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방공 무기가 부족하다며 우리 정부에 도움을 요청했습니다.
그런데 며칠 뒤 국내 뉴스에는 우크라이나가 말한 적 없는 특정 무기 이름 하나가 떠올랐습니다. '천궁-2'입니다.
요청과 뉴스 사이의 이 간극은 어디서 생겼을까요.
3줄 요약
1. 천궁-2 지원은 정부 결정이 아닌 의원 제안입니다
2. 북한군 2만 명 파병, 최대 5만 명이 거론됩니다
3. 정부는 아직 지원 방침을 밝히지 않았습니다
8월 18일, 국회 소통관에서 나온 이야기
간극을 만든 건 기자회견 하나였습니다.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유용원 국민의힘 의원이 8월 18일 오전 10시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를 향해 우크라이나 방공무기 지원 방안을 적극 검토해 달라고 촉구했습니다. 군사전문기자 출신인 그는, 젤렌스키 대통령이 대통령실 연설에서 "우리가 부족한 방공 무기시스템 분야에서 대한민국의 지원을 받고자 한다"고 밝힌 사실을 언급하며 발언을 시작했습니다. 이번 요청에서 우크라이나 측이 천궁-2를 콕 집어 지목하지는 않았습니다. 기종을 특정한 쪽은 유 의원입니다.
우리 정부는 그동안 우크라이나에 인도적·비군사적 지원은 하되, 살상용 무기는 직접 제공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지켜왔습니다. 유 의원도 이 원칙을 정면으로 뒤집자는 건 아니라고 선을 그었습니다. 그는 "지금 당장 공격용 무기를 지원하자는 것은 아니다"라며, 우크라이나가 요청한 방공체계는 "상대를 공격하기 위한 무기가 아니라 미사일과 드론 공격으로부터 자국민의 생명과 국가 기반시설을 보호하기 위한 대표적인 방어무기"라고 설명했습니다.
이날 그가 정부에 요구한 건 무기 지원 하나가 아니라 네 갈래였습니다. 우방국과 함께 전훈분석단 — 전쟁에서 얻은 교훈을 분석하는 조직입니다 — 을 파견해 북한군 무기체계를 들여다보는 것, 인도적 지원을 늘려 재건 참여의 발판을 마련하는 것, 북한군 포로 송환에 힘쓰는 것, 그리고 북한 파병과 북·러 협력 확대에 맞서 국제 공조를 강화하는 것까지였습니다. 그만큼 이번 제안은 무기 하나로 끝나는 이야기가 아니라, 우크라이나 전쟁을 대하는 정부의 태도 전반을 다시 짚어보자는 취지에 가깝습니다.
왜 하필 '천궁-2'일까요
천궁-2는 우리 군이 보유한 미사일방어체계의 핵심 국산 전력자산으로 꼽히는 중거리 지대공유도무기입니다. 날아오는 미사일이나 드론을 요격하는 무기이지, 상대 지역을 직접 타격하는 무기가 아닙니다. 유 의원이 이 기종을 콕 집은 첫 번째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방어용 요격무기라면, 정부가 지켜온 "살상무기는 지원하지 않는다"는 원칙과 충돌하지 않는다는 논리입니다.
두 번째 이유는 조금 더 실리적입니다. 유 의원 설명에 따르면 북한은 이미 KN-23·KN-24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140발 이상 우크라이나 전장에 실전 투입했고, 이를 통해 명중 정확도를 높여가고 있습니다. 우리 군 입장에서 이 미사일들은 언젠가 한반도를 겨눌 수 있는 위협이기도 합니다. 천궁-2를 우크라이나에 보내 이 미사일들과의 실전 교전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다면, 그 자체가 대북 미사일 방어 능력을 키우는 일이라는 게 유 의원의 주장입니다.
결국 논리는 두 겹으로 쌓여 있습니다. 하나는 "공격이 아니라 방어"라는 무기의 성격이고, 다른 하나는 "북한이 실전에 쓰는 바로 그 미사일과 맞서볼 기회"라는 데이터의 가치입니다. 이번 발표에서 가장 눈여겨볼 만한 대목이 이 두 번째입니다. 인도적 명분이 아니라 우리 군의 실익으로 지원을 설명한다는 점에서, 기존 논쟁과 결이 다릅니다. 다만 두 논리 모두 아직은 유 의원 개인의 주장입니다.
배경엔 북한군 추가 파병 이야기가 있습니다
북한은 2024년 러시아와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관계에 관한 조약'을 맺은 뒤 약 2만 명의 병력과 탄도미사일, 포탄을 러시아에 지원해 왔습니다. 최근에는 3만 명에서 최대 5만 명에 이르는 병력이 추가로 파병될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습니다.
유 의원은 이 병력이 실전 경험을 쌓고 검증된 무기체계까지 갖춘 채 돌아올 경우, 결국 한반도를 겨누는 위협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습니다. 그가 이 대목에서 든 사례가 하나 있습니다. 독일에서 열린 미군과 우크라이나군의 합동훈련 '컴바인드 리졸브'에서, 미군 기갑여단이 우크라이나군 무인체계 연대의 드론 공격에 단시간 만에 무너졌다는 것입니다. 실제 전투가 아니라 모의훈련이었고, 격파 판정을 받은 장비는 규칙에 따라 다시 훈련에 투입됐습니다. 그럼에도 세계 최강으로 꼽히는 군대가 드론 앞에서 그렇게 흔들렸다면, 실전에서 드론전을 익혀 가는 북한군을 상대할 대책도 지금부터 마련해야 한다는 게 그의 주장입니다.
아직 정해진 건 없습니다
여기까지가 이날 기자회견의 내용입니다. 다만 분명히 해 둘 것이 있습니다. 이는 정부의 결정이 아니라 국회의원 한 명의 제안입니다. 정부는 지금까지 인도적·비군사적 지원 원칙을 재확인해 왔을 뿐, 이 제안을 받아들이겠다는 입장을 밝힌 적은 없습니다. 유 의원은 헌법 제5조의 "국제평화의 유지에 노력하고 침략적 전쟁을 부인한다"는 문구까지 인용하며 결단을 촉구했지만, 이 역시 그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근거일 뿐입니다.
정부 입장에서 보면 고민이 간단하지 않습니다. 러시아와 등을 지는 선택은 북한·러시아 밀착이 이미 진행 중인 상황에서 새로운 외교적 부담을 만들 수 있습니다. 반대로 우크라이나의 요청을 계속 원칙론으로만 응대하면, 안보 상황이 달라졌는데도 태도만 그대로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습니다. 이 양쪽을 저울질하는 몫은 결국 정부에 있습니다.
앞으로 국회 국방위원회를 중심으로 관련 논의가 이어질 가능성은 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천궁-2가 우크라이나에 지원될지, 정부가 기존 원칙을 바꿀지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습니다. '천궁-2'라는 이름이 뉴스에 오르내린다고 해서, 그것이 곧 지원이 결정됐다는 뜻은 아닙니다.
참고
- 펜앤마이크, 데일리경제, 경인방송, 브레이크뉴스, 이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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