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축구 국가대표 이천수가 지난 13일 자신의 유튜브 채널 '리춘수'에서 대한축구협회를 향해 독한 말을 쏟아냈습니다.
"창피하다", "회장이 바뀌어도 우리는 안 바뀐다" — 그가 문제 삼은 건 지금이 아니라 2011~2012년에 있었던 협회의 심판 접대 내역이었습니다.
그 돈을 결제한 사람들은 지금까지 아무런 징계도 받지 않았습니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3줄 요약
1. 이천수가 겨눈 건 십수 년 전 심판 접대입니다
2. 2012년 쿠웨이트전 심판 2명에 법인카드 50만 원
3. 말이 아니라 인사 결과를 보면 알 수 있습니다
안마시술소에서 결제된 50만 원
이번 논란의 출발점은 문화체육관광부가 2016년에 작성한 조사 보고서입니다. 진선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이 문서를 공개하면서, 한 번 덮였던 내용이 한꺼번에 다시 나왔습니다.
서울신문 보도에 따르면 대한축구협회는 2011년 3월부터 2012년 3월까지 국가대표·올림픽대표 경기에 참가한 외국인 심판과 중국축구협회 관계자 등을 상대로 모두 8차례 부적절한 접대를 했습니다. 그중 하나가 2012년 2월, 한국과 쿠웨이트의 월드컵 예선 경기를 맡은 심판 2명을 데리고 서울 강남구의 한 안마시술소에서 50만 원을 협회 법인카드로 결제한 건입니다.
정산 방식이 특히 눈에 걸립니다. 담당 직원은 실제 쓴 50만 원을 32만 원으로 줄여 '심판 마사지'라는 이름으로 처리했습니다. 문체부 조사에서 심판국 직원들은 이 비용에 성매매 대금이 포함됐다는 취지로 진술했습니다. 앞서 2011년 3월 온두라스와의 친선전 때도 심판 3명을 상대로 75만 원이 같은 방식으로 결제됐고, 같은 해 중국·세르비아·오만·폴란드 관련 경기에서도 접대가 이어진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다만 이 접대가 실제 판정이나 경기 결과를 바꿨는지는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지금 공개된 것은 돈이 어디에 쓰였는지까지입니다. 한편 최근 경찰이 협회 사무실을 압수수색한 건 이 접대 건이 아니라 홍명보 전 감독 선임 과정의 업무방해 혐의를 살펴보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두 사안은 별개로 굴러가고 있습니다.
배임 혐의는 혐의없음으로 끝났습니다
문체부는 이 일을 개인의 일탈이 아니라 협회 차원의 조직적 접대로 봤습니다. 그래서 비용을 결제한 심판국 직원 2명을 수사 의뢰하고, 협회에는 중징계를 요구했습니다.
그런데 검찰이 이 두 사람의 업무상 배임 혐의에 대해 증거불충분으로 혐의없음 처분을 내렸습니다. 그러자 협회는 2019년 자체 인사위원회를 열어 징계 없음을 결정했습니다. 여기서 두 가지가 갈라집니다. 배임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것과, 협회 안에서 아무도 책임지지 않아도 된다는 것은 다른 이야기입니다. 앞의 판단은 검찰이 내렸고, 뒤의 결정은 협회가 스스로 내렸습니다.
논란이 다시 커지자 협회는 지난 8일 사과문을 냈습니다. "다수의 구성원조차 제대로 몰랐던 십수 년 전 일"이라며 "현재는 이와 같은 부적절한 행위나 카드 사용은 절대 발생하지 않고 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파장은 국내에 그치지 않아, 일본축구협회도 접대 대상으로 거론된 자국 심판들에 대한 사실관계 확인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박지성 K-축구혁신위원회 공동위원장은 "협회가 어떻게 신뢰를 회복하고 나아갈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다 망쳐놓고 들어와서 하라니"
이천수가 요구한 건 사과문이 아니었습니다. 그는 "그때 있었던 사람들, 지금까지 있는 사람들은 다 무조건 그만둬야 한다"며 그만두는 데서 끝내지 말고 얼굴을 드러내고 축구계를 떠나겠다고 밝히라고 했습니다. 프로 구단을 포함해 다른 축구 조직으로 자리를 옮기는 방식의 복귀도 안 된다고 못 박았습니다. "한 명이라도 전염이 있는 사람이 있으면 다시 전염될 것"이라는 게 그의 말입니다.
여기에 홍명보 전 축구대표팀 감독과의 신경전이 겹쳤습니다. 홍 전 감독은 국회 청문회에서 비판 목소리를 내는 후배들을 향해 "축구협회도 그런 목소리를 가볍게 들어서는 안 된다"면서도 "문제를 알고 있고 힘이 있다면 현장에 직접 들어와 구조를 바꾸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밖에서 비판만 하지 말고 안에서 바꾸라는 취지였습니다.
이천수는 이 말을 정면으로 받아쳤습니다. "나도 그렇게 안에 들어가고 싶다", "불사를 각오로 일을 하겠다고 해도 항상 아웃된 사람"이라며 협회에서 일할 기회 자체를 얻지 못했다고 주장했습니다. "다 망쳐놓은 다음에 너희들이 들어가서 해보라는 게 앞뒤가 맞느냐", "못 들어가니까 밖에서 하는 것"이라는 말이 이어졌습니다. 그가 보기에 문제는 사람 한 명이 아닙니다. 회장이 누구로 바뀌든 조직 문화가 그대로면 달라질 게 없다는 겁니다.
이 다툼에서 독자가 실제로 확인할 수 있는 건 말이 아니라 절차입니다. 협회가 이번에도 자체 인사위원회 선에서 매듭지을지, 당시 관계자 가운데 누가 실제로 자리에서 물러나는지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습니다. 사과문과 반박을 견주는 것보다, 시간이 지난 뒤 그 자리에 누가 남아 있는지를 보는 편이 정확합니다.
참고
- 서울신문, 스포츠서울, 파이낸셜뉴스, 뉴시스, 헤럴드경제, 마이데일리, 머니투데이, 한겨레, 뉴스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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