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새 대표는 김민석 의원으로 결정됐습니다.
정청래 전 대표는 8.16%포인트 차이로 졌습니다. 그런데 국민 여론조사 부문만 떼어놓고 보면 정 전 대표가 앞섰습니다.
같은 선거, 같은 개표 결과입니다. 왜 이렇게 다른 숫자가 나올까요.
3줄 요약
1. 정청래는 국민 여론조사에서만 이겼습니다
2. 여론조사 50.70%, 최종 득표는 45.92%
3. 1차 득표가 비공개라 가정은 검증 불가
8월 17일, 대전에서 갈린 8.16%포인트
더불어민주당 제3차 정기전국당원대회는 8월 17일 대전 유성구 대전컨벤션센터(DCC)에서 열렸습니다. 개표 결과 김민석 후보가 54.08%, 정청래 후보가 45.92%를 얻었습니다.
그런데 이 선거의 최종 득표율은 한 가지 숫자로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권리당원 투표와 일반 국민 여론조사를 각각 조사한 뒤 정해진 비율로 합산하는 방식입니다. 그러니 부문별로 이긴 사람이 다를 수 있습니다. 실제로 그랬습니다. 국민 여론조사 부문에서는 정청래 후보가 50.70%로 김민석 후보 49.30%를 앞섰습니다.
당대표만 바뀐 게 아닙니다. 최고위원 5명을 뽑는 선거의 국민 여론조사 부문에서는 이성윤 최고위원이 18.49%로 1위를 했고, 최민희 17.88%, 한민수 17.24%로 뒤를 이었습니다. 셋 다 전당대회 기간 정청래 후보를 지지한 이른바 '팀 정청래' 소속입니다. 결과적으로 선출직 최고위원 5명 가운데 3명이 정청래계, 2명이 김민석계로 채워졌습니다. 대표 자리는 내줬지만 지도부 절반 이상을 챙긴 셈입니다.
"선호투표제가 아니었다면" — 진 쪽의 계산
이번 당대표 선거는 김민석, 정청래, 송영길 세 후보가 겨뤘습니다. 1위 표만으로 과반을 넘는 후보가 없으면, 최하위 후보에게 간 표의 두 번째 선택을 나머지 후보들에게 나눠 다시 합산하는 선호투표제가 적용됐습니다.
한민수 최고위원은 20일 유튜브 방송에서 "선호투표제가 아니었다면 정청래 후보가 됐을 거라고 생각한다"며 "조직은 바람을 이기지 못한다"고 말했습니다. 정 전 대표 본인도 17일 유튜브 라이브에서 직접 계산을 내놨습니다. 송영길 후보 지지표의 2순위 선택이 김민석과 자신에게 7대 3 정도로 갈렸다고 가정한다면, 2순위 표를 더하기 전에는 자신이 5%포인트가량 앞섰을 것이라는 주장입니다.
여기서 한 발 더 나가면 안 됩니다. 이 계산은 송 후보가 몇 표를 얻었는지를 본인이 임의로 가정하고 세운 것입니다. 선호투표를 적용하기 전 1차 득표 결과와 송 후보의 득표율은 공개되지 않았습니다. 정 전 대표 쪽 주장은 주장으로 남아 있을 뿐, 맞는지 틀린지 확인할 방법이 지금은 없습니다.
승복은 했지만, 꼬리는 남겼다
정 전 대표는 패배가 확정된 뒤 "정청래는 졌지만 정청래 지지자는 이겼다. 최고위원 선거도 이겼다. 김민석은 이겼지만 그의 주장은 진 게 많다"고 말했습니다. 김민석 대표가 내세운 '반명·분열주의·신천지 3자 비밀연합' 프레임이 틀렸다는 취지입니다.
박지원 의원은 이 발언을 두고 "꼬리를 단 것"이라며 "정 전 대표 정치 미래를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았다"고 비판했습니다. "깨끗하게 승복하는 것이 더 큰 민주주의"라는 것입니다. 한국일보 칼럼도 비슷한 지점을 짚었습니다. 2007년 한나라당 경선에서 1.5%포인트 차로 진 박근혜 후보, 2000년 미국 대선에서 재검표 중단 판결을 받아들인 앨 고어 후보를 들며, 정 전 대표가 통합과 포용을 먼저 말했다면 "훨씬 더 거물이 되고 한국 민주주의는 한 걸음 내디뎠을 것"이라고 썼습니다.
이틀 만의 화합 만찬, 그리고 배달된 화환
이재명 대통령은 전당대회 이틀 뒤인 19일 청와대에서 김민석·정청래·송영길 세 사람을 함께 불러 4시간 넘게 만찬을 했습니다. 김민석 대표가 먼저 선거 과정의 과한 표현을 사과했고, 송영길 의원도 유감을 표했습니다. 정 전 대표는 "우리는 12·3 비상계엄 내란의 사선을 함께 넘은 동지이자 전우"라며 화답했습니다. 기념촬영에서 이 대통령이 굳은 표정의 정 전 대표를 툭 치며 "웃어"라고 건넨 장면도 카메라에 담겼습니다.
그러나 갈등이 가라앉은 건 아닙니다. 전당대회가 끝난 뒤 정 전 대표 사무실에는 '반명수괴'라고 적힌 조화가 배달됐습니다. 한민수 최고위원은 "페어플레이하고 승복하신 분을 조롱하는 건 없어져야 한다"며 김민석 대표가 관련 메시지를 계속 내달라고 요구했습니다.
이번 개표에서 눈여겨볼 만한 건 부문별로 승자가 갈렸다는 점입니다. 당대표 자리는 넘어갔지만, 국민 여론조사와 최고위원 선거 결과는 정청래계의 발언권이 여전하다는 뜻입니다. 화합 만찬 직후에 화환이 배달된 장면은 그 발언권을 둘러싼 신경전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신호로 읽힙니다.
참고
- 연합뉴스, 한국일보, 에너지경제신문, 한겨레, 뉴스핌, JIBS 제주방송,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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