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위페이가 세계선수권 16강에서 무너졌습니다.
2게임에서 매치포인트를 네 개나 잡고도, 결국 그 경기를 내줬습니다.
대회를 앞두고 안세영을 향해 날 선 말을 던졌던 바로 그 선수입니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3줄 요약
1. 천위페이가 세계선수권 16강에서 탈락했습니다
2. 2게임 매치포인트 4개를 놓치고 역전패했습니다
3. 안세영은 8강도 넘어 4강에 올랐습니다
매치포인트 네 개, 그리고 역전패
천위페이(28, 중국)는 8월 20일 인도 뉴델리의 인디라 간디 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세계배드민턴선수권대회 여자단식 16강전에서 태국의 초추웡(세계 10위)에게 1-2로 역전패했습니다. 스코어는 21-15, 23-25, 17-21이었습니다.
출발은 나쁘지 않았습니다. 1게임을 21-15로 가져갔고, 2게임에서도 매치포인트를 네 차례나 잡았습니다. 여기서 경기가 갈렸습니다. 초추웡은 그 네 번을 모두 버텨낸 뒤 25-23으로 2게임을 가져갔고, 3게임에서는 15-10까지 앞서던 천위페이가 후반에 연속 7점을 내주며 17-21로 무너졌습니다. 84분짜리 접전이었습니다.
경기 후 천위페이는 "2게임 중요한 점수에서 조금 서둘렀고 인내심이 부족했다. 공의 위협성도 충분하지 않았다"고 돌아봤습니다. 최근 빡빡한 일정과 부상 여파로 대회 전 충분히 훈련하지 못한 점도 스스로 짚었습니다.
이번 탈락이 유독 아쉬운 이유가 있습니다. 천위페이는 2020 도쿄올림픽 금메달리스트로, 세계선수권 우승만 더하면 커리어의 정점을 채울 수 있는 위치였습니다. 하지만 세계선수권과는 유독 인연이 없었습니다. 2022년과 지난해 두 차례 결승에 올랐지만 모두 야마구치 아카네에게 막혔습니다. 지난해는 준결승에서 안세영을 꺾고 결승까지 갔다가 발목 부상까지 겹쳐 은메달에 그쳤던 대회였습니다. 이번에는 그 결승 문턱조차 밟지 못하고 짐을 쌌습니다.
대회 전에 안세영을 저격했던 이유
이번 탈락이 화제가 된 데는 배경이 있습니다. 천위페이는 대회를 앞두고 중국 대표팀 동료 왕즈이와 함께 중국 CCTV에 출연해 "안세영은 신체 능력이 좋고 결과도 꾸준하지만 실수할 수 있다. 우리가 그가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밀어붙여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지난해 파리 세계선수권에서 안세영을 2-0으로 꺾었던 걸 언급하며 "안세영은 불패의 무적이 아니다"라는 말도 남겼습니다.
공교롭게도 천위페이가 먼저 짐을 쌌습니다. 안세영은 같은 날 16강에서 덴마크의 미아 블리치펠트(세계 16위)를 21-16, 21-10으로 꺾었습니다. 경기 시간은 43분, 이번 대회 들어 세 경기 연속 세트를 내주지 않은 승리였습니다.
이 흐름이 더 눈에 띄는 이유는 안세영이 정상 컨디션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지난달 일본오픈에서 왼발 통증으로 기권하고 중국오픈까지 건너뛰며 재활에 집중했습니다. 안세영은 블리치펠트전 이후 "아직 완벽한 상태는 아니지만 계속 회복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점점 자신감도 생기고 있고 다음 경기도 기대된다"고 말했습니다. 상대가 먼저 도발하고 먼저 무너진 자리에서 나온 말이라 더 무겁게 들립니다.
8강 상대 한웨도 넘었습니다
천위페이가 사라진 자리에 남은 중국 카드는 세계 5위 한웨였습니다. 한웨는 16강에서 삼성생명 김가은(세계 12위)을 상대로 58분 풀게임 끝에 2-1로 이기고 올라온 참이었습니다.
두 선수의 상대전적은 애초에 안세영이 크게 앞서 있었습니다. 한웨가 안세영을 이긴 건 2022년 말레이시아오픈 한 번뿐이고, 지난해 중국 마스터스 결승에서는 안세영이 21-11, 21-3으로 완승을 거뒀습니다. 8월 21일 열린 8강전도 그 흐름대로 흘렀습니다. 안세영이 21-19, 21-12로 이기며 4강에 올랐고, 이로써 두 선수의 통산 전적은 8승 1패가 됐습니다.
여기까지 오는 길에서 안세영은 네 경기를 모두 2-0으로 마쳤습니다. 부상에서 돌아온 지 얼마 안 된 선수의 기록이라기엔 이례적입니다. 지난해 11차례 우승했고 올해도 6월 인도네시아오픈까지 다섯 개의 트로피를 들며 세계랭킹 1위를 지키고 있는 선수이긴 하지만, 발이 온전하지 않은 상태에서 세트를 한 번도 내주지 않는 것은 또 다른 이야기입니다. 장소도 낯설지 않습니다. 안세영은 지난 1월, 같은 인디라 간디 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인도오픈에서 왕즈이를 꺾고 정상에 오른 적이 있습니다.
물론 대진표의 유불리와 코트 위의 결과는 별개입니다. 천위페이도 4번 시드를 받은 우승 후보였고, 매치포인트 네 개를 잡고도 무너졌습니다. 남은 경기에서 눈여겨볼 것은 상대전적이 아니라 안세영이 세트를 내주기 시작하는 순간입니다. 지금까지처럼 43분, 50분짜리 경기로 끝내지 못하고 긴 3게임 승부가 나오면, 그때가 발 상태가 다시 변수로 돌아오는 지점입니다. 안세영이 2023년 코펜하겐 대회 이후 3년 만의 정상 탈환에 얼마나 가까운지는 점수판보다 경기 시간이 먼저 알려줄 겁니다.
참고
- OSEN(조선비즈 게재), 이데일리
태그 #천위페이 #안세영 #세계배드민턴선수권 #배드민턴 #한웨 #초추웡 #왕즈이 #야마구치아카네 #도쿄올림픽 #BWF세계선수권 #뉴델리 #여자단식배드민턴 #배드민턴랭킹 #안세영4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