참고

  • 스타데일리뉴스, RNX뉴스, 뉴시스, 스페셜타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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