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 '황제주' 등극에 다시 나온 주식 분할 이야기

2026년 8월 24일 · 한국

SK하이닉스 주가가 한 주에 170만 원을 넘습니다.

그런데 이 회사에는 이미 몇 해 전부터 '소수점 거래'라는 대안이 있었습니다. 1000원, 1만 원 단위로도 살 수 있는 서비스입니다.

그렇다면 왜 굳이 주식을 쪼개는 액면분할 이야기가 다시 나오는 걸까요.

3줄 요약
1. SK하이닉스 등 황제주가 1년 새 9개로 늘었습니다
2. 국내 소수점 거래는 651억, 해외는 8조 원대입니다
3. 액면분할은 문턱을 낮출 뿐 주가를 올리진 않습니다

황제주, 1년 만에 4개에서 9개로

주당 100만 원이 넘는 종목을 증시에서는 황제주라고 부릅니다. 200만 원을 넘기면 명품주라는 말도 씁니다. 지난해 말 유가증권시장에서 황제주는 효성중공업, 삼성바이오로직스, 고려아연, 삼양식품 네 종목뿐이었습니다. 그런데 이달 18일 종가 기준으로는 SK하이닉스, 삼성전기, 두산, 한화에어로스페이스, SK스퀘어까지 더해져 아홉 종목으로 늘었습니다. 1년도 안 돼 두 배 넘게 불어난 셈입니다.

SK하이닉스는 최근 종가 기준 주당 173만 원 선입니다. 한때는 298만 원대까지 오른 적도 있어 황제주라기보다는 명품주에 가깝습니다. 40조 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소각 계획을 내놓은 뒤로 주가가 크게 뛴 결과입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미국 나스닥에서 열린 SK하이닉스 미국주식예탁증서(ADR) 상장 행사에서 액면분할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시장이나 주주의 요청이 더 들어오면 당연히 검토할 것"이라고 답했습니다. 검토하겠다는 말이지 하겠다는 확답은 아닙니다. 시점도, 비율도 아직 정해진 게 없습니다.

액면분할은 회사의 자본금은 그대로 두고 주식 수만 늘려 1주당 가격을 낮추는 절차입니다. 가령 200만 원짜리 주식을 10대 1로 쪼개면 이론상 주가는 20만 원이 되고, 대신 갖고 있던 주식 수는 열 배로 늘어납니다. 회사의 전체 가치, 즉 시가총액은 분할 전후로 달라지지 않습니다.

국내는 651억, 해외는 8조 원 — 소수점 거래 성적표

주가가 비싸 못 사는 문제라면 이미 답이 나와 있어야 합니다. NH투자증권, KB증권, 미래에셋증권, 키움증권, 한화투자증권 다섯 곳은 2022년 9월부터 국내 주식을 1주 단위가 아니라 원하는 금액만큼 나눠 사는 소수점 거래 서비스를 해왔고, 이달 10일부터는 카카오페이증권도 합류했습니다.

국회 정무위원회 이정문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에서 받은 자료를 보면, 주요 증권사 열 곳의 해외주식 소수점 거래액은 지난해 1월부터 8월까지 8조4625억 원에 달했습니다. 같은 기간 국내주식 소수점 거래액은 651억2000만 원에 그쳤습니다. 백 배가 넘는 차이입니다. 서비스는 있는데 국내 주식에서는 좀처럼 쓰이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업계에서는 체결 방식을 이유로 꼽습니다. 증권사가 여러 투자자의 소수점 주문을 모아 온주 단위로 처리하다 보니, 정작 원하는 가격에 딱 맞춰 사고팔기가 어렵습니다. 국내 주식은 하루 변동폭이 큰 편이라 이 시차가 손실로 이어질 수도 있습니다. 이미 상장지수펀드(ETF)로도 소액 분산 투자가 가능해 소수점 거래의 매력이 크지 않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매달 일정 금액을 사는 방식으로 소수점 거래를 쓰는 투자자가 많은데, 이런 장기 투자에 어울리는 종목은 국내보다 미국 증시에 많다는 점도 이유로 꼽았습니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소수점 거래는 의결권이나 배당, 주문 방식에서 일반 주식과 완전히 같지 않다는 점이 또 다른 진입장벽"이라며 "액면분할은 투자자에게 훨씬 직관적이고 이해하기 쉬운 방식이라 접근성을 높이는 효과가 있다"고 짚었습니다.

2018년 삼성전자, 거래량이 100배 뛴 날

액면분할이 거론될 때마다 나오는 사례가 삼성전자입니다. 2018년 5월 주당 250만 원을 넘던 삼성전자는 50대 1로 액면분할을 단행했습니다. 액면가는 5000원에서 100원으로, 주가는 5만 원대로 낮아졌습니다. 재상장 첫날부터 거래량은 100배 넘게 뛰었고, 그렇게 삼성전자는 누구나 한두 주쯤 갖고 있는 '국민주'가 됐습니다.

다만 업계에서는 액면분할이 투자 접근성을 높이는 데는 도움이 되지만, 그 자체가 주가 상승을 보장하는 건 아니라는 분석도 함께 나옵니다.

싼 가격표를 찾아 미국 증시의 ADR로 눈을 돌리는 분들도 있습니다. SK하이닉스 ADR은 최근 종가 기준 주당 163.41달러, 원화로 22만 원 안팎입니다. 국내 주가의 8분의 1처럼 보이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ADR 1주는 보통주 0.1주에 해당합니다. 국내 주가와 견주려면 ADR 10주 값에 환율을 곱해야 합니다. 여기에 환율 변동과 해외주식 세금·수수료가 따로 붙습니다.

지금 확인할 수 있는 사실은 두 가지입니다. 소수점 거래는 이미 있지만 국내 주식에서는 거래액이 해외의 백분의 일에 그치고 있고, 액면분할은 회장이 가능성을 열어뒀을 뿐 확정된 계획은 아직 없습니다. 한 주 값이 부담스럽다면 액면분할 소식을 기다리기보다 반도체 ETF처럼 소액으로 나눠 담는 방법이 먼저이고, 분할이 실제로 결정되더라도 거래가 며칠 멈추는 기간이 있으니 그때는 매매 계획을 미리 세워두는 편이 낫습니다. 개별 종목의 손익 계산은 증권사나 전문가에게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참고

  • 뉴스웨이, 헤럴드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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