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육군이 새 자주포 시제품 사업자로 한화를 골랐습니다.
계약서에 적힌 금액은 1417억 원, 옵션까지 다 써도 3715억 원입니다. 그런데 시장이 보는 숫자는 10조 원입니다.
같은 계약을 두고 왜 이렇게 다른 숫자가 나올까요.
3줄 요약
1. 미 육군이 K9MH를 시제품 사업자로 골랐습니다
2. 계약은 1417억, 10조 원은 아직 전망치입니다
3. 양산 여부는 4년 시험을 통과해야 갈립니다
지금 확정된 것은 최대 18문입니다
미 육군은 8월 18일(현지 시간)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미국 법인인 한화디펜스USA와 기동전술포(MTC) 사업의 시제품 개발 계약을 맺었다고 발표했습니다. 대상은 K9 자주포를 바퀴 달린 차체에 얹은 K9MH입니다.
계약 금액은 1억30만 달러(약 1417억 원), 여기에 12문을 더 주문할 수 있는 옵션까지 모두 실행하면 2억6290만 달러(약 3715억 원)가 됩니다. 먼저 6문을 납품하고, 필요하면 12문을 추가하는 구조입니다. 즉 지금 이 계약으로 미 육군이 받기로 한 최대 수량은 18문입니다.
주목할 부분은 계약 방식입니다. 미 육군은 이번 계약을 기타거래권한(OTA)이라는 제도로 맺었습니다. 무기를 새로 개발해 사고파는 일반 국방 조달은 절차가 길고 복잡한데, 이 제도는 그 절차를 건너뛰고 이미 만들어진 장비를 빠르게 들여와 시험해 보게 해 줍니다. 미 육군이 이 방식을 고른 이유는 스스로 밝힌 사업 성격에 드러납니다. 새 자주포를 처음부터 설계하는 대신 이미 검증된 플랫폼을 빨리 가져다 써 보겠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이번 계약은 "미국이 K9MH를 채택했다"기보다 "미국이 K9MH를 4년간 써 보기로 했다"에 가깝습니다.
이번 입찰에는 미국 방산 스타트업 안두릴과 오시코시디펜스가 참여한 엘빗 아메리카, 이탈리아 레오나르도, 독일 라인메탈, 영국 BAE시스템즈가 뛰어들었습니다. 한화디펜스USA는 이들을 제치고 단독으로 시제품 사업자에 선정됐습니다. 국산 무기 체계가 완제품으로 미국과 직접 계약을 맺은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견인포를 끌고 다니면 드론에 걸립니다
미 육군은 원래 신형 58구경장 화포를 얹은 궤도형 자주포 개발 사업(ERCA)을 밀고 있었습니다. 방향이 바뀐 계기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었습니다.
미 육군이 지금 쓰는 M777 155mm 견인포는 자체 동력이 없습니다. 트럭이 끌고 와서, 자리를 잡고, 쏘고, 다시 접어서 끌고 나가야 합니다. 이 과정에 걸리는 시간이 문제였습니다. 대포병 레이더가 포탄 궤적을 역추적해 발사 지점을 찾아내고 자폭 드론이 날아오는 데 걸리는 시간보다, 견인포가 짐을 싸는 시간이 더 길었던 겁니다.
K9MH는 이 문제에 대한 답으로 개발됐습니다. 8×8 차륜형 차체에 포탑을 얹어, 쏘자마자 스스로 움직여 자리를 뜨는 '슛앤스쿠트' 방식에 맞췄습니다. 155mm 52구경장 포와 자동장전 장치를 갖춰 분당 8~9발을 쏠 수 있습니다. 기존 K9A2의 자동화 포탑 기술을 옮겨 실으면서 운용 인원도 줄인 것으로 전해집니다. K9은 폴란드, 루마니아, 노르웨이, 핀란드, 튀르키예 같은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회원국과 호주, 인도에도 나가 있어, 새로 만든 물건이 아니라 이미 굴러가고 있는 물건이라는 점이 평가에 유리하게 작용했습니다.
미 육군은 배치가 승인되면 MTC가 일부 부대의 M777을 대체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승인되면"이라는 조건이 붙어 있다는 점은 기억해 둘 만합니다.
1417억과 10조 원 사이
업계에서 말하는 양산 규모는 약 500문, 사업비 10조 원 안팎입니다. 계약서의 1417억 원과는 70배 넘게 차이가 납니다. 이 간극이 어디서 오는지 알면 앞으로 나올 기사들을 읽는 기준이 생깁니다.
10조 원은 시험을 통과했을 때를 가정한 추정치입니다. 조세일보에 따르면 KB증권 정동익 연구원은 폴란드 2차 계약의 평균 판매가격을 참고해 본계약 규모를 약 10조 원으로 추정하면서, 탄약보급차 패키지와 후속 군수 지원, 미국 현지 생산에 따른 비용까지 더하면 20조~30조 원까지 커질 수 있다고 봤습니다. 본계약 시점은 이르면 2027년 7~9월로 전망했습니다. 이 역시 증권사의 전망이지 미 육군이 확정한 일정은 아닙니다.
그 사이를 채우는 것이 4년입니다. 미 육군은 이 기간 동안 K9MH를 실전과 비슷한 환경에서 굴려 보고, 장병들이 직접 운용하며 성능·신뢰성·정비 지원 가능성을 평가합니다. 미 육군은 이 시험에서 나온 데이터가 향후 배치 결정의 직접적인 근거가 된다고 설명했습니다. 통상 이 과정에서 특별한 결함이나 결격 사유가 없으면 양산 계약으로 이어집니다.
정리하면, 확정된 것은 최대 18문과 4년의 평가 기간입니다. 500문도 10조 원도 2027년도 아직 확정되지 않았습니다.
코스피가 4.71% 빠진 날, 이 종목만 올랐습니다
계약 소식이 전해진 19일, 시장 반응은 분명했습니다. 조세일보에 따르면 오전 10시 46분 기준 코스피가 전날보다 4.71% 급락하는 동안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5.24% 오른 상태로 거래됐습니다. 코스피 정규장 기준이며, 개장 직후에는 9%대까지 올랐다가 상승폭 일부를 반납한 흐름이었습니다.
조세일보가 전한 KB증권의 진단은 이 상승을 미 육군의 시제품 사업자 단독 선정 소식이 반영된 결과로 봤습니다. 시장 전체가 크게 밀린 날 이 종목만 반대로 움직였다는 점에서, 이번 소식이 어떻게 받아들여졌는지는 짐작할 수 있습니다.
다만 하루의 주가 움직임은 그날의 해석일 뿐입니다. 앞으로 이 계약을 따라갈 때 볼 것은 주가가 아니라 일정입니다. 시제품 6문이 언제 인도되는지, 옵션 12문이 실제로 발주되는지, 4년 평가가 어떤 결과를 내놓는지 — 이 세 지점에서 10조 원이라는 숫자가 현실이 될지 갈립니다.
참고
- 매일일보, 금융소비자뉴스, 연합인포맥스, 디일렉, 서울이코노미뉴스, 문화일보, 코리아리포트, 신아일보, 조세일보, 동아일보, 머니투데이, 경향신문
태그 #한화K9자주포 #K9자주포 #K9MH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화디펜스USA #미육군 #기동전술포 #MTC사업 #K방산 #차륜형자주포 #방산수출 #M777 #슛앤스쿠트 #자주포현대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