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웅래 전 의원 무죄, 이유가 하나가 아니었습니다

2026년 8월 24일 · 한국

같은 판결을 두고 한쪽은 "조작수사가 드러났다"고 말하고, 다른 쪽은 "돈 받은 사실은 그대로다"라고 말합니다.

노웅래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21일 항소심에서도 무죄를 선고받은 뒤 하루 만에 벌어진 일입니다.

판결 하나가 어떻게 정반대로 읽힐 수 있을까요.

3줄 요약
1. 이번 무죄에는 이유가 두 가지 있습니다
2. 절차 위법에 더해 입증도 부족했습니다
3. 검찰이 상고하면 대법원이 남습니다

휴대전화 압수수색이 영장을 벗어났다는 판단

노 전 의원은 2020년 2월부터 12월까지 다섯 차례에 걸쳐 한 사업가로부터 모두 6천만 원을 받은 혐의로 기소됐습니다. 사업 편의와 인허가 청탁, 인사 알선, 선거비용 등 명목이 여러 개 섞여 있었습니다. 뇌물과 정치자금법 위반 두 혐의 모두, 1심에 이어 지난 21일 서울중앙지법 형사5-2부(재판장 김용중) 항소심에서도 무죄가 나왔습니다.

재판부는 선고 이유에서 "이 사건 휴대전화 압수수색과 탐색·선별 과정을 보면 영장주의에 반하는 위법한 증거 수집 절차에 해당해 증거능력이 없다고 판단된다"고 밝혔습니다(경기일보).

풀어 보면 이렇습니다. 수사기관이 압수수색 영장에 적힌 범위를 넘어 휴대전화 속 자료를 뒤지고 골라냈다면, 그 안에 유죄를 뒷받침하는 내용이 들어 있어도 재판에서 증거로 쓸 수 없습니다. 위법수집증거 배제법칙이라고 부릅니다. 증거의 내용이 거짓이라서가 아니라, 그것을 손에 넣은 방식이 규칙을 어겼기 때문에 못 쓰게 하는 장치입니다.

그래서 이 대목만 떼어 놓고 보면, 이 판결은 "돈을 받았는지 아닌지"에 대한 답이 아닙니다. "그렇게 확보한 증거를 재판에서 써도 되는지"에 대한 답입니다.

증거를 넣고 봐도 부족했습니다

여기서 끝났다면 이 사건은 절차 다툼으로만 남았을 겁니다. 재판부는 문제의 전자정보를 뺀 뒤, 그 자료를 인정해 살펴봐도 공소사실 입증은 여전히 부족하다고 밝혔습니다(뉴스핌). 절차가 위법했다는 판단과, 증거를 넣고 봐도 혐의가 증명되지 않는다는 판단이 한 선고 안에 함께 들어간 셈입니다.

이 차이는 작지 않습니다. 절차 위법만 있었다면 "증거를 제대로 모았으면 유죄였을 수도 있다"는 여지가 남습니다. 입증 부족까지 적히면 그 여지가 줄어듭니다. 그렇다고 이 판결이 "돈이 오간 일이 없었다"를 확인해 준 것도 아닙니다. 법원은 검찰이 낸 증거로 혐의가 증명되느냐를 따지는 곳이고, 여기서는 증명되지 않았다고 본 것입니다.

여야가 각자 다른 문장을 인용합니다

이재명 대통령은 SNS에 "정치검찰에 의해 기소되고 당에 의해 정치생명까지 박탈당한 노 선배님께서 얼마나 억울했을지"라고 적었습니다. 자신이 당대표였던 시절 노 전 의원을 공천에서 뺐던 일까지 사과했습니다(연합뉴스TV). 민주당은 기소 당시 법무부 장관이었던 한동훈 무소속 의원의 사과를 요구했습니다(강원일보).

한 의원은 정반대로 읽었습니다. "실제로 돈을 받지 않은 것이 드러나 무죄 받은 것이 아니라 위법수집증거 배제라는 형식적 이유로 무죄 받은 것"이라며, 국회에서 녹음파일을 같이 들어보자고 했습니다(경기일보·문화일보).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도 "'돈을 안 받았다'는 판결이 아니다"라며 선을 그었습니다(강원일보).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세 번째 각도를 댔습니다. "검찰이 불법수사를 자인한 것이 되는데 불법수사를 지시·감독한 한동훈의 책임은 없는가"라고 되물었습니다(경기일보). 무죄의 이유가 절차 위법이라면 그 절차를 만든 쪽의 책임이 남는다는 논리입니다.

조국혁신당 조국 혁신정책연구원장은 원칙 쪽을 짚었습니다. 자신도 같은 주장을 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아 유죄가 확정됐다고 하면서 "내 사건은 유죄로 끝났지만 위법수집증거배제법칙은 더 확고하게 유지·관철돼야 한다"고 적었습니다(강원일보). 노 전 의원은 선고 직후 입장문에서 조작수사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했습니다(경기일보).

같은 선고를 놓고 각자 자기에게 필요한 문장만 인용하고 있는 셈입니다. 논평을 여러 개 읽어도 재판부가 무엇을 판단했는지는 잘 보이지 않는 이유입니다.

오세훈 시장의 '무죄'는 층위가 다릅니다

같은 날 뉴스에 오세훈 서울시장의 '무죄'도 함께 올라왔지만, 이쪽은 성격이 다릅니다.

오 시장은 '명태균 여론조사' 비용을 후원자가 대신 내게 한 혐의로 1심에서 직을 잃을 수 있는 형(벌금 1천만 원)을 선고받았습니다. 지난 21일 항소심 첫 공판에서 변호인단은 "여론조사를 의뢰한 사실 자체가 없다"며 무죄를 주장했습니다. 법원 판단은 아직 나오지 않았고, 선고는 10월 23일 전후로 예정돼 있습니다(한겨레·YTN).

노 전 의원의 무죄는 법원이 이미 내린 결론이고, 오 시장의 무죄는 피고인 측이 법정에서 펴는 주장입니다. 같은 단어가 붙어 있어도 무게가 다릅니다.

노 전 의원 사건도 아직 끝난 것은 아닙니다. 검찰이 상고하면 대법원 판단이 한 번 더 남습니다. 정치인들의 논평보다 먼저 확인할 것은 재판부가 선고 이유에서 실제로 무엇을 말했는지입니다.

참고

  • 경기일보, 강원일보, 문화일보, 연합뉴스TV, 한겨레, 뉴스핌, YT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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