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자욱이 이틀 만에 타율 1위로 올라섰습니다.
8월 17일 기준으로 2위와의 차이는 3리, 4위까지 넓혀도 1푼 2리입니다.
그런데 이 순위표 위쪽에 이름을 올린 네 명은 아무도 타격왕에 올라본 적이 없습니다.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요.
3줄 요약
1. 8월 17일 기준 구자욱이 타율 1위입니다
2. 1위 0.357, 2위와는 3리 차입니다
3. 한화전 이틀 10타수 8안타가 뒤집었습니다
넷 다 타격왕 트로피가 없습니다
2026 KBO리그 타격왕 경쟁이 정규시즌 막판 최대 관전 포인트로 떠올랐습니다. 8월 17일 기준 순위는 이렇습니다. 타율은 경기마다 움직이니, 아래 숫자는 그날 기준입니다.
| 선수 | 타율 | 눈에 띄는 기록 |
|---|---|---|
| 구자욱 (삼성) | 0.357 | 결승타 14개로 1위 |
| 레이예스 (롯데) | 0.354 | 3년 연속 안타왕 도전 |
| 최원준 (KT) | 0.351 | 안타·득점·출루율 모두 2위 |
| 박성한 (SSG) | 0.345 | 볼넷·출루율 1위 |
1위와 4위의 차이가 1푼 2리입니다. 하루 컨디션에 따라 순위가 통째로 뒤집힐 수 있는 간격입니다.
네 선수가 잘하는 방식은 서로 다릅니다. 레이예스는 2024년 202안타로 단일 시즌 최다안타 기록을 세운 뒤 지난해에도 안타 1위였고, 올해도 안타 부문 선두입니다. 최원준은 전반기를 타율 1위로 마쳤다가 후반기에 주춤했는데, 지난 주말 키움전에서 15타수 10안타를 몰아치며 다시 올라왔습니다. 박성한은 골라 나가는 능력이 리그에서 가장 좋은 타자입니다.
그런데 이 네 사람에게는 공통점이 하나 있습니다. 아직 아무도 타격왕에 올라본 적이 없다는 것입니다. 이름값으로는 익숙한 선수들인데, 이 타이틀만큼은 전부 생애 처음 노립니다.
밀어쳐도, 당겨쳐도 담장을 넘겼습니다
구자욱이 순위를 뒤집은 지점은 분명합니다. 지난 14~15일 대구에서 열린 한화 이글스와의 2연전입니다. 경기 전까지 0.343으로 2위였던 타율이 두 경기 만에 0.357이 됐습니다.
14일에는 5타수 5안타에 홈런 2개를 쳤습니다. 4회 선두타자로 나서 상대 선발의 커브를 당겨 오른쪽 담장을 넘겼고, 6회에는 포크볼을 받아쳐 또 넘겼습니다. 다음 날에는 1회부터 145km 직구를 밀어쳐 왼쪽 담장 밖으로 보내는 역전 2점 홈런을 쳤고, 적시타 두 개를 더 보태 5타점 경기를 만들었습니다. 이틀 합쳐 10타수 8안타, 홈런 3개, 8타점입니다.
박진만 삼성 감독은 스타뉴스 보도에 따르면 "지금 자욱이는 어떤 투수가 와도 다 대처할 수 있는 컨디션인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OSEN 보도에 따르면 박 감독은 밀어치기와 당겨치기로 모두 홈런이 나온 것을 두고 "스윙 궤적이 좋아져 어떤 투수를 만나도 다 공략 가능하다"고 평가했습니다. 방향을 가리지 않는다는 건 얻어걸린 결과가 아니라는 뜻입니다.
이 폭발이 더 눈에 띄는 이유는 따로 있습니다. 구자욱은 지난달 19일 이후 15경기 동안 홈런이 없었습니다. 그러다 13일 KIA전에서 3안타 3득점으로 팀의 4연패를 끊은 것을 시작으로, 사흘 만에 홈런 3개를 몰아쳤습니다. 삼성은 이 기세로 3연승을 달리며 선두 KT를 반 경기 차까지 쫓았습니다. 결승타 1위(14개), 득점권 타율 3위(0.406)라는 기록은 그의 안타가 팀 승패에 그대로 얹혔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타율 0.347인데 순위표엔 없는 이유
순위표를 볼 때 한 가지 헷갈리는 점이 있습니다. KIA 타이거즈 해럴드 카스트로의 타율은 0.347로, 위 표의 박성한보다 높습니다. 그런데 어느 칸에도 이름이 없습니다.
규정타석 때문입니다. KBO는 타격 순위를 매길 때 일정 타석 수를 채운 선수만 넣습니다. 시즌 초반 부상으로 오래 빠졌던 카스트로는 아직 이 기준인 446타석에 미치지 못했습니다. 채우려면 남은 38경기에서 187타석, 경기당 평균 4.9타석을 소화해야 합니다. 쉬운 숫자는 아니지만 포기할 숫자도 아닙니다. 타율만 보고 "저 선수가 1위 아닌가" 싶을 때는 타석 수를 함께 보시면 됩니다.
구자욱에게 올해는 각별한 시즌입니다. 비FA 다년 계약의 마지막 해이고, 주장으로 팀을 이끌고 있습니다. 삼성은 2021년 가을야구에서 3위에 그쳤고, 2024년에는 한국시리즈까지 올랐지만 준우승에 머물렀습니다. 구자욱 본인은 그해 가을 부상을 당해 팀의 준우승을 지켜봐야 했습니다.
시즌은 아직 38경기가 남았습니다. 하루 타격감에 따라 다시 뒤집힐 수 있는 격차이고, 규정타석을 채운 복병이 끼어들 여지도 있습니다. 넷 중 누가 생애 첫 타격왕에 오를지는 시즌이 끝나야 알 수 있습니다.
참고
- 한겨레, 스타뉴스, OSEN, 천지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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