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관 후보 추천을 놓고 대법원과 청와대가 정면으로 부딪혔습니다.
조희대 대법원장이 대통령을 직접 만나지 않고 후보 두 명의 이름을 서면으로 보냈고, 청와대는 "협의를 건너뛴 일방 통보"라고 했습니다.
여당은 "진실을 밝히라"고 하고, 야당은 "사법부를 겁박하는 짓"이라고 맞섭니다. 같은 사건을 두고 여야가 왜 이렇게 다르게 읽는지 하나씩 짚어보겠습니다.
3줄 요약
1. 조희대 대법원장이 국회 증인으로 채택됐습니다
2. 발단은 대법관 후보 2명을 서면 제청한 일입니다
3. 협의가 있었는지부터 양쪽 말이 다릅니다
'서면'과 '대면', 그 한 글자의 무게
헌법 104조 2항은 대법관을 대법원장이 제청하고 국회가 동의하고 대통령이 임명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세 기관이 한 단계씩 나눠 맡는 구조입니다.
| 단계 | 담당 | 이번에 논란이 된 지점 |
|---|---|---|
| 제청 | 대법원장 | 대통령을 만나지 않고 서면으로 보냄 |
| 동의 | 국회 | 아직 진행 전 |
| 임명 | 대통령 | 제청을 받아들일지 검토 중 |
조 대법원장은 대법관 후보 2명을 서면으로 제청했습니다. 절차상 제청은 제청입니다. 문제가 된 것은 그 앞 단계입니다. 대법관 제청은 그동안 대법원장과 대통령이 얼굴을 맞대고 조율해 온 것이 관례였는데, 이번에는 그 자리가 없었습니다.
협의가 있었나 없었나 — 여기서 말이 갈립니다
법원행정처는 사전 협의를 거쳤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런데 성기홍 청와대 홍보소통수석은 방송에 출연해 "전혀 사실이 아니다. 협의 자체가 없었다"고 반박했습니다.
이 대목은 조금 더 뜯어봐야 합니다. 청와대 설명을 종합하면, 대법관 제청이라는 사안 자체를 놓고 오간 이야기는 있었지만, '서면으로 보내겠다'는 방식에 대해서는 협의가 없었다는 쪽입니다. "협의가 아예 한 번도 없었다"와 "이 방식에 대한 협의가 없었다"는 다른 말입니다. 양쪽 주장이 어긋나는 지점이 협의의 존재 자체인지, 협의의 범위인지부터가 아직 정리되지 않았습니다.
국민의힘은 여기에 또 다른 이야기를 얹습니다. 최수진 원내수석대변인은 "애당초 대통령과의 만남을 거부한 것은 청와대"라고 주장했습니다. 만남이 없었던 이유가 대법원장 쪽에 있느냐 청와대 쪽에 있느냐 — 이것도 양쪽 말이 정면으로 다릅니다.
어느 쪽이 사실인지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습니다.
신문들의 논조도 갈렸습니다
이 사안을 보는 신문 사설도 엇갈립니다. 조선일보는 "대법관은 대법원장이 제청하고, 국회가 동의하고, 대통령이 임명한다"는 헌법 조문을 근거로 들며, 여권이 대법원장의 제청권을 침해하고 있다고 옹호했습니다. 세 기관에 거부권을 똑같이 나눠준 것이 헌법의 설계라는 논리입니다.
반면 동아일보는 다른 각도에서 짚었습니다. "신속한 재판을 강조해온 대법원장이 대법관 공백에도 제청을 미룬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며, 조 대법원장 쪽에도 설명할 책임이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헌법이 보장한 권한과, 그 권한을 오래 쓰지 않은 이유는 별개의 질문이라는 뜻입니다.
두 사설이 서로 다른 질문을 던지고 있다는 점이 중요합니다. 하나는 "누가 권한을 침해했나"를 묻고, 다른 하나는 "그 권한이 제때 쓰였나"를 묻습니다.
법사위에서 벌어진 일
지난 21일 법사위 전체회의는 고성으로 얼룩졌습니다. 국민의힘 김태규 의원이 김민석 민주당 대표를 "김민석씨"라고 부르자 민주당 의원들이 항의했고, 김 의원은 "조희대 대법원장을 '조희대씨'라 부른 건 괜찮았냐"고 되받았습니다. 앞서 김민석 대표가 조 대법원장을 "법기술원장"이라 부르며 "정신 차리고 당장 나가라"고 한 발언을 겨냥한 말이었습니다.
이 소동 끝에 국민의힘 의원들이 퇴장한 가운데, 민주당 주도로 조 대법원장과 노경필 법원행정처장의 증인 출석 요구안이 처리됐습니다.
여야가 다르게 읽는 지점
민주당은 이번 사안을 사법부 신뢰 회복의 문제로 봅니다. 이주희 원내대변인은 "또다시 말을 바꾸고 진실을 감춘다면 국회는 위증의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대법관 임명이 "한 사람의 자의"에 좌우돼서는 안 된다는 논리입니다.
국민의힘은 정반대로 읽습니다. 박성훈 수석대변인은 "대법원장이 헌법에 따라 대법관 후보자를 제청했을 뿐인데 국회로 불러 세운다"며 이를 "탄핵 사전 청문회"라고 불렀습니다. 최수진 원내수석대변인은 "이재명 대통령의 사법 리스크를 덮으려는 방탄 목적"이라는 의혹까지 제기했습니다. 이는 국민의힘 측 주장이며, 확인된 사실은 아닙니다.
같은 날 이재명 대통령은 반부패정책협의회에서 "최근에는 반부패보다 헌정질서 파괴 행위가 더 심각하다"고 말했습니다. 무엇을 겨냥한 발언인지는 밝히지 않았고, 정치권에서 조 대법원장을 겨냥했을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을 뿐 본인이 확인해준 적은 없습니다.
이번 사안에서 눈여겨볼 지점은 협의를 둘러싼 진술이 서로 어긋난다는 사실 그 자체입니다. 누가 무엇을 언제 말했는지가 정리돼야 여야 중 어느 쪽 해석이 사실에 가까운지도 가려집니다.
8월 31일, 무엇을 보면 되나
조희대 대법원장과 노경필 법원행정처장은 오는 31일 국회 법사위 현안질의 증인으로 채택돼 출석이 예정돼 있습니다. 이날 다뤄질 안건은 서면 제청 하나가 아닙니다. 한덕수 전 국무총리와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의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 사건 상고심 전원합의체 회부도 함께 다뤄질 예정입니다. 증인 채택 배경을 제청 논란 하나로만 보면 절반만 보는 셈입니다.
지금까지 나온 것은 여야 대변인들의 논평과 서로 엇갈리는 주장뿐입니다. 이 사안을 계속 지켜보려면, 31일 현안질의에서 나오는 당사자들의 육성 답변을 확인하는 것이 가장 정확합니다.
참고
- 연합뉴스, 국민일보, 문화일보, 경향신문, 신아일보, 미디어오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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