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의 한 초등학교 선생님 이야기가 8월 20일 여러 매체에 실렸습니다.
교장이던 사람이 다시 평교사가 됐고, 이번 달 세상을 떠나며 다섯 사람에게 장기를 남겼다는 내용입니다.
교장에서 교사로. 순서가 거꾸로 된 것처럼 들리는데, 이 경로는 규정에 이미 적혀 있습니다.
3줄 요약
1. 교장 자격증 없는 교사도 공모로 교장이 됩니다
2. 임기가 끝나면 원래 직위로 돌아가는 자리입니다
3. 기증 등록을 해도 가족이 거부하면 못 합니다
8월 6일 제주한라병원, 그리고 다섯 사람
한국장기조직기증원은 8월 6일 제주한라병원에서 52세 초등교사가 뇌사 장기기증으로 심장과 폐, 간, 양쪽 신장을 기증했다고 20일 밝혔습니다. 연합뉴스와 한겨레 보도에 따르면 인체조직인 피부도 함께 기증했습니다.
다섯 사람이라는 숫자는 여기서 나옵니다. 심장 하나, 폐, 간, 그리고 신장 두 개. 장기는 사람 단위가 아니라 장기 단위로 배분되기 때문에, 한 사람의 결정이 여러 사람의 수술 일정으로 갈라집니다.
2000년 서귀포시의 한 초등학교에서 교직을 시작해 26년간 교단에 있었던 분입니다. 2024년 뇌출혈로 쓰러졌고, 올해 4월 말 뇌경색 초기 진단을 받았습니다. 7월 31일 다시 쓰러진 뒤 끝내 의식을 되찾지 못했고, 기증을 결정한 것은 유족이었습니다.
뇌사 기증은 심장이 멎은 뒤의 기증과 절차가 다릅니다. 인공호흡기로 순환이 유지되는 동안 뇌사판정위원회의 판정을 받아야 하고, 법은 그 판정 시각을 사망 시각으로 봅니다. 가족에게 주어지는 시간이 길지 않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교장 자격증이 없어도 교장이 된다
교장이 되는 길은 하나로 알려져 있습니다. 교사로 오래 일하다 교감이 되고, 연수를 거쳐 교장 자격증을 딴 뒤 교장이 되는 승진 경로입니다.
그런데 교장 공모제라는 다른 길이 함께 있습니다. 갈래는 셋입니다. 초빙형은 교장 자격증이 있는 사람만 지원합니다. 개방형은 특성화중·고나 특수목적고처럼 지정된 학교에, 그 학교 교육과정과 관련된 기관에서 3년 이상 일한 사람이 지원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내부형은 자율학교로 지정된 학교에 한해 교육경력 15년 이상이면 교장 자격증 없이도 지원할 수 있습니다. 교육공무원임용령에 그렇게 적혀 있습니다.
뽑는 방식도 승진과 다릅니다. 지원자가 학교경영계획서를 내고, 학부모와 교직원, 지역 인사로 꾸려진 학교운영위원회가 주관하는 심사와 설명회를 거칩니다. 그다음 교육청 심사가 한 번 더 붙습니다. 평교사가 교장이 되는 통로가 바로 여기입니다.
돌아갈 자리가 처음부터 정해져 있다
공모로 임용된 교장의 임기는 4년입니다. 그리고 시행계획에는 이런 문장이 붙어 있습니다. 임기가 끝나면 공모 교장으로 임용될 당시의 직위로 복귀한다. 임기를 채우기 전에 직을 내려놓은 경우도 여기에 포함된다고 못 박아 두었습니다.
그러니 교감이었던 사람은 교감으로, 교사로 지원해 교장이 된 사람은 교사로 돌아갑니다. 평가 결과에 따라 교장으로 승진 임용되는 길도 열려 있습니다. 어느 쪽이든 임기 뒤의 자리는 처음부터 정해져 있었습니다.
이번 경우는 임기가 다 되어서가 아니라 건강 때문에 중간에 직을 내려놓은 쪽에 가깝습니다. 그래도 규정이 가리키는 자리는 같습니다. 2024년 공모로 교장이 됐다가 그해 쓰러졌고, 2025년 9월 교사로 교단에 돌아왔습니다. 이 대목이 이번 소식에서 제일 눈여겨볼 지점입니다. 자리에서 밀려난 것이 아니라, 애초에 돌아올 자리가 있는 임기직이었다는 뜻이니까요.
5만 4789명과 397명
기증 쪽 숫자는 답답합니다. 2024년 장기이식 대기자는 5만 4789명이었는데, 같은 해 뇌사 기증자는 397명이었습니다. 신장은 이식받기까지 평균 7년 9개월을 기다립니다. 정부가 지난해 10월 장기·조직 기증에 관한 첫 종합계획을 내놓은 것도 이 격차 때문입니다.
기증 희망 등록은 국립장기조직혈액관리원 누리집에서 할 수 있습니다. 다만 등록증을 받아 두는 것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장기등 이식에 관한 법률은 본인이 생전에 등록했더라도 가족이 명시적으로 거부하면 장기를 적출할 수 없다고 정해 두었습니다. 등록해 두지 않았다면 배우자, 자녀, 부모 순으로 앞선 가족 한 명의 서면 동의가 있어야 합니다.
어느 쪽이든 마지막 순간에 답을 하는 사람은 남은 가족입니다. 등록은 뜻을 적어 두는 일이고, 그 뜻이 실제로 쓰이려면 가족이 미리 알고 있어야 합니다.
교장에서 교사로 내려간 것이 아니라, 원래 있던 자리로 돌아간 것입니다. 다섯이라는 숫자도 마음만으로 만들어지지 않고, 제도와 가족의 동의를 통과해야 나옵니다. 오늘 저녁 식탁에서 한 번 꺼내 두는 편이 서류 한 장보다 확실합니다.
참고
- 한겨레, 연합뉴스, KBC광주방송, 보건복지부, 국가법령정보센터, 경기도교육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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