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는 예순이 되면 나가라고 합니다.
그런데 국민연금이 들어오기 시작하는 건 그보다 뒤입니다.
그 사이 몇 년은 월급도 연금도 없습니다. 이 구간을 두고 한쪽에서는 지금 파업이 벌어지고 있고, 다른 쪽에서는 이미 법이 바뀌었습니다. 왜 이렇게 다르게 풀렸을까요.
3줄 요약
1. 정년은 60세, 국민연금은 최장 65세부터입니다
2. 현대차는 10년 만의 파업, 특수경비원은 법 개정입니다
3. 먼저 볼 것은 내 출생연도의 연금 개시 나이입니다
예순에 그만두면 연금까지 몇 년이 빕니다
법이 정한 정년은 만 60세입니다. 그런데 국민연금 노령연금을 받기 시작하는 나이는 그보다 뒤입니다. 1969년생부터 만 65세이고, 그 앞 세대는 출생연도에 따라 61세에서 64세 사이로 나뉩니다.
회사를 나오는 나이와 연금이 들어오는 나이가 어긋나 있는 셈입니다. 사람에 따라 1년에서 5년까지 소득이 끊기는 구간이 생깁니다. 지금 정년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일들은 결국 이 구간을 누가, 어떻게 메우느냐의 문제입니다. 내 개시 나이가 몇 살인지는 국민연금공단에서 출생연도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 나이에서 60을 빼면 내가 버텨야 하는 햇수가 나옵니다.
10년 만의 전면파업, 쟁점 셋 중 하나가 정년입니다
현대자동차 노동조합이 19일과 20일 각각 4시간씩 부분파업을 벌인 뒤, 21일에는 8시간 전면파업에 들어갑니다. 24일과 25일에도 4시간씩 이어질 예정입니다. 전면파업은 2016년 9월 이후 10년 만입니다.
지난달 8일 15차 교섭 이후 41일 만인 18일에 노사가 다시 마주 앉았지만, 16차 교섭도 합의 없이 끝났습니다. 그동안의 부분파업만으로 이미 44시간이 멈췄고, 업계는 생산 차질을 228억 원 규모로 추정합니다. 노조 요구는 월 기본급 14만9600원 인상, 지난해 순이익의 30% 성과급, 상여금 800% 인상, 완전월급제, 해고 조합원 복직, 그리고 정년 연장입니다. 이 가운데 상여금·복직·정년 세 가지에서 특히 팽팽합니다. 21일에는 서울 양재동 본사 앞 상경 투쟁이 예정돼 있고, 금속노조도 부품사와 계열사에 같은 날 공동파업을 주문해 둬 파장이 현대차 한 곳에 그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노조는 "연금과 맞춰 달라", 회사는 "국회가 정할 일"
노조가 요구하는 건 정년을 몇 살로 못 박자는 게 아닙니다. 국민연금 수급 시기와 연계해 최장 만 65세까지 늘리자는 것입니다. 앞서 본 공백이 사람마다 다르니, 그 공백만큼만 회사에 남게 해 달라는 요구입니다.
사측 입장은 다릅니다. 정년 연장은 개별 기업이 임금 협상 테이블에서 정할 문제가 아니라 정치권에서 사회적 합의를 거쳐 결정할 문제라고 선을 긋고 있습니다. 법이 먼저 바뀌면 그 뒤에 보충협약으로 시행 시기를 논의하자는 것입니다. 노조는 지금 당장을, 회사는 국회를 가리키고 있습니다.
특수경비원 쪽은 법이 먼저 움직였습니다
그런데 회사가 가리킨 그 국회에서, 한 직종은 이미 결론이 났습니다. 특수경비원의 정년을 60세에서 65세로 올리는 개정 경비업법이 지난달 23일 본회의를 통과했습니다. 국가 중요시설을 지키는 경비 인력입니다. 지금은 국무회의 의결을 기다리는 단계이고, 시행일은 내년 2월 11일입니다. 아직 시행 전이라는 뜻입니다.
적용은 출생연도로 갈립니다. 1962~1965년생 퇴직자와 1966년생 중 올해 퇴직 대상은 시행일 이후 특수경비원으로 재취업할 수 있고, 1967년생 이후 재직자는 65세까지 계속 일할 수 있습니다. 개정법에는 경비원이 입힌 손해를 배상하도록 업체가 보험이나 공제에 가입하고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는 근거도 함께 담겼습니다.
다만 매일노동뉴스 보도에 따르면 공공연대노조는 법 개정을 환영하면서도 처우가 그대로 남았다고 짚었습니다. 청원경찰과 같은 일을 하는데 임금은 가장 낮은 단순 노무직 기준을 적용받고, 공무원도 방위산업체 종사자도 아닌데 단체행동권은 제약받는다는 것입니다. 일할 수 있는 햇수가 늘어난 것과 그 몇 년이 살 만해지는 것은 다른 이야기입니다.
일본에서는 '정년'이라는 말 자체가 흐려집니다
일본 제약회사 시오노기제약은 내년부터 정년을 60세에서 65세로 늦추면서, 65세를 넘긴 직원도 요건을 채우면 정규직 신분을 유지하도록 했습니다. 지금까지는 정년이 지나면 기간을 정해 다시 뽑는 계약직으로 돌리는 게 보통이었는데, 이 관행을 깬 것입니다. 대상이 아직 정년에 이르지 않은 직원들이라 실제로 65세 넘은 정사원이 나오는 건 5년쯤 뒤입니다. 니혼게이자이신문 보도에 따르면 이 회사 사장은 "계속 일할 의사와 능력이 있고 회사에도 필요가 있는 사람"을 어떻게 붙잡을지 고민한 결과라고 설명했습니다.
배경은 인력 부족입니다. 지난해 일본의 65세 이상 취업자는 943만 명으로 역대 최대였지만, 임원을 뺀 나머지의 76.1%가 비정규직이었습니다. 오래 일하게 됐어도 처우는 따라가지 못했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건설회사 다이와하우스는 67세까지 급여를 그대로 두고 일할 수 있게 했고, 히타치제작소는 재고용한 시니어 사원이 현역과 같은 일을 하면 보수를 깎지 않기로 했습니다. 나이가 아니라 직무와 성과로 처우를 정하는 쪽으로 옮겨가는 흐름입니다.
이번 일들에서 눈여겨볼 만한 건 정년 숫자 자체가 아니라, 늘어난 몇 년이 어떤 자리인가 하는 대목입니다. 파업으로 밀어붙이든 법으로 정하든, 그 몇 년이 임금이 깎인 계약직이면 공백은 이름만 바뀝니다. 지금 확인할 것은 뉴스 속 65세가 아니라, 내 출생연도에 적힌 연금 개시 나이입니다.
참고
- 시사저널, 뉴데일리, 매일노동뉴스, 연합뉴스TV, SBS, 국민연금공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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