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6일 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서로의 수도를 향해 동시에 공습을 퍼부었습니다.
같은 밤, 비슷한 규모였습니다. 그런데 한쪽은 날아온 것의 상당수를 걷어냈고, 다른 쪽은 탄도미사일을 한 발도 떨어뜨리지 못했습니다.
무기의 성능 차이가 아니었습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요.
3줄 요약
1. 드론 600대가 8월 16일 밤 모스크바로 향했습니다
2. 러시아는 201대를 격추, 우크라이나는 0발입니다
3. 갈린 이유는 성능이 아니라 요격탄 재고입니다
드론 600대 중 201대를 떨어뜨렸습니다
경향신문 보도에 따르면, 우크라이나군은 16일 밤 모스크바와 인근 지역을 향해 드론 약 600대를 띄웠습니다. 세르게이 소뱌닌 모스크바 시장은 이 가운데 201대가 방공망에 격추됐고, 나머지도 대부분 수도권에 닿기 전에 요격됐다고 밝혔습니다. 안드레이 보로비요프 모스크바주 주지사는 이 공격을 "최근 2년 사이 발생한 공격 중 최대 규모"라고 타스통신에 말했습니다.
물론 다 막지는 못했습니다. 모스크바에서는 80대 남성이 자택에 떨어진 드론에 목숨을 잃었고, 약 40㎞ 떨어진 포돌스크에서는 3명이 다쳤습니다. 러시아 최대 온라인 유통업체 와일드베리스 창고에서도 불이 났고, 모스크바 공항들은 공습경보로 항공편 수십 편을 취소하거나 미뤘습니다. 남부 로스토프나도누 지역에서는 드론 공격으로 최소 5명이 숨졌고, 이 지역에서만 추가로 150대를 격추했다고 러시아 당국은 밝혔습니다.
숫자만 보면 방공망이 뚫린 밤처럼 읽힙니다. 하지만 같은 밤 반대편 하늘과 비교해 보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0발과 201대를 가른 것
러시아도 같은 날 밤 우크라이나를 향해 탄도미사일과 드론을 쐈습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북동부 수미와 중부 크리비히르 등에서 최소 3명이 숨졌다고 밝혔습니다. 그리고 우크라이나 공군은 이날 러시아의 탄도미사일을 단 한 발도 요격하지 못했습니다.
이 격차는 기술이 아니라 재고에서 나옵니다. 드론은 느리고 낮게 날아서 대공포나 전파 방해 장비, 심지어 헬기로도 떨어뜨릴 수 있습니다. 한 대 잡는 데 드는 비용이 상대적으로 쌉니다. 반면 탄도미사일은 높은 궤도로 훨씬 빠르게 떨어지기 때문에, 이를 맞히려면 패트리엇 같은 전용 요격 미사일이 필요합니다. 이 요격탄은 값이 훨씬 비싸고, 만드는 데도 시간이 걸립니다.
그래서 러시아는 값싼 수단을 잔뜩 깔아 드론 물량을 걸러낼 수 있었지만, 우크라이나는 비싼 요격탄이 모자라 미사일을 그대로 맞았습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지난 12일 CNN 인터뷰에서 "현재 확보한 패트리엇 요격 미사일은 필요 물량의 1%에 불과하다"며 미국에 추가 지원을 요청했습니다.
1%라는 숫자가 이 전쟁에서 가장 눈여겨볼 대목입니다. 요격탄이 모자라면 남은 것을 아무 데나 쓸 수 없습니다. 발전소와 군사시설처럼 지켜야 할 곳부터 덮고, 나머지 하늘은 비워 두게 됩니다. 우크라이나가 후방 도시에서 피해를 반복해서 입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하룻밤이 아니라 매일 밤입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최근 일주일 동안 러시아가 드론 1,550대 이상, 미사일 62기, 유도 폭탄 약 1,560발을 쐈다고 전했습니다. 16일 밤이 유독 큰 날이었던 게 아니라, 이런 밤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는 뜻입니다.
그 결과가 통계로 나타납니다. 유엔 우크라이나인권감시단 집계로 올해 상반기 우크라이나의 민간인 사상자는 9,374명이었습니다. 이 중 1,396명이 목숨을 잃었고, 나머지는 다쳤습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7% 늘어난 수치입니다. 7월 한 달 사망자만 437명으로, 2022년 5월 이후 가장 많았습니다.
피해는 한쪽에만 쌓이지 않습니다. 지난 10일에는 러시아 타타르스탄의 정유시설이 우크라이나 드론 공격을 받아 최소 13명이 숨졌습니다.
방공 상황이 바뀌지 않는 한 이 곡선은 꺾이기 어렵습니다. 우크라이나가 요격탄을 채우지 못하면 후방 도시는 계속 열려 있고, 우크라이나가 장거리 드론으로 러시아 본토를 때리는 방식을 이어가면 그쪽 민간 피해도 함께 늘어납니다. 앞으로 뉴스에서 볼 것은 어느 쪽이 몇 대를 날렸는지가 아니라, 미국과 유럽의 요격 미사일 지원이 실제로 얼마나 도착하는지입니다. 그 숫자가 다음 몇 달의 밤을 결정합니다.
전쟁이 길어지면 이런 통계는 배경음처럼 흘러가기 쉽습니다. 하지만 9,374명은 통계인 동시에 9,374번의 개별적인 밤이기도 합니다. 공격 규모가 새 기록을 세울 때일수록, 그 뒤에 있는 사람들의 몫을 놓치지 않는 게 먼저입니다.
참고
- 경향신문, OhmyNews
태그 #무인항공기 #드론 #드론공격 #우크라이나 #러시아 #모스크바 #키이우 #러시아우크라이나전쟁 #패트리엇 #요격미사일 #방공망 #탄도미사일 #젤렌스키 #민간인피해 #국제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