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법제사법위원회가 대법원장을 불러 세우는 안건을 표결에 부쳤습니다.
찬성 10명, 반대 4명으로 통과됐습니다.
그런데 이걸 탄핵이라고 부르면 틀립니다. 무엇이 다를까요.
3줄 요약
1. 법사위가 대법원장 출석요구안을 가결했습니다
2. 재석 14명 중 찬성 10명, 반대 4명이었습니다
3. 출석요구안과 탄핵소추안은 다른 절차입니다
1월에 추천받고, 8월에 제청했습니다
지금 벌어지는 일을 이해하려면 대법관 한 자리를 따라가면 됩니다.
시작은 올해 1월입니다.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가 김민기·박순영·손봉기·윤성식 판사 네 명을 조희대 대법원장에게 추천했습니다. 곧 자리가 빌 예정이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3월, 노태악 전 대법관이 퇴임하면서 대법관 자리 하나가 비었습니다.
여기서 절차가 멈췄습니다. 대법관은 대법원장이 대통령에게 임명 제청을 해야 임명 절차가 시작됩니다. 추천위원회가 이름을 올려도 대법원장이 고르지 않으면 다음 칸으로 넘어가지 않습니다. 조 대법원장은 추천받은 네 명 중 누구도 곧바로 제청하지 않았고, 그사이 대법관 자리는 약 5개월 비어 있었습니다.
8월 5일, 민주당 당대표 경선이 한창이던 때 송영길 의원이 이 지연을 정면으로 문제 삼았습니다. 대법관 제청을 미룬 것 자체가 직무유기라는 주장이었습니다. 여기에 12·3 비상계엄 당시 사법부의 대응과 대선 개입 논란을 함께 걸어 조 대법원장 탄핵 추진을 공개적으로 밝혔습니다. 김민석 대표도 당시엔 후보 신분으로 "공감한다"는 뜻을 보탰습니다.
대통령을 만나지 않고 서면으로 보냈습니다
제청은 8월 18일에 이뤄졌습니다. 추천으로부터 약 7개월 뒤였고, 공교롭게도 민주당 전당대회가 끝난 바로 다음 날이었습니다. 조 대법원장은 손봉기 대구지법 부장판사를 노태악 전 대법관 후임으로, 김성수 서울고법 부장판사를 오는 9월 퇴임하는 이흥구 대법관 후임으로 각각 제청했습니다.
논란이 된 건 누구를 골랐느냐보다 어떻게 보냈느냐였습니다. MBC 보도에 따르면 김성수 후보에 대해서만 청와대와 사전 협의가 있었고, 손봉기 후보는 충분한 협의 없이 제청됐습니다. 게다가 대법원장이 대통령을 직접 만나지 않고 서면으로 제청하면서 '대통령 패싱' 논란이 붙었습니다.
박지원 의원은 손봉기 후보가 이미 몇 달 전 명단에 있던 인사인데 김성수 후보를 함께 끼워 넣었다며 "대통령도 무시하고 국회도 무시하는 것"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서영교 법사위원장은 "사법 쿠데타"라는 표현까지 썼습니다. 반면 국민의힘은 대법관 제청이 대법원장의 헌법상 권한이라며, 여권의 탄핵론을 사법부 압박용 정치공세로 규정했습니다.
2주 만에 상임위 표결까지 갔습니다
송영길 의원은 서면 제청 다음 날 페이스북에 "역대 대법원장들은 임명권자를 직접 찾아 제청해 왔다"며 "저는 이미 조 대법원장 탄핵을 말한 바 있다. 오늘 그 이유가 하나 더 늘었다"고 적었습니다. 같은 날 김민석 대표는 부산 현장 최고위원회의에서 조 대법원장을 "해방 이후 최악의 대법원장"이라 규정하며 사퇴를 촉구했습니다. 범여권 법사위원들도 앞서 16일, 한덕수 전 국무총리와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 김건희씨 사건이 전원합의체로 넘어간 것을 '재판 지연'으로 규정하며 책임을 묻겠다고 밝힌 상태였습니다.
그리고 19일, 법사위가 조 대법원장 출석요구안을 재석 14명 중 찬성 10명, 반대 4명으로 의결했습니다. 8월 5일 한 의원의 주장으로 시작된 탄핵론이 2주 만에 상임위원회 표결로 옮겨간 셈입니다.
출석요구안과 탄핵소추안은 다른 문서입니다
여기서 가장 헷갈리기 쉬운 지점을 짚고 갑니다.
법사위가 통과시킨 것은 '대법원장 출석요구안'입니다. 상임위가 특정인을 불러 질의하겠다는 문서이지, 자리에서 물러나게 하는 문서가 아닙니다. 탄핵소추안은 완전히 별개로 발의돼 국회 본회의 표결을 거쳐야 합니다.
그리고 본회의를 통과해도 그것으로 끝이 아닙니다. 국회 의결의 이름은 탄핵'소추'입니다. 재판에 넘기겠다는 뜻이지 파면이 아닙니다. 실제로 자리에서 물러나게 할지는 헌법재판소가 심리해 재판관 6명 이상이 찬성해야 결정됩니다. 국회 표결과 헌재 결정, 두 관문이 따로 있습니다.
정치권 관계자도 "아직 조희대 대법원장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처리된 것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습니다. 즉 지금 단계는 첫 관문 앞입니다. 앞으로 뉴스에서 '탄핵'이라는 단어를 보게 되면, 그게 소추안 발의인지 본회의 의결인지 헌재 결정인지 먼저 구분하는 편이 사실을 훨씬 정확하게 읽는 방법입니다.
같은 날 저녁, 청와대에서는
이날 저녁 송영길 의원은 청와대에 있었습니다. 전당대회에서 겨뤘던 정청래 의원, 새 대표가 된 김민석 대표와 함께 이재명 대통령의 만찬에 참석했습니다. 그 자리에서 송 의원은 정 의원과 오해를 풀고 전당대회 과정의 논란에 유감을 표명했다고 청와대는 전했습니다.
다만 이 만찬은 급히 마련된 자리가 아니었습니다. 오마이뉴스 보도에 따르면 8·17 전당대회 결과가 나오기 전부터 조율된 일정이었습니다. 낮에는 법사위에서 대법원장 출석요구안이 표결에 부쳐졌고, 저녁에는 청와대에서 당의 화합이 이야기됐습니다. 하루 사이에 벌어진 두 장면이 앞으로 어떻게 이어질지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습니다.
참고
- 인천일보, 고발뉴스닷컴, 경향신문, 오마이뉴스, 연합뉴스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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