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팀이 8월 14일 대구에서 홈런 일곱 개를 주고받았습니다.
경기는 8-5, 삼성이 이겼습니다. 그런데 이날 순위표는 거의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이만큼 두들겼는데 왜 판이 그대로였을까요.
3줄 요약
1. 삼성이 한화를 8-5로 꺾고 2위를 지켰습니다
2. 홈런 일곱 개가 터졌지만 1.5경기 차 그대로입니다
3. 순위는 한 경기가 아니라 남은 일정이 정합니다
이겨도 1.5경기, 같은 날 선두도 이겼다
삼성은 이 승리로 61승 2무 41패가 됐습니다. 그런데 선두 KT 위즈와의 격차는 1.5경기 그대로였습니다. 같은 날 KT도 이겼기 때문입니다.
순위 싸움이 야박한 지점이 여기입니다. 홈런 넉 방을 몰아치고 이겨도, 앞 팀이 함께 이기면 격차는 한 칸도 줄지 않습니다. 삼성은 최근 8경기에서 2승 6패로 주춤한 사이 KT에 1위를 내줬고, 전날 광주에서 KIA 타이거즈를 9-8로 잡아 4연패를 끊은 뒤 이날 8월 첫 연승을 만들었습니다. 분위기는 확실히 돌아섰지만, 순위표에서는 아직 아무것도 회수하지 못한 셈입니다.
한화 쪽 숫자는 더 냉정합니다. 이 경기 패배로 2연패, 시즌 성적 48승 3무 52패. 5위 KIA와 5경기, 4위 두산과는 5.5경기 차이입니다. KBO는 정규시즌 상위 5개 팀이 가을야구에 나가는데, 이 시점 한화에게 남은 경기는 42경기였습니다. 5경기를 따라잡으려면 남은 42경기에서 KIA보다 다섯 번을 더 이겨야 한다는 뜻입니다. 이날처럼 홈런 세 개를 치고도 한 경기를 지면, 그 다섯 번은 마흔한 경기 안에서 만들어야 합니다.
다만 두 팀의 힘 차이가 그만큼 벌어졌다고 읽으면 곤란합니다. 열흘 전인 8월 4일, 같은 대구 구장에서는 한화가 삼성을 4-1로 이겼습니다. 하루짜리 승부는 자주 뒤집힙니다. 뒤집히지 않는 건 쌓인 결과입니다.
구자욱 5안타, 승부는 9회 병살타에서 끊겼다
경기 내용 자체는 화려했습니다. 삼성 선발 최원태와 한화 선발 브루스 짐머맨이 0의 균형을 이어가다, 4회말 구자욱이 먼저 담장을 넘겼습니다. 5회말에는 강민호와 이재현이 연속 타자 홈런을 쳤고, 6회말 김성윤의 2타점 적시타와 구자욱의 두 번째 홈런이 이어지며 8-1까지 벌어졌습니다.
한화도 홈런으로 맞받았습니다. 6회초 문현빈, 8회초 강백호와 박정현의 3점포가 터져 8-5. 승부가 끊긴 건 9회초였습니다. 무사 1루에서 노시환이 잡아당긴 타구를 3루수 전병우가 병살로 연결했고, 마무리 김재윤이 그대로 경기를 닫았습니다. 김재윤은 이 세이브로 시즌 26세이브, 구원 부문 선두에 올랐습니다.
이날 제일 눈에 띈 건 구자욱이었습니다. 5타수 5안타 2홈런 3타점. 삼성이 한 경기에서 홈런 4개를 몰아친 건 78일 만이었습니다. 강민호는 전날 KIA전 3점 홈런에 이어 2경기 연속 홈런을 치며 17년 연속 두 자릿수 홈런까지 하나를 남겨뒀습니다. KBO 역대 세 번째 기록입니다. 대구구장은 이날 시즌 41번째 매진, 2만 4,000석이 다 찼습니다.
17일 만에 돌아온 최원태가 남긴 것
승리투수 최원태의 사정은 이날 경기보다 앞선 한 달에 있습니다. 7월 세 차례 등판에서 14이닝 동안 홈런 5개를 맞으며 15실점, 월간 평균자책점이 9.00까지 올라갔습니다. 이후 삼두근 부상으로 17일 동안 1군 마운드에 서지 못했습니다.
복귀전에서 그는 5⅔이닝 1실점으로 막고 41일 만에 승리를 챙겼습니다. 최고 구속 시속 151㎞의 속구에 체인지업과 투심, 커터를 섞었습니다. 경기 후 그는 "오늘 직구가 괜찮아 세게 던지려고 했다. 민호 형 리드가 좋았다"고 말했습니다. 박진만 삼성 감독도 "좋은 구위와 자신감 있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경기를 잘 풀어갔다"고 했습니다. 삼성이 8월 남은 일정을 버티려면 이 선발 한 자리가 계속 돌아가야 합니다.
반대편 짐머맨은 6회를 채우지 못하고 물러나 KBO 데뷔 후 0승 2패가 됐습니다. 머니투데이 보도에 따르면 앞선 두 경기에서 그의 좌타자 상대 피안타율은 0.188, 우타자 상대로는 0.421이었습니다. 삼성이 좌타자를 앞에 세우고도 그를 무너뜨렸다는 건, 이 편차가 아직 안전판이 되지 못한다는 뜻입니다.
순위표는 하루치 화력이 아니라 하루치 승패만 받아 적습니다. 홈런 일곱 개가 터진 날에도 1.5경기는 1.5경기 그대로였습니다. 두 팀을 지켜볼 지점은 다음 홈런이 아니라, 삼성이 KT보다 얼마나 더 이기고 한화가 KIA보다 얼마나 더 이기느냐입니다.
참고
- 연합뉴스, 뉴시스, 매일신문, 스포츠조선, 머니투데이, 마이데일리, 뉴스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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