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지민이 쓰러진 뒤, 사직구장 외야 문은 곧바로 열리지 않았습니다

2026년 8월 24일 · 한국

시속 178.7㎞로 되돌아온 공이 투수의 얼굴을 정면으로 맞혔습니다.

선수는 마운드에 쓰러졌고, 그를 태울 구급차는 외야 담장 바깥에 서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문이 곧바로 열리지 않았습니다.

중계 화면에 잡힌 그 장면이 논란이 됐습니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3줄 요약
1. 임지민이 아래턱뼈 분쇄골절로 수술을 받았습니다
2. 던진 공 152㎞, 되돌아온 공 178.7㎞
3. 구급차가 들어오기까지 2분 20초 걸렸습니다

9회말 2사 2루, 6구째 152㎞

지난 14일 부산 사직구장, NC가 롯데에 9-6으로 앞선 9회말이었습니다. 임지민은 8회말에 이어 마운드를 지키고 있었습니다. 유강남을 공 세 개로 삼진 처리하고 황성빈까지 헛스윙 삼진으로 잡아내, 남은 아웃카운트는 하나였습니다.

나승엽에게 안타를 맞고 폭투로 주자를 2루까지 보낸 뒤 만난 타자가 빅터 레이예스였습니다. 레이예스는 파울로 끈질기게 버텼습니다. 승부를 가른 건 6구째, 몸쪽으로 들어간 시속 152㎞ 패스트볼이었습니다.

레이예스가 이 공을 강하게 받아쳤고, 타구는 투수 얼굴 정면으로 날아갔습니다. 이때 타구 속도가 시속 178.7㎞로 측정됐습니다. 던진 공보다 26㎞ 넘게 빠른 공이 그대로 되돌아온 셈입니다. 투수판에서 홈 플레이트까지가 18.44m이니, 이 속도라면 그 거리를 지나오는 데 0.4초가 걸리지 않습니다. 공을 던진 자세에서 피할 수 있는 시간이 아닙니다. 임지민은 그대로 마운드에 쓰러졌고, 타구를 친 레이예스도 1루에 도착한 뒤 헬멧을 벗지 못한 채 마운드 쪽만 바라봤습니다.

문은 왜 바깥쪽에서만 열리나

임지민은 입가에서 피를 흘렸지만 의식을 잃지는 않았습니다. 들것에 눕지 않고 스스로 일어나 구급차에 올랐습니다. 문제는 그 구급차가 그라운드로 들어오는 과정이었습니다.

중계 카메라에 사직구장 외야 출입문이 곧바로 열리지 않는 듯한 모습이 잡혔습니다. NC 좌익수 이우성까지 달려가 직접 문을 열어보려 했고, 선수단과 관중은 그 장면을 지켜봐야 했습니다.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롯데 구단 관계자는 "선수 보호를 위해 구장 바깥쪽에서만 펜스가 열리는 구조"라며, 응급 처치를 하는 사이 2분 20초 만에 구급차가 투입돼 늦은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습니다.

이 구조에는 이유가 있습니다. 안쪽으로 열리는 문은 수비하던 선수가 전력으로 부딪혔을 때 그대로 열려버릴 수 있습니다. 평소에는 선수를 지키는 설계가, 다친 선수를 빨리 내보내야 하는 순간에는 반대로 작동한 셈입니다.

2분 20초를 어떻게 볼지는 사람마다 다를 수 있습니다. 그라운드에서 응급 처치가 이미 진행되고 있었다는 점을 보면 짧은 시간이고, 화면으로 지켜본 사람에게는 한없이 길게 느껴졌을 겁니다. 다만 이 장면에서 확인할 것은 문이 몇 초 만에 열렸느냐가 아니라, 같은 일이 또 벌어졌을 때 그 문을 열 사람이 바깥에 미리 서 있느냐입니다.

타박상이 아니라 분쇄골절이었습니다

경기 당일 NC가 밝힌 1차 소견은 안면부 타박상이었습니다. 정밀 검진 결과는 그보다 무거웠습니다. 이튿날 구단은 아래턱뼈 분쇄골절과 입안 열상으로 진단됐다고 발표했고, 임지민은 18일 수술을 마쳤습니다. 복귀 시점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습니다.

투수가 타구에 얼굴을 맞는 일이 KBO리그에서 처음은 아닙니다. 2024년 8월 24일 창원에서 KIA 제임스 네일이 맷 데이비슨의 직선타에 턱을 맞아 턱관절이 부러졌고, 그대로 정규시즌을 접었습니다. 네일은 수술과 재활을 거쳐 그해 한국시리즈 마운드에 다시 올랐고, KIA는 우승했습니다.

같은 부위에 비슷한 사고였지만, 결과가 어디로 갈지는 그때그때 다릅니다. 지금 확인된 것은 진단명과 수술 날짜까지입니다.

아무도 웃지 않은 9-8

임지민은 2022년 NC에 입단해 올해 49경기에 나서며 최근 마무리를 맡아 왔습니다. 이날은 1이닝 2실점을 기록했는데, 경기가 NC의 9-8 승리로 끝나면서 승리투수가 됐습니다. 구급차에 실려 나간 선수가 그날의 승리투수로 남은 겁니다.

이 승리로 NC는 6위 한화와의 격차를 0.5경기로 좁혔습니다. 그런데도 선수단은 승리 세리머니를 하지 않았습니다. OSEN 보도에 따르면 이호준 감독은 "임지민 선수의 부상이 걱정된다"고 했고, 3안타 3타점을 친 박건우는 "마지막 아웃카운트를 남기고 부상을 당해서 너무 안타깝다"고 말했습니다. 결승 득점을 올린 천재환은 "누가 말하지 않았지만 세리머니도 일부러 하지 않았다"고 했습니다.

경기 결과보다 오래 남는 장면이 있습니다. 이날 사직구장에서는 그게 스코어보드가 아니라 열리지 않던 문이었습니다. 같은 일이 다시 벌어진다면, 그때는 그 문이 몇 초 만에 열리는지를 보게 될 겁니다.

참고

  • 연합뉴스, 중앙일보, 엑스포츠뉴스, OS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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