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지난 21일 장 마감 뒤, 올해 들어 가장 큰 규모의 주주환원 계획을 내놓았습니다.
그런데 다음 거래일인 24일, 주가는 개장부터 밀리기 시작해 8.70% 떨어진 25만7000원으로 마감했습니다.
역대급 액수를 발표한 직후에 왜 이렇게 됐을까요.
3줄 요약
1. 110조 환원 발표 다음 거래일, 주가는 8.7% 내렸습니다
2. 확정된 현금배당은 30조원, 나머지는 미정입니다
3. 액수보다 자사주를 태우는지를 봐야 합니다
소각이 빠졌다는 한 문장
24일 오전 9시14분, 삼성전자는 전 거래일보다 5.24% 떨어진 26만6750원에 거래되고 있었습니다. 낙폭은 장이 진행될수록 커져 종가는 8.70% 내린 25만7000원이었습니다.
시장이 실망한 지점은 액수가 아니라 구성이었습니다. 이번 환원안에 자사주 소각이 빠졌다는 점, 그리고 현금 배당을 뺀 세부 내용이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는 점이 급락의 배경으로 지목됐습니다.
여기서 두 단어를 나눠 볼 필요가 있습니다. 회사가 자기 주식을 사들이는 매입과, 사들인 주식을 없애 버리는 소각은 다릅니다. 매입만 하면 그 주식은 회사 금고에 남아 있고, 나중에 다시 시장에 나올 수 있습니다. 반면 소각하면 주식 수 자체가 영구히 줄어듭니다. 같은 이익을 더 적은 주식으로 나누게 되니 한 주의 몫이 커집니다. 발표 액수가 아무리 커도 소각이 없으면, 주주 입장에서는 "언젠가 되팔릴 수도 있는 물량"을 떠안는 셈입니다.
숫자로도 확인됩니다. 90조~110조원이라는 규모 가운데 이 시점에 확정된 것은 약 30조원의 현금배당이고, 나머지 구체안은 이후 이사회에서 정해질 사안입니다. 발표된 총액과 손에 잡히는 금액 사이에 이만한 거리가 있었습니다.
같이 밀린 건 삼성전자 한 종목만이 아니었습니다. 오전 같은 시각 삼성전자우선주는 6.76%, 삼성생명은 4.87%, 삼성물산은 5.06% 내렸습니다. 계열사 주가가 비슷한 폭으로 함께 움직인 하루였습니다.
발표 전후의 온도차도 뚜렷했습니다. SK증권 조준기 연구원은 "시장이 비우호적으로 반응하며 애프터마켓에서 금요일 정규장 중 올랐던 상승분을 전부 반납했다"고 짚었습니다. 21일 정규장은 발표 전이라 오른 채 끝났는데, 장이 끝나고 환원안이 공개되자 그 상승분이 그대로 사라졌다는 뜻입니다.
40조 전량 소각을 먼저 꺼낸 하이닉스
비교 대상이 하나 있습니다. SK하이닉스는 8월 19일, 40조원 규모의 자사주를 사들여 전량 소각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사는 데서 그치지 않고 태우겠다고 못을 박은 계획입니다.
24일 오전 9시14분 기준으로 SK하이닉스는 2.31% 오른 177만원에 거래되고 있었습니다. 온라인 주식 커뮤니티에서는 삼성전자에 대한 실망감에 SK하이닉스로 갈아탄다는 움직임도 나타났습니다. 다만 이 오름세가 하루를 버티지는 못했습니다. SK하이닉스도 그날 결국 3.41% 내린 167만1000원으로 마감했습니다. 아침에 갈렸던 두 종목의 방향은 장이 끝날 무렵 같은 쪽으로 모였습니다.
이 하루가 보여주는 건 그래서 "어느 회사가 이겼나"가 아닙니다. 장중 몇 시간의 흐름과 그날 종가는 다른 이야기라는 것, 그리고 그 사이에 기사 제목이 몇 번씩 바뀐다는 것입니다. 오전 시황을 보고 판단했다면 오후에는 다른 그림을 봤을 겁니다.
지수도 오전에는 엇갈렸습니다. 같은 시각 코스피는 0.63% 내린 6869.08, 코스닥은 1.29% 오른 812.27이었습니다. 매일경제는 8월 한 달 새 31% 오른 코스피를 두고 아직 안심하기엔 이르다고 짚기도 했습니다.
삼성전자가 앞으로 우선주를 중심으로 소각에 나설 수 있다는 보도도 나오고 있지만, 이는 아직 확정된 내용이 아닙니다. 어떤 카드가 실제로 나올지, 그때 시장이 이번과 다르게 반응할지는 다음 이사회 결정을 봐야 알 수 있습니다.
이번 발표에서 제일 눈여겨볼 만한 건 총액이 아니라 총액을 쪼갠 항목들입니다. 두 회사 중 어느 쪽 주식이나 그와 연관된 상품을 들고 있는 독자라면, 발표된 액수보다 그 안에 실제로 무엇이 담겼는지를 먼저 확인해 보는 게 이번 사례가 주는 실질적인 참고점입니다. 확정된 금액이 얼마인지, 자사주를 사는 데서 그치는지 태우는지 — 공시에는 그 구분이 적혀 있습니다.
참고
- 연합뉴스, 한겨레, 조선일보, 한국경제,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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