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가 자기 주식 40조 원어치를 사들여 전량 태우기로 했습니다.
국내 상장회사 역사상 가장 큰 규모입니다.
그런데 시장이 함께 기대했던 배당 확대는 이번 발표에 담기지 않았습니다. 순서가 왜 이렇게 됐을까요.
3줄 요약
1. SK하이닉스가 자기 주식 40조 원어치를 소각합니다
2. 발행주식의 3.3%, 국내 상장사 역대 최대입니다
3. 배당 규모는 3분기 실적발표를 봐야 압니다
석 달 동안 사들여, 끝나는 대로 태웁니다
SK하이닉스는 19일 이사회를 열고 자기 주식 2407만 주를 장내에서 사들이기로 했다고 공시했습니다. 금액으로는 40조43억 원. 이사회 결의 전날 정규장 종가인 주당 166만2000원을 기준으로 계산한 규모입니다. 전체 발행주식의 약 3.3%에 해당하고, 국내 상장사가 내놓은 자사주 취득·소각 계획 가운데 가장 큽니다.
취득 기간은 8월 20일부터 11월 19일까지 약 석 달입니다. 금액은 정해져 있지만 실제로 몇 주를 사게 될지는 그동안 주가가 어떻게 움직이느냐에 따라 달라집니다. 사들인 주식은 취득이 끝나는 대로 전량 소각합니다. 소각은 그 주식을 아예 없애는 것이어서, 회사가 들고 있다가 나중에 다시 시장에 내다 파는 자사주 매각과는 성격이 다릅니다. 회사는 이번 결정을 두고 "사업 경쟁력과 현금창출력, 중장기 성장성 등 내재가치가 현 주가에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는 판단"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갑자기 튀어나온 결정은 아닙니다. SK하이닉스는 2024년 11월에 2025~2027년 3년 동안 벌어서 쓰고 남긴 현금의 50% 범위 안에서 주주에게 돌려주겠다고 밝힌 적이 있습니다. 그때 실적이 좋아져 그 현금이 크게 늘면 정책 기간이 끝나기 전에도 앞당겨 환원하겠다는 단서를 함께 달아뒀습니다. 이번 발표는 그 약속을 예정보다 일찍 꺼낸 것이고, 규모도 기존 '50% 범위 내'에서 '50% 이상'으로 올려 잡았습니다.
배당은 한 번 주고 끝, 소각은 주식 수를 줄입니다
이번 발표에서 눈여겨볼 숫자는 40조 원이라는 금액보다, 그 돈으로 사라지는 주식이 발행주식의 3.3%라는 쪽입니다.
발표 전 시장에서는 자사주 매입과 함께 배당 확대도 나올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습니다. 그런데 이번 발표에 배당을 얼마나 늘릴지는 담기지 않았습니다.
두 방식은 작동하는 방식이 다릅니다. 배당은 그해 현금을 한 번 나눠주고 끝나는 일회성입니다. 받는 쪽은 배당소득세도 따로 부담합니다. 반면 자기 주식을 사서 태우면 시장에 남아 있는 전체 주식 수 자체가 줄어듭니다. 회사가 버는 이익이 그대로여도 그 이익을 나눠 가질 주식이 줄면, 한 주가 가져가는 몫은 그만큼 커집니다. 이걸 주당순이익이 올라간다고 말합니다. 업계에서는 한 번으로 끝나는 배당 확대보다 자사주 매입과 소각이 주주가치를 높이는 데 낫다고 본 결과라는 해석이 나옵니다.
배당을 접은 것은 아닙니다. 회사는 정책 기간 안에 현금흐름과 시장 상황, 배당가능이익을 따져 자사주 소각과 현금배당을 병행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기존 고정배당과 특별배당을 포함한 배당 확대 방안도 검토하고 있고, 구체적인 규모와 방식은 3분기 실적발표 시점에 안내하겠다고 했습니다. 지금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는 뜻입니다.
주주가 느끼는 차이도 여기서 갈립니다. 배당은 그 시점에 계좌로 현금이 들어옵니다. 소각은 주식 수만 줄 뿐 당장 손에 잡히는 돈이 없고, 효과는 시간을 두고 지분율과 주가에 반영됩니다. 지금 현금이 필요한 사람과 오래 들고 갈 사람이 같은 발표를 다르게 받아들일 수 있는 이유입니다.
회장은 3620주, 연기금은 1조5000억 원
이번 결정이 눈에 띄는 또 다른 이유는 비슷한 시기에 있었던 다른 매수들 때문입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지난달 장내 매수로 SK하이닉스 보통주 3620주를 사들였습니다. 당시 종가 기준 약 48억 원어치이고, 최 회장이 이 회사 주식을 직접 산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연기금도 같은 방향이었습니다. 한국거래소 집계를 보면 지난달 1일부터 이달 14일까지 연기금이 국내 주식 가운데 가장 많이 사들인 종목이 SK하이닉스였습니다. 순매수 규모는 1조5339억 원. 같은 기간 가장 많이 판 종목은 SK하이닉스 지분 약 20%를 쥔 최대 주주 SK스퀘어로, 9646억 원어치를 덜어냈습니다. SK하이닉스가 오르면 지분 가치로 간접 수혜를 보던 쪽을 줄이고 본주로 옮겨 탄 모습입니다.
회사의 자사주 소각, 총수의 개인 매수, 연기금의 순매수가 한 시기에 겹쳤습니다. 다만 이 겹침이 앞으로의 주가를 보장하지는 않습니다. 셋은 각자 다른 자금 사정과 목적으로 움직이고, 연기금만 해도 주가가 올라 보유 비중이 다시 커지면 비중을 맞추려 되파는 쪽으로 돌아설 수 있습니다. 배당이 얼마나 늘어나는지는 3분기 실적발표에서, 소각이 실제로 몇 주에서 끝나는지는 11월 19일 이후 공시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참고
- 뉴시스, 인베스트조선,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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