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공사도 시공에 문제가 있었다는 점은 인정했다고 알려졌습니다.
무너진 건 벽지나 타일이 아니라, 사람이 밟고 서는 바깥 테라스였습니다.
준공 1년 6개월 된 새 아파트에서 이런 일이 어떻게 났을까요.
3줄 요약
1. 송도 럭스오션SK뷰 테라스가 무너졌습니다
2. 하자 5만7296건 중 3195건이 미처리입니다
3. 하자가 많다는 건 안전 신호일 수 있습니다
8월 7일, 사람이 사는 테라스가 내려앉았습니다
사고가 난 곳은 인천 연수구 송도동의 럭스오션SK뷰입니다. SK에코플랜트가 시공한 1,114세대 규모 아파트로, 준공한 지 1년 6개월 정도 지났습니다.
지난 7일 오전, 한 세대의 오픈테라스 구조물과 아래쪽 외장재가 무너져 내렸습니다. 마침 그 세대가 비어 있어 다친 사람은 없었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건 무너진 부위입니다. 외벽 마감재가 떨어지는 사고와 달리, 테라스는 사람이 직접 밟고 서는 바닥입니다. 하중을 견디도록 설계된 구조물이 하중을 못 견뎠다는 뜻이 됩니다. 누군가 그 자리에 있었다면 이야기가 완전히 달라졌을 것입니다.
입주민들 사이에서는 "다른 곳은 괜찮은 게 맞느냐", "다음에는 어디서 문제가 생길지 어떻게 믿느냐"는 불안이 번지고 있습니다.
도배 8,873건, 미장 6,364건 — 하자는 5만 7,296건이었습니다
이 아파트에서는 지난해 3월 입주가 시작된 뒤 하자 민원이 총 5만 7,296건 접수됐습니다. 5만 4,101건은 보수됐고, 3,195건은 아직 처리되지 않은 채 남아 있습니다.
| 하자 유형 | 접수 건수 |
|---|---|
| 도배 | 8,873건 |
| 미장 | 6,364건 |
| 타일 | 4,778건 |
미장은 벽이나 바닥에 시멘트 반죽을 발라 평평하게 만드는 마감 공정입니다. 이게 6,364건이라는 건, 마감의 바탕이 되는 작업이 단지 곳곳에서 제대로 안 됐다는 뜻입니다.
1,114세대에서 5만 7,296건이면 한 집당 50건이 넘습니다. 그런데 이 숫자가 무서운 진짜 이유는 총량이 아니라 분포입니다. 특정 동이나 특정 공정 하나에 몰렸다면 원인을 찍어낼 수 있습니다. 그런데 도배·미장·타일이 고르게 쏟아졌다는 건 현장 전체의 시공 품질 관리가 흔들렸다는 신호에 가깝습니다. 그동안 주민들은 이걸 생활 속 불편으로 감수해 왔습니다. 이번에 사람이 서는 구조물이 무너지면서, 불편의 문제가 안전의 문제로 바뀌었습니다.
하자 개수는 안전 지표가 될 수 있습니다
여기서 보통 독자에게 남는 게 하나 있습니다. 마감 하자가 유난히 많은 집은, 안 보이는 곳도 의심해 볼 근거가 된다는 것입니다.
도배가 들뜨고 타일이 어긋나는 건 눈에 보입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이걸 "보기 싫은 문제"로 분류하고 넘어갑니다. 하지만 마감은 공사의 맨 마지막 단계입니다. 마지막 단계가 이 정도로 무너졌다면, 그 앞에 있던 공정들이 얼마나 촘촘하게 관리됐는지도 같은 질문을 받아야 합니다.
물론 마감 하자가 많다고 해서 구조가 반드시 부실한 건 아닙니다. 둘 사이에 실제 연관이 있는지는 조사로 가려야 할 문제입니다. 다만 새 집에 들어가서 하자가 수십 건씩 나온다면, 접수한 내역을 기록으로 남겨 두는 편이 낫습니다. 하자보수 청구든 나중의 분쟁이든, 근거가 되는 건 결국 그 기록입니다.
촛불을 든 주민들, "환불이냐 재시공이냐"
지난 10일 열린 주민 간담회에서는 불신이 쏟아졌습니다. 평생 모은 돈으로 마련한 집인데, 팔려고 해도 사고 이력 때문에 제값을 받기 어렵고 전세를 놓기도 쉽지 않을 것이라는 걱정이었습니다. 실제로 기존 세입자가 떠나는 사례까지 나왔다고 합니다.
일부 주민들은 반복된 보수만으로는 부족하다며 전면 재시공이나 분양가 환불을 요구하고 나섰습니다. incheonin.com 보도에 따르면, 이주를 원하는 주민에게는 분양가를 돌려 달라는 목소리도 나왔습니다. 사고 일주일 뒤인 14일에는 주민들이 촛불을 들고 항의에 나섰다고 인천일보가 전했습니다. 이슈인팩트 보도로는 SK에코플랜트 측도 이번 붕괴에 시공상 문제가 있었다는 점은 인정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조사 결과에 무엇이 달려 있나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정일영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사고 현장과 주민 간담회를 잇따라 방문한 뒤 국토교통부의 직접 조사를 촉구했습니다. 시공사 자체 조사가 아니라 국토부 건설사고조사위원회 같은 공신력 있는 기구가 원인을 규명해야 한다는 취지였습니다.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정 의원은 11일 국회 국토교통위 전체회의에서 국토부 장관을 상대로 사고 원인과 책임 소재를 묻고, 설계·시공·감리·사용승인 전 과정의 관리·감독을 따지겠다고 밝혔습니다.
인천시와 국토부가 사고조사위원회를 구성했다는 보도도 16일 나왔습니다. 다만 조사 범위와 일정, 결과가 언제 나올지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습니다.
가려야 할 건 두 가지입니다. 5만 7,296건의 하자와 이번 붕괴 사이에 실제 연관이 있는가. 그리고 책임이 설계와 시공, 감리, 사용승인 가운데 어디에 있는가. 주민들이 요구하는 재시공이나 환불이 받아들여질지도 여기서 갈립니다.
사용승인을 받은 지 1년 6개월 된 아파트에서 구조물이 무너졌습니다. 그건 이 단지 하나의 사정이라기보다, 새 아파트가 완성됐다고 판정받는 절차가 무엇을 확인하고 무엇을 놓치는지에 대한 질문에 가깝습니다. 그 답이 나오기 전까지 주민들은 자기 집에서 계속 불안해해야 합니다.
참고
- 헤럴드경제, 연합뉴스, 스페셜타임스, 인천일보, 이슈인팩트, incheon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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