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하면 재산을 나누고 양육비를 정합니다.
그런데 배우자가 20년, 30년 부어온 국민연금은 어떻게 될까요. 서류에 적힌 혼인 기간만큼 당연히 나눠 받는 걸까요.
최근 나온 법원 판결 하나가 그 답이 생각보다 까다롭다는 걸 보여줬습니다.
3줄 요약
1. 이혼했다고 배우자 연금이 저절로 나뉘지 않습니다
2. 공단은 83개월로 봤지만 법원은 5년 미만이라 봤습니다
3. 이번 판결은 1심이라 상급심에서 달라질 수 있습니다
이혼했다고 연금이 저절로 나뉘지 않습니다
국민연금에는 분할연금이라는 제도가 있습니다. 이혼한 배우자가 상대방이 부어온 국민연금 중 혼인 기간에 해당하는 몫을 나눠 받는 제도입니다. 다만 조건이 붙습니다.
| 요건 | 내용 |
|---|---|
| 혼인 기간 | 5년 이상(별거·가출 기간 제외) |
| 상대방 | 전 배우자가 노령연금 수급자일 것 |
| 나이 | 본인이 출생연도별 지급개시 연령에 도달할 것 |
세 번째 줄을 특히 잘못 아는 분이 많습니다. 예전에는 60세였지만 지금은 태어난 해에 따라 61세에서 65세 사이로 다릅니다. "60세면 되는 줄 알았다"가 통하지 않습니다.
여기서 놓치기 쉬운 게 하나 더 있습니다. 분할연금은 가만히 있으면 나오지 않습니다. 이혼했다고 국민연금공단이 알아서 몫을 떼어주는 게 아니라, 자격을 갖춘 사람이 직접 청구해야 심사가 시작됩니다. 청구에는 기한도 있어서, 받을 권리가 생긴 뒤 5년 안에 청구해야 합니다. 이혼한 지 3년 안이라면 나중에 받을 것을 미리 신청해 두는 것도 가능합니다.
또 하나, 이혼할 때 정리하는 재산분할과 분할연금은 서로 다른 절차입니다. 이혼 과정에서 집이나 예금을 나눴다고 국민연금까지 함께 정리된 것이 아닙니다. 분할연금은 국민연금법이 따로 정한 별개의 청구이고, 시점도 이혼 당시가 아니라 청구인이 위 연령에 도달하는 때입니다. 그래서 이혼하고 수십 년이 지난 뒤에야 이 문제가 불거지곤 합니다.
혼인신고 8년, 법원이 인정한 기간은 3년 9개월
최근 서울행정법원이 다룬 사건(2025구합461)이 이 기준을 정확히 보여줍니다. A씨와 B씨는 1992년 6월 혼인해 2000년 2월 협의이혼했습니다. 서류상 혼인 기간만 보면 8년에 가깝습니다.
A씨는 1989년부터 2015년까지 국민연금에 가입했고, 2018년부터 노령연금을 받아왔습니다. B씨는 2024년, 공단에 A씨의 노령연금에 대한 분할연금을 청구했습니다. 공단은 두 사람의 혼인 기간을 83개월로 계산하고, 그 기간에 해당하는 연금액의 절반을 B씨 몫으로 정했습니다. 전 배우자의 연금 전체가 아니라 혼인 기간에 해당하는 부분만 나눈다는 점도 자주 오해받는 대목입니다.
A씨는 이 계산에 동의하지 않았습니다. 1995년 무렵 B씨가 집을 나가 별거가 시작됐으니 실제로 함께 산 기간은 5년이 안 된다는 주장이었습니다. 국민연금심사위원회는 주민등록이 말소돼 있던 약 3개월만 빼주고 나머지는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재심사청구도 기각되자 A씨는 행정소송을 냈습니다.
법원은 이번에는 A씨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재판부는 1996년 3월 이후로는 사실상 부부 관계가 끝났다고 봤습니다. 그 기준으로 다시 계산하면 실제 혼인 기간은 5년에 못 미치는 3년 9개월가량이었고, B씨는 분할연금을 받을 자격 자체가 없다는 결론이었습니다.
법원은 무엇을 보고 "별거"를 확인했나
재판부가 근거로 든 것은 감정이 아니라 기록이었습니다. 두 사람의 주민등록이 1996년 3월 직권말소됐습니다. 본인이 신고하지 않아 행정기관이 직접 등록을 지운 것으로, 그 주소에 실제로 살지 않았다는 뜻입니다. 그 뒤로 두 사람이 같은 주소에 등록된 적은 없었습니다.
연락하거나 오간 정황도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별거 이후 아이를 키운 쪽은 A씨였고 B씨는 양육비를 낸 적이 없었습니다. 시어머니를 통해 아이 옷가지를 간간이 전달한 정도로는 혼인 관계가 유지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눈여겨볼 대목은 여기입니다. 법령에는 혼인 기간에서 빼는 사유로 실종이나 거주불명 같은 항목이 적혀 있는데, 재판부는 이것이 예시일 뿐이라고 못 박았습니다. 목록에 없다고 안 되는 게 아니라는 뜻입니다. 그래서 동거 여부, 교류 여부, 양육비 지급 여부를 종합해 별거 기간을 스스로 판단했습니다. 서류에 적힌 혼인 기간이 아니라 실제로 같이 산 기간을 본 셈입니다.
아직 확정된 결론은 아닙니다
이번 판결은 서울행정법원의 1심입니다. 상급심에서 그대로 유지될지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습니다. 이 사건 하나로 "별거 기간은 무조건 혼인 기간에서 빠진다"고 단정하기는 이릅니다.
다만 방향은 분명합니다. 분할연금을 청구하려는 입장이라면 혼인신고서상 기간만으로는 부족할 수 있습니다. 같은 주소에 함께 등록돼 있었는지, 생활비나 양육비가 오갔는지 — 실제로 부부로 살았다는 흔적을 뒷받침할 자료를 미리 챙겨두는 편이 낫습니다. 반대로 오래 별거한 끝에 이혼했다면, 서류상 기간만 보고 연금이 반으로 줄 것이라 지레 걱정할 일도 아닙니다.
두 경우 모두 결국 기록 싸움입니다. 액수와 기간 계산은 사안마다 달라지니, 국민연금공단이나 전문가를 통해 개별적으로 확인하는 쪽이 안전합니다.
참고
- 조세금융신문, 더팩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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