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에게 9440억원을 주라는 판결에 불복했습니다.
기한 마감까지 1분 남은 시점이었습니다. 그때까지 양측은 돈을 어떻게 주고받을지를 놓고 협의하고 있었습니다.
9년 끌어온 소송이 다시 대법원으로 갔습니다. 무엇이 걸려서 끝나지 않았을까요.
3줄 요약
1. 최태원 회장은 9440억 판결에 재상고했습니다
2. 주식 섞어 주겠다 vs 현금만, 여기서 갈렸습니다
3. 확정 다음 날부터 연 5% 이자가 붙습니다
갈라선 지점은 금액이 아니라 지급 방식이었습니다
이번 재상고에서 눈여겨볼 대목은 다투는 대상이 9440억원이라는 금액 자체가 아니라는 점입니다.
머니투데이 보도에 따르면 최 회장 측은 애초 재상고하지 않고 돈을 마련해 지급하는 쪽을 여러 방향으로 검토했습니다. 문제는 시간이었습니다. 판결은 지난달 24일에 나왔고, 몇 주 사이에 9440억원을 현금으로 만들어내기는 어려웠던 것으로 전해집니다.
먼저 검토한 방법은 SK㈜ 지분 매각이었습니다. 하지만 대주주가 지분을 한꺼번에 대량으로 내다 팔면 주가에 미치는 충격이 큽니다. 그래서 최 회장 측은 노 관장 측에 주식과 현금을 적절히 섞어 지급하겠다고 제안했습니다. 주가가 떨어지면 떨어진 만큼도 보장하겠다는 조건까지 붙였다고 합니다.
노 관장 측은 이 제안을 최종 거부했습니다. 전액 현금이라는 입장을 굽히지 않았습니다. 협의가 깨지고 나서야 최 회장 측은 상고장을 냈습니다. 대리인단은 "여러 사정을 고려해 고심 끝에 상고장을 제출했다"며 "주주들과 그룹 경영에 대한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왜 회사 주식이 나눌 재산이 됐을까요
이혼할 때 나누는 재산은 부부가 결혼 생활 동안 함께 만든 재산입니다. 서울고법 재판부는 최 회장이 가진 SK 주식도 여기 들어간다고 봤습니다.
주식은 최 회장 이름으로 샀습니다. 그런데 재판부는 그 가치가 불어나는 과정에 노 관장의 가사와 자녀 양육, SK그룹 관련 대외 활동도 몫이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경향신문이 전한 설명은 이렇습니다. "혼인기간 중 최태원의 경영 활동으로 보유 주식 가치가 크게 늘어났고 여기에는 노소영의 가사, 양육, SK그룹에 관한 대외적 활동도 기여한 바가 있다."
누구 이름으로 돼 있느냐보다 그 값어치가 누구 덕에 늘었느냐를 따진 것입니다. 결론은 주식은 최 회장이 그대로 갖고, 노 관장 몫에 해당하는 만큼을 현금으로 주라는 것이었습니다. 노 관장의 기여도는 3분의 1로 인정됐습니다.
주식값을 매긴 기준일은 2024년 4월 16일입니다. 지금 주가가 아니라 그날 주가로 계산했다는 뜻입니다. 노태우 전 대통령의 비자금 300억원이 SK 성장에 보탬이 됐다는 부분은 이번 분할 비율 계산에서 빠졌습니다. 불법 자금인 이상 그 전부를 노 관장의 기여로 볼 수 없다는 것이 대법원의 판단이었기 때문입니다.
대법원은 사실을 다시 따지지 않습니다
여기서 알아둘 것이 하나 있습니다. 이번에 대법원이 하는 일은 누가 얼마나 기여했는지를 처음부터 다시 조사하는 것이 아닙니다.
대법원은 아래 법원이 법을 잘못 적용했는지만 봅니다. 증인을 부르거나 사실관계를 새로 캐는 곳이 아닙니다. 그래서 SK 주식을 나눌 재산으로 본 판단, 3분의 1이라는 비율을 정한 방식이 법에 어긋나는지가 이번 쟁점이 됩니다. 법조계에서는 뚜렷한 법 적용 잘못이 없으면 이번 판결이 그대로 확정될 가능성이 크다고 봅니다. 아직 결론은 나오지 않았습니다.
시간을 끄는 쪽이 무조건 유리하지도 않습니다. 판결이 확정되면 그다음 날부터 못 준 금액에 연 5% 이자가 붙도록 판결문에 적혀 있습니다.
9년을 끌어온 소송이 지나온 길
두 사람은 1988년 9월 청와대에서 결혼했습니다. 노태우 전 대통령이 취임한 해였습니다. 2015년 최 회장이 혼외자의 존재를 알리며 이혼 의사를 밝혔고, 2017년 이혼 조정을 신청했지만 불발돼 정식 재판으로 넘어갔습니다. 2019년 노 관장은 위자료 3억원과 SK 주식 648만여 주를 나눠 달라는 맞소송을 냈습니다.
이후 판단은 재판마다 크게 흔들렸습니다.
| 재판 | 위자료 | 재산분할 |
|---|---|---|
| 1심 | 1억원 | 현금 665억원 |
| 2심 | 20억원 | 1조3808억원 |
| 다시 연 재판 | — | 현금 9440억원 |
2심이 1조3808억원까지 올린 이유는 노태우 전 대통령의 비자금이 SK 성장에 기여했다고 인정했기 때문입니다. 대법원은 이 부분을 받아들이지 않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습니다. 그렇게 다시 열린 재판에서 나온 숫자가 9440억원입니다. 1심의 14배, 2심의 3분의 2쯤 되는 금액입니다.
숫자만 보면 오르내린 것 같지만, 심급마다 달라진 것은 결국 하나입니다. 주식 가치가 늘어난 과정에 누구의 몫이 얼마나 있었다고 볼 것인가. 그 답이 665억과 1조3808억 사이 어딘가에서 계속 움직여 왔고, 지금은 9440억에 멈춰 있습니다.
참고
- MBC, 머니투데이,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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