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8월 21일 이사회를 열고 90조~110조원 규모의 주주환원 방안을 의결했습니다.
그날 정규장에서 우선주인 삼성전자우는 8.26% 뛰었습니다. 보통주 삼성전자는 3.87% 오른 채 정규장을 마쳤지만, 발표가 나온 뒤 애프터마켓에서는 하락으로 돌아섰습니다.
같은 회사, 같은 날 나온 발표입니다. 두 주식의 표정이 왜 이렇게 갈렸을까요.
3줄 요약
1. 삼성전자 우선주가 정규장에서 8% 넘게 올랐습니다
2. 보통주는 정규장 3.87%, 시간외에선 하락했습니다
3. 확정된 건 3분기 30조원 현금배당뿐입니다
8.26%와 3.87%
이날 두 주식은 아침부터 다른 속도로 움직였습니다. 오전 9시 23분 삼성전자 보통주는 전일보다 0.28% 내린 27만250원, 삼성전자우는 3.45% 오른 19만7800원이었습니다(한국경제 보도). 한 시간 뒤인 오전 10시 24분에는 보통주가 1.11% 오른 27만4000원, 우선주는 6.17% 오른 20만3000원까지 올라섰습니다. 비슷한 시각 SK하이닉스도 4.08% 오른 176만원을 찍어, 반도체 대형주 전반이 함께 강했습니다(KB Think 보도).
정규장 최종 집계에서 격차는 더 벌어졌습니다. 보통주 3.87%, 우선주 8.26%.
그리고 애프터마켓(오후 4시~8시)에서 흐름이 뒤집혔습니다. 거래가 열려 있던 보통주는 이번 방안이 시장 예상에 못 미친다는 평가 속에 하락 전환했습니다. 당초 시장이 기대한 규모는 최대 150조원이었습니다. 반면 삼성전자우는 애프터마켓에서 아예 거래되지 않는 종목이라, 이 하락을 그대로 비켜갔습니다(한국경제 보도).
우선주가 의결권 대신 받는 것
우선주는 회사 경영에 참여할 의결권이 없는 대신, 배당을 받을 때 보통주보다 앞선 권리를 갖는 주식입니다. 주주총회에서 손을 들 수 없는 값을 배당 순서로 받는 구조입니다.
이날 우선주가 더 크게 오른 배경으로는 두 가지가 꼽혔습니다. 하나는 두 주식의 가격 차이가 이미 크게 벌어져 있었다는 점, 다른 하나는 앞으로 자사주를 사들일 때 보통주보다 우선주 매입 비율이 유리하게 책정될 수 있다는 기대였습니다(한국경제 보도). 뒤쪽은 아직 아무것도 정해지지 않은 기대입니다. 이날 이사회는 자사주를 얼마나, 어떤 비율로 살지 정하지 않았습니다.
괴리율 18%가 30%까지 벌어졌다가 23%로
보통주와 우선주의 가격 차이를 괴리율이라고 부릅니다. 삼성전자와 삼성전자우의 최근 3년 평균은 18% 수준인데, 발표 직전에는 30%에 육박할 만큼 벌어져 있었습니다. 격차가 평균보다 크게 열려 있으니 우선주 쪽이 상대적으로 싸다는 판단이 작용했다는 해석이 나왔고, 이날 두 주식이 엇갈리면서 괴리율은 23%로 좁혀졌습니다(한국경제 보도).
주의할 건 괴리율에 "이 밑이면 싸다"는 절대 기준선이 없다는 점입니다. 평균과 견줘서 읽는 상대적인 숫자입니다.
그래서 이 숫자를 볼 때 같이 확인할 것이 있습니다. 첫째, 내년 1월 이사회가 자사주 매입 규모와 방식을 정할 때 보통주와 우선주를 어떤 비율로 사들이는지. 둘째, 우선주는 애프터마켓에서 거래되지 않으니 큰 발표가 나와도 반응 시점이 보통주와 어긋난다는 것. 셋째, 배당 우선권의 실제 크기는 배당금이 확정된 뒤에야 계산된다는 것. 보유 종목에 대한 개별 계산은 증권사나 투자 전문가에게 확인하는 편이 안전합니다.
방아쇠를 먼저 당긴 건 SK하이닉스였습니다
삼성전자 발표 이틀 전인 8월 19일, SK하이닉스가 먼저 움직였습니다. 40조원 규모 자사주 매입 계획을 내놓으면서, 회사가 벌어들인 돈에서 투자에 쓸 몫을 빼고 남는 현금인 잉여현금흐름의 '50% 범위 내'였던 주주환원 기준을 '50% 이상'으로 올려 잡은 겁니다.
이 발표가 삼성전자에 대한 기대치도 끌어올렸습니다. 삼성전자는 2024~2026년 3년간 쌓이는 잉여현금흐름의 50%를 주주에게 돌려주는 정책을 이미 밝혀둔 상태였습니다. 국내 증권사 15곳이 집계한 올해 전망치는 236조6000억원. 이를 근거로 KB증권은 특별배당이 최소 100조원을 웃돌 것으로 내다봤습니다(KB Think 보도).
이런 여력의 배경에는 메모리 공급 부족이 길어지며 올라간 실적 눈높이가 있습니다. KB증권은 올해 영업이익을 381조원으로 전망하며, 주가수익비율(PER) 4배 수준에 머물던 이 회사가 재평가 국면에 들어설 수 있다고 봤습니다(한국경제 보도). 다만 한 증권사의 전망치이지 확정된 결과가 아닙니다.
90조에서 110조 사이, 지금 확정된 건 30조원
숫자만 보면 110조원이 한꺼번에 풀리는 것처럼 읽히지만, 발표된 규모는 90조~110조원 범위입니다. 기존 최대였던 2020년 주주환원이 20조3000억원이었으니 범위 위쪽을 잡으면 약 5배입니다(한국경제 보도).
이사회가 실제로 의결한 것은 올해 3분기 약 30조원 규모의 현금배당입니다. 자사주 매입과 소각 등 나머지 방식은 정해지지 않았고, 내년 1월 이사회에서 다시 결정합니다.
이와 별도로 임직원 보상을 위한 약 15조원 규모 자사주 매입도 이날 함께 의결됐습니다. 이 돈은 주주에게 돌아가는 배당이나 소각과는 성격이 다른 지출입니다.
결국 지금 손에 잡히는 숫자는 30조원의 현금배당 하나입니다. 나머지 규모와 방식은 내년 초 이사회를 봐야 합니다. 우선주와 보통주의 격차가 다시 어떻게 움직일지도 그때 정해지는 비율에 달려 있습니다.
참고
- 한국경제, KB Thi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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