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노태우 전 대통령의 배우자 김옥숙 여사의 연희동 자택을 압수수색했습니다.
함께 수색 대상에 오른 곳은 아들이 이사장을 맡은 문화재단과 옛 비서관들의 자택이었습니다.
그런데 검찰이 들여다보는 돈은 이혼소송에서 다투던 그 돈이 아닙니다. 왜 다른 돈일까요.
3줄 요약
1. 검찰이 김옥숙 여사 자택을 압수수색했습니다
2. 메모엔 904억, 재단 출연금은 152억입니다
3. 세탁 여부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습니다
연희동 자택부터 재단 사무실까지
서울중앙지검 범죄수익환수부(부장검사 소정수)는 8월 21일 오전부터 노태우 전 대통령 일가의 비자금 은닉 의혹과 관련해 김옥숙 여사가 머무는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사저를 압수수색했습니다. 적용된 혐의는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과 조세포탈입니다.
같은 시각 수색 대상에는 노 전 대통령의 아들 노재헌 주중한국대사가 이사장으로 있는 동아시아문화재단, 그가 상임이사를 맡은 노태우센터, 그리고 과거 비자금 조성 과정에서 차명계좌를 제공했다는 의혹을 받는 당시 비서관들의 자택도 포함됐습니다. 검찰은 김 여사가 고령인 점을 고려해 현장에 검사와 여성 수사관들을 보냈습니다.
이혼소송에서 나온 '김옥숙 메모'
이 의혹이 세상에 알려진 계기는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이혼(재산분할) 소송이었습니다. 2024년 5월 항소심에서 노 관장 측은 SK그룹이 성장한 배경에 노 전 대통령 일가의 도움이 있었다는 취지로, 김옥숙 여사가 썼다는 이른바 '김옥숙 메모'를 증거로 냈습니다. 함께 제출된 것은 50억 원짜리 약속어음 6장의 사진 일부였습니다.
메모는 한 장짜리 쪽지가 아닙니다. '선경 300억'이라는 항목과 함께 '맡긴 돈 667억+90억' 같은 구체적인 액수가 적혀 있었고, 언론이 여러 건으로 나눠 보도해 온 이 문서들의 자금 내역을 모두 더하면 904억 원이 됩니다.
| 항목 | 금액 |
|---|---|
| 메모 속 전체 자금 규모 | 904억 원 |
| 이혼소송에서 다툰 선경 관련 자금 | 300억 원 |
노 관장 측 주장은 이랬습니다. 노 전 대통령의 자금 300억 원이 사돈인 최종현 전 SK그룹 회장에게 전달돼 태평양증권 인수 등 선경그룹 경영활동에 쓰였고, 이게 SK 성장의 종잣돈이 됐다는 것입니다. 2심 재판부는 이 주장을 받아들여 노 관장의 기여를 크게 인정했습니다.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습니다. 그 300억 원의 출처가 노 전 대통령이 재직 중 받은 뇌물로 보인다면서, 설령 실제로 돈이 전달됐다 하더라도 불법 자금이라 법적으로 보호할 가치가 없다고 본 것입니다. 사건은 서울고법으로 돌아갔고, 지난 7월 24일 파기환송심은 최 회장이 노 관장에게 9,440억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습니다. 300억 원은 재산분할 계산에서 빠졌습니다.
재판에서 다툰 300억, 수사가 쫓는 152억
재판은 그렇게 정리됐지만, 검찰 수사는 처음부터 별개의 트랙이었습니다. 5·18기념재단은 2024년 10월 노 전 대통령 일가가 비자금을 은닉하고 세금을 포탈했다는 취지의 고발장을 냈고, 시민단체 '군사정권 범죄수익 국고환수 추진위원회'와 대한민국 헌정회 이희규 미래전략특별위원회 위원장도 같은 취지로 고발했습니다. 이번 압수수색은 그 고발로부터 1년 10개월 만입니다. 검찰은 고발인 조사를 마친 뒤 약 1년간 자금 흐름을 분석했고, 그 끝에 강제수사로 넘어왔습니다.
여기서 갈라지는 지점이 있습니다. 검찰이 재단 사무실까지 뒤진 이유는 300억 원이 아니라 다른 돈 때문입니다. 고발장에는 김 여사가 2016년부터 2021년까지 동아시아문화재단에 총 147억 원을, 2022년엔 노태우센터에 5억 원을 기부했다는 내용이 담겼습니다. 이를 더하면 152억 원. 검찰은 이 152억 원이 재단 출자금으로 세탁된 것은 아닌지 의심하고 있습니다. 5·18기념재단은 은닉된 전체 비자금 규모를 1266억 원대로 추정합니다.
이번 발표에서 눈여겨볼 만한 건 이 두 숫자의 성격 차이입니다. 300억 원은 밖으로 나간 돈이고, 152억 원은 안에 남아 이름을 바꾼 돈입니다. 앞의 것은 이미 법정에서 판단이 끝났고, 뒤의 것은 이제 막 들여다보기 시작했습니다.
아직 남은 것
자금 흐름을 거슬러 올라가는 작업 자체가 만만치 않습니다. 1993년 금융실명제 시행 이전의 거래는 구체적인 명의를 확인하기가 사실상 어렵습니다. 30년이 훌쩍 지난 자금이라 분석 대상 자료도 광범위했습니다. 검찰이 고발 접수 이후 1년 넘게 분석에만 매달린 이유입니다.
앞으로 무엇을 보면 될까요. 첫째는 소환 대상의 범위입니다. 검찰은 압수물 분석을 마치는 대로 관련자들을 부를 예정인데, 여기에 재단 실무자만 포함되는지 일가 본인들까지 포함되는지가 수사의 무게를 보여줍니다. 둘째는 적용 혐의가 유지되는지입니다. 범죄수익은닉규제법과 조세포탈은 성립 요건이 다르고, 한쪽이 빠지면 사건의 성격이 달라집니다.
지금까지 나온 것은 강제수사의 착수일 뿐입니다. 152억 원이 실제로 세탁된 자금인지, 관련자들에게 어떤 책임이 돌아갈지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습니다. 압수물 분석과 소환조사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이 사건에 대해 말할 수 있는 것은 검찰이 무엇을 의심하고 있는지까지입니다.
참고
- 연합뉴스TV, 중앙일보, KBS 뉴스, 문화일보, 연합뉴스, 세계일보, 한겨레, SBS, YTN, MBC 뉴스, 조선일보, 뉴스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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