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와 방위사업청에 새 조직이 생겼습니다.
이름부터 핵추진잠수함사업단, 핵추진잠수함정책기획단입니다.
그런데 이게 정말 핵무기를 갖겠다는 뜻일까요.
3줄 요약
1. 원자로로 가는 것과 핵무기는 다릅니다
2. 8월 14일 국방부·방사청에 전담 조직이 섰습니다
3. 연료 확보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습니다
정책은 국방부, 사업은 방사청
8월 11일 국무회의에서 국방부와 방위사업청의 직제 개정안이 의결됐고, 8월 14일부터 시행에 들어갔습니다. 지난 5월 발표된 '대한민국 핵추진잠수함 개발 기본계획'을 실제 사업으로 옮기기 위한 조직 기반입니다.
역할은 둘로 나뉩니다. 국방부의 핵추진잠수함정책기획단은 특별법 만들기, 미국·국제원자력기구와의 협의, 원자력 안전 규제 틀 마련 같은 제도 쪽을 맡습니다. 방위사업청은 기존 한국형잠수함사업단을 핵추진잠수함사업단으로 키워, 잠수함 설계·건조와 잠수함용 원자로 개발이라는 물건 쪽을 맡습니다.
서두르는 이유는 북한 잠수함입니다. 바닷속에 들어간 잠수함은 위치를 짚기 어렵고, 미사일을 쏘는 발사대 자체가 계속 움직입니다. 그 뒤를 며칠씩 놓치지 않고 따라붙으려면, 오래 잠겨 있고 빠르게 달릴 수 있는 배가 필요하다는 판단입니다.
2003년에도 시도했다가 멈췄습니다
핵잠수함을 향한 시도가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2003년 노무현 정부 시절, 충남 계룡대 해군본부의 작은 단층 건물에서 '362 사업'이 비밀리에 시작됐습니다. 열 명 남짓이 모여 4천 톤급 3척, 3조 5천억 원 규모 계획을 세우고 개념설계까지 마쳤지만 중단됐습니다. 왜 멈췄는지는 KBS 1TV '시사기획 창'이 8월 18일 방송에서 다뤘습니다.
이번에는 무엇이 다를까요. 정부가 5월에 내놓은 기본계획은 원칙을 다섯 가지로 못 박았습니다. 연료는 저농축 우라늄을 쓰고 연료 교체를 최소화하도록 오래 도는 원자로를 만들 것, 국내 조선소와 기술진이 직접 설계하고 건조할 것, 국내 원자력·조선 분야의 민간 기술을 끌어다 쓸 것, 설계부터 폐선·해체까지 전 생애를 한 체계에서 관리할 것, 그리고 단계적으로 전력화할 것. 목표는 2030년대 중반 1번함 진수, 2030년대 후반 이후 실전 배치입니다.
두 번째와 세 번째 원칙이 특히 중요합니다. 배를 밖에서 사 오는 게 아니라 국내에서 만들겠다는 뜻이고, 그래서 이 사업이 조선·원자력 업계 전체의 일이 됩니다. 정부가 약 40년짜리 국가 프로젝트라고 부르는 것도 그래서입니다.
핵무기가 아니라 동력 방식입니다
북한 외무성은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한국의 핵잠수함 계획이 '핵 도미노 효과'를 부를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정부의 설명은 다릅니다. 핵추진은 배를 움직이는 힘을 원자로에서 얻는다는 뜻이고, 핵무장은 핵탄두를 실었다는 뜻입니다. 엔진 이야기와 무기 이야기가 섞여 있는 셈입니다.
가르는 것은 연료입니다. 잠수함 원자로에 넣는 것은 농축도 20% 미만의 저농축 우라늄이고, 핵무기에는 그보다 훨씬 높게 농축한 우라늄이 들어갑니다. 원자로를 오래 돌릴 수 있어 잠항 시간이 길어지고 기동이 빨라지는 것과, 핵무기를 갖느냐 마느냐는 별개의 문제입니다.
여기에 더해, 최근 나온 책 한 권은 이 배를 다르게 봅니다. 한국핵안보전략포럼이 펴낸 『한국의 핵안보 프로젝트 5』는 한국이 먼저 확보할 전력으로 핵탄두를 실은 잠수함이 아니라 재래식 무기만 싣고 상대 잠수함을 쫓는 잠수함을 제시합니다. 정부 계획과는 별개인 이 책의 주장입니다. 무인잠수정을 여러 대 데리고 먼 바다에 오래 머무는 모선 역할까지 하려면 핵추진의 지속성이 필요하다고도 짚습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부소장은 이 책에서 "핵무장을 한 잠수함을 어떻게 찾아내고, 놓치지 않고, 끝까지 추적할 것인가"가 앞으로의 과제라고 말합니다.
관건은 연료, 아직 협의 중입니다
저농축 우라늄을 손에 쥐는 일 자체가 만만치 않습니다. 현행 한미 원자력협정은 군사 목적의 핵 이용을 제한하고 있어, 협정을 손보든 별도의 틀을 만들든 미국과의 합의가 있어야 합니다. 국제원자력기구와의 안전조치 협의도 함께 마쳐야 합니다. 정부가 지금까지 밝힌 것은 연료를 어떻게 조달할지 한미가 긴밀히 협의하기로 했다는 수준입니다. 어떤 방식으로 풀지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습니다.
앞서 언급한 책은 한국이 선체와 원자로 설계·건조를 맡고 미국이 연료와 제도적 틀을 대는 '한국 건조·미국 연료 공급' 모델을 대안으로 내놓습니다. 다만 이 책도 정치적 합의만으로 끝날 문제가 아니라고 봅니다. 미국 원자력법과 의회 심사, 별도의 해군 원자력 협력 체계, 기술보호와 비확산 문제가 줄줄이 걸려 있기 때문입니다.
제도 쪽은 한 걸음 나갔습니다. 「핵추진잠수함의 획득·운영 및 안전관리 등에 관한 특별법」은 2026년 7월 29일 입법예고됐습니다. 법안이 공개돼 의견을 받는 단계이지, 국회를 통과한 것은 아닙니다.
앞으로 이 사업이 어디까지 왔는지 알고 싶다면 볼 곳은 정해져 있습니다. 특별법이 국회 문턱을 넘었는지, 그리고 연료 조달 방식에 한미가 합의했는지. 진수 목표 연도나 일자리 숫자보다 이 둘이 먼저입니다.
참고
- reviewtimes.co.kr, 국제뉴스, KBS 뉴스, kmaeil.com, 한국대학신문,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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