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직속 국민통합위원장이 이재명 대통령에게 공개로 탈당을 요구했습니다.
여당 대표는 곧바로 "헌법에 대한 무지"라고 맞받았고, 이 위원장도 물러서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정작 대한민국 헌법에는 대통령의 정당 소속을 정한 조항이 없습니다. 그렇다면 이 논쟁은 무엇을 근거로 벌어지고 있는 걸까요.
3줄 요약
1. 헌법엔 대통령 당적 규정이 없습니다
2. 근거는 민주당 당헌 105조였습니다
3. 볼 곳은 당헌·당규 개정 논의입니다
8월 18일 밤, 무슨 말이 나왔나
이석연 국민통합위원장은 8월 18일 밤 MBC '100분 토론'에 출연해 이재명 대통령에게 "한 가지 결단을 공개적으로 건의하고 싶다"고 운을 뗐습니다. 그가 요구한 것은 더불어민주당 탈당이었습니다. 마침 전날 민주당 전당대회가 끝나 새 지도부가 꾸려진 만큼, "민주당은 새 지도부에 맡기고 대통령께서는 국민의 대통령으로 돌아오라"는 논리였습니다.
그는 지금의 국정 난맥과 국론 분열에 대통령이 "가장 무거운 책임"을 느껴야 한다고 지적하며, 여당은 대통령과의 거리를 두고 경쟁하고 야당은 극단적으로 반대만 하는 구도 자체를 문제 삼았습니다. 야당 대표와의 영수회담, 비판적인 인사들의 이야기부터 먼저 듣는 것도 함께 주문했습니다.
흥미로운 건 이 위원장 스스로 "헌법이 대통령에게 탈당을 요구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먼저 선을 그었다는 점입니다. 그가 말한 탈당은 법적 의무가 아니라 정치적 결단이었습니다.
박지원 "자다가 봉창", 김민석 "헌법 무지"
반응은 하루 만에 나왔습니다. 민주당 박지원 의원은 19일 자신의 SNS에 "자다가 봉창을 때린다"고 적었습니다. 정당 후보로 당선돼 취임한 지 1년 갓 넘은 대통령에게 할 말이 아니며, 중립을 지켜야 하는 국회의장도 아닌데 탈당할 사유가 없다고 발언 취소를 요구했습니다.
더 무거운 반박은 다음 날 나왔습니다. 김민석 대표는 20일 국회 의원총회에서 "임기 1년 차 대통령의 당적 이탈을 논의하는 것"이 "헌법에 대한 무지 내지는 오해에 기초한 것"이라고 규정했습니다. 이 위원장 개인을 겨눴다기보다 탈당 논의 자체를 겨눈 표현이었습니다.
김민석이 실제로 든 근거는 당헌 105조였습니다
여기가 이번 공방의 핵심입니다. 김 대표는 헌법상 정당정치 원칙을 함께 언급했지만, 구체적으로 인용한 조항은 헌법이 아니라 민주당 당헌 제105조였습니다.
이 조항은 대통령에 당선된 당원이 재임 기간 당론 결정에 참여할 권한과 당론을 이행할 의무를 가진다고 정합니다. 여기에 더해, 대통령은 당의 정강·정책을 국정에 충실히 반영하고 당은 대통령의 국정운영을 적극 뒷받침한다는 내용도 함께 담겨 있습니다. 대통령과 당이 서로 묶여 있는 관계라는 뜻입니다. 김 대표가 "당의 입장에서는 결코 수용할 수 없는 논리"라고 한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그러면서 김 대표는 필요하다면 당의 거당적 논의를 거쳐 이 부분을 더 강화하는 당헌·당규 개정도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개정이 결정됐다는 말은 아닙니다. 검토가 필요하다는 수준의 언급입니다.
이석연의 재반박: "적반하장"
이석연 위원장도 물러나지 않았습니다. 그는 "대통령이 당적을 이탈하는 것이 헌법에 어긋난다고 하는 것은 그야말로 적반하장"이라며, "우리 헌법에는 대통령과 당적의 관계에 대한 규정이 전혀 없다"고 재반박했습니다. 헌법은 대통령을 국가 원수로 규정할 뿐이고, 국가 원수는 특정 정당을 넘어 초당적으로 국가를 대표해야 한다는 취지로 해석할 수 있다는 것이 그의 논리입니다.
그는 헌법재판소 초대 헌법연구관을 지낸 이력을 들어, 민주당 의원들을 향해 "기회가 된다면 재능기부 차원에서 헌법 교육을 해주고 싶다"고도 했습니다. 김민석 대표가 국무총리 시절 "대통령 참모장 역할을 하겠다"고 말한 것을 두고는, 참모장은 대통령비서실장의 역할인데 헌법기관인 국무총리가 그런 말을 한 것 자체가 헌법 경시라고 지적했습니다. 김 대표가 대통령 임기와 관련해 '5년이 너무 짧다'는 말을 언급한 대목도 끄집어내, 대통령이 한 번 더 해야 한다는 뉘앙스를 풍기는 것이야말로 헌법 무시라고 맞받았습니다.
헌법과 당헌은 다른 문제입니다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헌법에는 대통령의 정당 소속이나 탈당을 직접 규율하는 조항이 없습니다. 헌법 제8조는 정당 일반을, 제66조는 대통령의 국가원수 지위를 정할 뿐입니다. 이 위원장 본인도 처음부터 이 점을 인정했습니다.
실제로 대통령과 당의 관계를 규정하는 것은 각 정당의 당헌입니다. 당헌은 국민이 만든 헌법이 아니라 그 당이 스스로 정한 약속입니다. 고치려면 당원과 지도부의 결정이 필요하고, 그래서 정치 상황에 따라 바뀝니다.
역사적으로도 그랬습니다. 김민석 대표는 노무현 전 대통령 시절 시도됐던 당정분리를 언급하며, 노 전 대통령이 임기 말 "당정 분리가 잘못됐고 회복해야 한다"고 평가했던 사례를 들었습니다. 대통령이 당을 어떻게 대할지는 헌법이 아니라, 그때그때 정치적 판단과 당헌·당규 개정으로 정해져 온 문제라는 뜻입니다.
이석연은 누구인가
이 위원장은 이명박 정부에서 법제처장을 지낸 중도 보수 성향 법조인입니다. 1990년대에는 참여연대와 경실련에서 활동했지만, 노무현 정부의 행정수도 이전 위헌 소송을 주도한 뒤 보수 진영으로 옮겨갔습니다. 지난 대선에서는 이재명 후보 캠프에 합류해 공동선대위원장을 맡았고, 지난해 9월 부총리급인 국민통합위원장에 발탁됐습니다. 여권 내에서도 검찰 직접수사권 폐지 등에 비판적 목소리를 내 온 인물이라, 이번 발언이 완전히 낯선 행보는 아니라는 평가도 있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이 건의에 어떤 입장을 밝힐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지켜볼 만한 지점은 김민석 대표가 말한 당헌·당규 개정 논의가 실제로 진행되는지입니다. 그 결과에 따라 이번 공방이 말싸움으로 끝날지, 규정 변화로 이어질지가 갈릴 것입니다.
참고
- 연합뉴스, 국민일보, 중앙일보, 한국일보, 세계일보, 프레시안, 뉴스토마토, 자유일보, 뉴스웍스, 월간중앙, 더퍼블릭, 데일리저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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