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대법원이 어떤 사건을 전원합의체에 넘겼다는 소식이 나왔습니다.
'대법원 재판이면 원래 대법관이 다 모여서 하는 것 아닌가' 싶으실 수 있습니다.
아닙니다. 대법원에 올라오는 사건은 대부분 대법관 네 명이 모인 자리에서 끝납니다. 전원합의체는 그 예외이고, 예외로 빠지는 데는 정해진 조건이 있습니다.
3줄 요약
1. 전원합의체는 대법관 13명이 함께 심리합니다
2. 평소 사건은 대법관 4명짜리 부에서 끝납니다
3. 회부 자체는 결론이 아니라 심리 방식입니다
원칙과 예외가 실제로는 뒤집혀 있습니다
먼저 대법원이 무엇을 하는 곳인지 한 줄로 짚고 가겠습니다. 1심과 2심에서 사실관계를 다투고 나면, 그 판결에 불복해 마지막으로 올라가는 곳이 대법원입니다. 이 단계를 상고심이라고 부르고, 여기서는 사실을 새로 따지기보다 법을 제대로 적용했는지를 봅니다.
법원조직법 제7조를 보면 대법원의 심판권은 대법관 전원의 3분의 2 이상이 모인 합의체에서 행사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대법원장이 재판장을 맡습니다.
그런데 같은 조항에 단서가 붙어 있습니다. 대법관 3명 이상으로 구성된 '부'에서 먼저 사건을 살펴보고 의견이 일치하면 그 부에서 재판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법 조문상으로는 전원합의체가 원칙이고 부가 예외인데, 실제로 굴러가는 모습은 반대입니다. 대법원 설명에 따르면 대법원은 대법관 14명으로 구성되고 그 안에 세 개의 부를 두는데, 올라오는 사건 대부분은 이 부에서 결론이 납니다.
부에서 끝나려면 조건이 하나뿐입니다. 그 부 대법관들의 생각이 갈리지 않아야 합니다. 한 명이라도 다른 결론에 서면 그 사건은 부에서 마무리할 수 없습니다.
이런 구조가 왜 필요한지는 짐작하기 어렵지 않습니다. 대법원에 올라오는 사건을 열세 명이 전부 함께 읽고 토론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그래서 나눠서 처리하되, 나눠서 처리하면 안 되는 사건을 따로 걸러 내는 장치를 붙여 둔 것입니다.
14명인데 왜 13명일까요
대법원은 대법원장을 포함해 대법관 14명으로 구성됩니다. 그런데 전원합의체 이야기가 나올 때 세는 숫자는 대개 13명입니다.
대법관 중 한 사람이 법원행정처장을 함께 맡기 때문입니다. 이 자리는 법원 살림과 인사 같은 행정을 담당하고 재판에는 들어가지 않습니다. 그래서 실제로 자리에 앉는 사람은 대법원장을 포함해 열세 명이 됩니다.
숫자를 세는 이유가 있습니다. 뒤에서 보겠지만 이 재판은 과반수로 결론이 나기 때문에, 몇 명이 앉느냐가 곧 몇 표가 필요하냐를 정합니다.
넘어가는 조건은 네 가지입니다
법원조직법 제7조는 부에서 재판할 수 없는 경우를 넷으로 정해 두었습니다. 풀어 쓰면 이렇습니다.
첫째, 정부가 만든 명령이나 규칙이 헌법에 어긋난다고 볼 때. 둘째, 그 명령이나 규칙이 법률에 어긋난다고 볼 때. 셋째, 대법원이 예전에 내놓은 해석을 바꿔야 한다고 볼 때. 넷째, 부에서 재판하는 것이 적당하지 않다고 볼 때.
앞의 셋은 기준이 비교적 뚜렷합니다. 실제로 눈길이 가는 것은 넷째입니다. 무엇이 '적당하지 않은지'는 조문이 정해 주지 않아서, 국민적 관심이 매우 높다거나 사회적으로 파장이 크다는 판단이 여기로 들어옵니다.
달라지는 것은 세 가지입니다
판례를 바꿀 수 있습니다. 부는 못 합니다. 대법원이 오랫동안 유지해 온 해석을 뒤집는 일은 전원합의체에서만 가능합니다. 큰 법리가 바뀌는 순간이 늘 전원합의체인 이유입니다.
갈린 의견이 판결문에 남습니다. 법원조직법 제15조는 대법원 판결서에 합의에 관여한 모든 대법관의 의견을 표시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몇 대 몇으로 갈렸는지, 반대한 대법관이 왜 반대했는지가 문서로 공개된다는 뜻입니다. 뉴스에서 "다수의견", "반대의견"이라는 말이 전원합의체 선고 때만 쏟아지는 게 이 조항 때문입니다.
오래 걸립니다. 사건에 따라 공개변론을 열기도 하고, 열세 명이 각자 검토한 뒤 합의를 해야 하니 부에서 처리할 때보다 시간이 더 듭니다.
회부는 결론이 아닙니다
여기가 가장 자주 오해받는 대목입니다.
전원합의체에 넘겼다는 것은 이 사건을 어떤 방식으로 심리할지 정했다는 뜻이지, 결론이 어느 쪽으로 기울었다는 신호가 아닙니다. 원심을 뒤집겠다는 예고도, 그대로 두겠다는 예고도 아닙니다.
결론은 결국 표로 정해집니다. 법원조직법 제66조는 합의심판을 특별한 규정이 없으면 과반수로 결정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열세 명이 앉았다면 일곱이 모이는 쪽이 판결이 됩니다.
이번에는 어떤 사건이었나
5일 대법원은 12·3 비상계엄과 관련해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로 기소된 두 사람의 상고심을 전원합의체에서 심리하기로 했다고 밝혔습니다. 한덕수 전 국무총리와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의 사건입니다.
뉴스핌 보도에 따르면 대법원은 "국민적 관심도가 매우 높고 역사적으로 사법적 평가가 필요하며, 피고인들이 공범 관계여서 함께 심리될 필요가 있다"는 이유를 들었습니다. 앞서 항소심은 한 전 총리에게 징역 15년, 이 전 장관에게 징역 9년을 선고했습니다. 선고 기일은 아직 잡히지 않았습니다.
전원합의체 선고문에 남는 두 가지
기일이 정해지지 않았다면 결론까지 몇 달이 걸릴 수 있다고 보는 편이 맞습니다. 그사이 나오는 '전원합의체 회부' 관련 해석은 대부분 추측입니다.
선고 당일에 확인할 것은 두 가지입니다. 몇 대 몇으로 갈렸는가, 그리고 기존 판례를 바꾼 부분이 있는가. 이 둘은 판결문에 반드시 적히기 때문에 나중에라도 직접 확인할 수 있습니다.
전원합의체는 대법원이 "이건 넷이서 조용히 끝낼 사건이 아니다"라고 판단했을 때 열리는 자리입니다. 그 판단 자체가 결론은 아닙니다. 결론은 열세 명이 각자 이름을 걸고 남기는 문장으로 나옵니다.
참고자료
- 국가법령정보센터, 「법원조직법」 제7조·제15조·제66조 https://www.law.go.kr/법령/법원조직법
- 대법원, 「법원의 조직 — 대법원」 https://www.scourt.go.kr/judiciary/organization/supreme/index.html
- 뉴스핌, 「대법, 한덕수·이상민 '내란 혐의' 상고심 전원합의체 회부」 https://www.newspim.com/news/view/20260805001298
- 연합뉴스, 「한덕수·이상민 내란사건 대법 전원합의체서…"역사적 사법적 평가"」 (2026-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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