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규모로 꾸려졌던 특별검사팀이 6개월 동안 사건을 팠습니다.
그런데 결론을 내지 못한 사건 여럿을 다시 경찰로 돌려보낼 방침입니다.
같은 시기, '검찰청'이라는 이름 자체가 사라집니다. 왜 하필 지금일까요.
3줄 요약
1. 10월 2일부터 대부분 사건은 경찰이 수사합니다
2. 검사는 수사 대신 기소 판단을 맡습니다
3. 세부 규칙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습니다
내 사건은 이제 누가 수사하나요
7월 31일 국회를 통과하고 8월 4일 국무회의에서 공포된 개정 형사소송법이 10월 2일 시행됩니다. 이날 검찰청이 폐지되고 그 자리에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이 들어섭니다. 법률신문은 이를 "72년 만의 전면 개편"이라고 표현했습니다.
가장 크게 달라지는 건 검사의 역할입니다. 검사는 더 이상 사건을 직접 수사하지 못합니다. 대신 경찰이 1차 수사를 하고, 검사는 넘어온 사건을 놓고 기소할지 말지를 판단합니다. 다만 완전히 손을 떼는 것은 아닙니다. 사건이 넘어온 뒤 사건관계인과 담당 경찰관의 의견을 들어 사실관계를 확인하거나, 부족한 부분을 더 채워 달라고 요구할 수 있는 절차는 남아 있습니다. 7개 중대범죄는 아예 예외로, 새로 생기는 중수청이 맡습니다.
| 사건 유형 | 수사 주체 |
|---|---|
| 대부분의 일반 사건 | 경찰 |
| 7개 중대범죄 | 중대범죄수사청 |
| 기소 여부 판단 | 공소청 검사 |
내가 겪는 일이 절도나 사기, 폭행처럼 흔한 사건이라면 경찰이 처음부터 끝까지 수사를 끌고 간다고 보면 됩니다. 검사를 만나는 건 사건이 다 끝나고 재판으로 갈지 정해지는 단계입니다.
역대 최대 특검도 결론을 내지 못했습니다
이 개편 국면과 맞물려 눈에 띄는 사건이 하나 있습니다. 지난 3월 수사에 착수한 2차 종합특검(특별검사 권창영)입니다. 법정 기한 150일을 다 쓰고도 모자라 국회가 특검법을 고쳐 30일을 더 얹어줬습니다. 법률방송뉴스에 따르면 파견 인력은 최대 271명, 수사 기간은 180일로 각각 역대 최대·최장 규모였습니다.
그런데도 서울~양평 고속도로 종점 변경 의혹은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을 두 차례 소환하고 휴대전화까지 포렌식했지만 '윗선' 규명에는 이르지 못했습니다. 통일교 원정도박 수사 무마 의혹, '노상원 수첩' 의혹,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수사 무마 의혹의 '윗선' 부분, 대통령실의 수원지검 수사 개입 의혹까지 — 상당수가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로 다시 넘겨질 방침이라고 합니다. 특검의 수사 기한은 이달 23일까지였습니다.
역대 최대 규모의 수사 조직도 답을 내지 못한 사건들이, 검찰이 사라지는 바로 그 시점에 무더기로 경찰 앞에 쌓이는 셈입니다.
260명과 1765명
새 조직이 사람을 구하는 상황을 보면 이 개편이 어디쯤 와 있는지가 드러납니다. 눈여겨볼 숫자는 두 개입니다.
중수청은 지난 20일 검찰 소속 검사·수사관을 대상으로 한 특례임용 신청을 마감했습니다. 시험 없이 옮길 수 있는 기회인데도 8월 초 열린 전국 설명회에 참석한 검사는 260여 명에 그쳤습니다. 수사를 새로 맡을 조직에 정작 수사를 오래 해 본 검사가 잘 모이지 않는 겁니다. 직급 문제가 큽니다. 10년 이상 경력 검사가 갈 수 있는 자리는 30개뿐이고, 그보다 짧은 경력의 검사는 기존 검찰수사관들과 자리를 놓고 겨뤄야 합니다.
반대편에는 1765명이 있습니다. 2021년부터 올해 5월까지 경찰에서 수사 부서를 떠난 인원입니다. 수사 업무 자격을 따려는 지원자는 올해 1만 명을 넘겨 역대 최다였지만, 나가는 쪽은 주로 20년 차 이상입니다. 순천향대 오윤성 교수는 시사저널 인터뷰에서 "신규 지원자로 그 경험을 채우기 어렵다"고 했습니다. 들어오는 사람은 늘고, 사건을 아는 사람은 빠져나갑니다.
로펌 쪽 움직임도 같은 방향을 가리킵니다. 법률신문에 따르면 지난해 로펌 취업 심사를 받은 퇴직 경찰관 35명 중 27명이 취업 제한이나 불승인 판정을 받았습니다. 재직 시절 맡았던 사건과 이해관계가 겹친다는 이유였습니다. 심사 대상 자체가 규모가 큰 로펌으로 한정돼 있어 퇴직 경찰관의 로펌행 전체를 보여주는 숫자는 아닙니다. 다만 한 대형로펌 변호사는 같은 보도에서 "경찰의 역할이 더 커질 것이라 보고 당장 필요한 수준 이상으로 인력을 미리 확보하는 분위기"라고 말했습니다.
확정된 것과 아직 아닌 것
법 시행일과 조직 개편의 큰 틀은 확정됐습니다. 하지만 실제 수사 현장에서 쓸 세부 규칙, 즉 수사준칙 같은 하위법령은 아직 만들어지는 중입니다. 법무부는 법 공포 직후 하위법령 개정안을 마련해 입법예고 절차를 밟겠다고 밝혔고, 항고제도를 비롯한 관련 법률 정비도 남아 있습니다.
시민 입장에서 새로 생기는 장치도 있습니다. 고소·고발한 사건을 경찰이 수사한 끝에 혐의가 없다고 보고 검사에게 넘기지 않기로 하면 이를 불송치 결정이라고 합니다. 2022년에 없어졌던 고발인의 이의신청권이 일정 범죄에 한해 되살아났습니다. 신청 기간은 통지받은 날부터 3개월이고, 관서장이 정당한 사유를 인정하면 6개월까지 늘어납니다. 불송치 결정서를 보낼 때 이의신청 안내와 서식을 함께 보내야 하고, 이의신청을 준비할 수 있도록 수사기록을 열람하고 복사할 권리도 새로 생겼습니다. 수사가 정당한 이유 없이 6개월 넘게 늘어지면 이의를 제기할 수 있고, 이 경우 경찰서장 등은 14일 안에 담당자를 바꿀지 알려야 합니다.
이 조항들은 아직 시행 전입니다. 실제로 사건을 접수하거나 이의를 제기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10월 2일 이후 개정된 절차가 어떻게 안내되는지 그때 가서 다시 확인하는 편이 안전합니다.
참고
- 법률신문, 법률방송뉴스, 시사저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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