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가 각자 국민연금 보험료를 30년 가까이 냈다면, 나중에 두 사람 몫을 다 받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한쪽이 세상을 떠나 유족연금 수급권이 생기면, 남은 배우자는 둘 중 하나를 골라야 합니다. 고르는 순간 다른 하나는 전액이 아니거나 아예 0원이 됩니다.
그렇다면 우리 집은 어느 쪽을 골라야 손해를 보지 않을까요.
3줄 요약
1. 두 연금을 전액 동시에 받을 수는 없습니다
2. 노령연금 택하면 유족연금의 30%가 붙습니다
3. 두 연금 예상액부터 비교해보셔야 합니다
100만원과 60만원이라면
계산부터 보겠습니다. 본인의 노령연금이 월 100만원이고, 배우자의 사망으로 생긴 유족연금이 월 60만원이라고 해보겠습니다.
노령연금을 선택하면 100만원에 유족연금의 30%인 18만원이 더해져 월 118만원을 받습니다. 유족연금을 선택하면 60만원입니다. 이 경우에는 노령연금 쪽이 58만원 더 많습니다.
숫자를 바꿔보겠습니다. 본인 노령연금이 월 40만원, 유족연금이 월 90만원이라면 어떨까요. 노령연금을 고르면 40만원에 27만원을 더한 67만원, 유족연금을 고르면 90만원입니다. 이번엔 유족연금이 낫습니다.
갈림길은 여기 있습니다. 본인 노령연금이 유족연금의 70%보다 크면 노령연금이, 작으면 유족연금이 유리합니다. 실제 수급자 대부분이 노령연금을 고른다고 해서 그게 모든 집에 정답이라는 뜻은 아닙니다.
유족연금을 고르면 내 노령연금은 0원
여기가 자주 오해가 생기는 대목입니다. 둘 중 하나를 고른다고 나머지가 자동으로 조금씩이라도 나오는 게 아닙니다.
노령연금을 선택하면 유족연금의 30%가 얹힙니다. 반대로 유족연금을 선택하면 본인이 평생 보험료를 낸 노령연금은 한 푼도 나오지 않습니다. 30% 규정은 한쪽 방향으로만 작동합니다.
그래서 유족연금이 훨씬 큰 집에서는 계산이 간단하지 않습니다. 내 노령연금을 통째로 포기하는 선택이기 때문입니다.
왜 하나만 주는 걸까
국민연금에는 중복급여 조정 제도가 있습니다. 한 사람에게 노령연금, 유족연금처럼 두 가지 이상의 연금을 받을 권리가 동시에 생기면 원칙적으로 하나만 고르게 하는 규정입니다. 한정된 재원으로 더 많은 가입자에게 연금을 주려는 취지입니다.
용어를 짚어두겠습니다. 노령연금은 국민연금에 최소 10년 이상 가입하고 정해진 나이가 되면 매달 받는 연금입니다. 유족연금은 가입자나 수급자가 세상을 떠났을 때 일정 요건을 채운 가족에게 지급됩니다. 배우자가 사망했다고 자동으로 나오는 것은 아니고, 사망자의 가입·납부 요건과 유족 요건을 함께 봅니다.
부부가 각자 오래 보험료를 냈는데 한쪽 연금이 사라진다는 불만이 이어지자, 정부는 2007년에 제도를 손봤습니다. 본인 노령연금이나 장애연금을 선택하면 받지 못하는 유족연금의 일부를 얹어주기로 한 겁니다. 처음엔 20%였고, 2016년 11월 30일부터 30%로 올랐습니다.
10명 중 9명이 자기 연금을 지킨다
국민연금연구원이 '연금이슈&동향분석' 제121호에 실은 보고서는 2000년부터 2025년까지 중복급여 발생 사례를 살펴봤습니다.
배우자의 유족연금을 먼저 받다가 본인 노령연금 수급 나이가 된 경우, 2007년 이전에는 노령연금을 선택한 비율이 60~70%였습니다. 제도가 바뀐 뒤로는 90%를 넘습니다. 본인 노령연금을 받던 중 배우자가 사망해 유족연금 수급권이 새로 생긴 경우는 예전 50~60%에서 지금 약 75%로 올랐습니다.
30%를 얹어주기 시작하자 사람들의 선택이 바뀐 겁니다. 제도가 어느 쪽으로 유리하게 설계됐는지를 이 숫자가 그대로 보여줍니다.
장애연금과 노령연금이 겹칠 때도 같은 방식으로 하나를 고릅니다. 과거에는 이미 받던 장애연금을 유지하는 사례가 많았지만, 20년 이상 보험료를 낸 장기 가입자가 늘면서 노령연금을 고르는 비중이 계속 높아지고 있습니다. 가입 기간이 길수록 노령연금 액수가 커지는 구조 때문입니다.
공무원연금은 50%, 국민연금은 30%
형평성 이야기도 빠지지 않습니다. 국민연금의 중복지급률은 30%인데, 공무원연금 등 일부 직역연금은 50%를 적용합니다. 같은 원리로 만든 제도인데 돌려받는 비율이 다르다는 지적이 계속 나오는 이유입니다.
보고서는 지금 제도가 유지된다면 수급자들의 선택 흐름도 당분간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으로 봤습니다. 다만 가입 기간이 긴 수급자가 늘고 중복지급률을 조정하는 법 개정이 이뤄지면 양상이 바뀔 수 있다고 짚었습니다.
지금 확인해야 할 것은 뉴스가 아니라 우리 부부의 예상 수령액입니다. 내연금 알아보기에서 각자 로그인해 노령연금 예상액을 조회할 수 있고, 유족연금 예상액과 개별 조건은 국민연금공단(국번 없이 1355)에서 확인하는 편이 정확합니다. 두 숫자를 미리 알고 있으면, 그날이 왔을 때 서류 앞에서 당황하지 않습니다.
참고
- 키즈맘, 경북매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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