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봉기 제청까지 다섯 달, 그 자리는 왜 비어 있었을까요

2026년 8월 24일 · 한국

대법관 한 자리가 다섯 달 넘게 비어 있었습니다.

후보 4명은 이미 지난 1월에 추천돼 있었습니다. 그런데도 제청은 이뤄지지 않았고, 법조계 안팎에서는 대법원과 청와대 사이에 이견이 있다는 관측이 돌았습니다.

그 빈자리에 18일 손봉기 부장판사의 이름이 올랐습니다. 왜 이제야였을까요.

3줄 요약
1. 손봉기 부장판사는 대법관 '후보'로 제청됐습니다
2. 후보 추천은 1월, 제청은 8월 18일입니다
3. 국회 인사청문회와 본회의 동의가 남았습니다

1월에 추천된 이름이, 8월에야 올라갔습니다

조희대 대법원장은 18일 손봉기(60) 대구지법 부장판사와 김성수(57) 서울고법 부장판사를 대법관 후보로 이재명 대통령에게 임명 제청했습니다. 손 부장판사는 지난 3월 퇴임한 노태악 전 대법관의 후임이고, 김 부장판사는 오는 9월 7일 퇴임하는 이흥구 대법관의 후임입니다.

눈여겨볼 것은 날짜입니다. 노 전 대법관의 후임을 고르는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는 지난 1월 김민기·박순영 고법판사, 손봉기 부장판사, 윤성식 부장판사 4명을 조 대법원장에게 올렸습니다. 고를 사람은 그때 이미 정해져 있었다는 뜻입니다. 그런데 제청은 7개월 가까이 이뤄지지 않았고, 그사이 대법관 자리는 5개월 넘게 비어 있었습니다.

한겨레 보도에 따르면 법조계 안팎에서는 이 지연의 배경으로 대법원과 청와대 사이의 이견이 지목됐습니다. 후보를 두고 두 기관의 의견이 갈렸다는 관측입니다. 한겨레는 18일 밤 별도 기사에서 이번 제청이 청와대와 충분히 조율되지 않은 채 이뤄졌고 여권이 반발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다만 무엇이 조율되지 않았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여기에 다른 시한이 겹쳤습니다. 이흥구 대법관의 퇴임일이 다가오자, 그 후임 추천위원회도 이달 4일 김문관 부산지법원장, 김성수 부장판사, 김예영·김정중 부장판사 4명을 추천했습니다. 결국 대법원은 두 자리를 한꺼번에 제청하는 쪽을 택했습니다.

30년을 대구·경북에서 재판한 사람

손 부장판사는 부산 출신으로 달성고와 고려대 법학과를 나왔습니다. 1996년 대구지법 판사로 임관한 뒤 약 30년을 주로 대구·경북·울산에서 재판했습니다. 서울과 지방을 오가는 대신 한 지역에 오래 머무는 이른바 지역법관 경로입니다.

중앙 경험이 없지는 않습니다. 대법원 재판연구관과 사법연수원 교수, 울산지법 수석부장판사를 거쳤고, 2019년에는 법원장 후보 추천제를 통해 대구지방법원장에 임명됐습니다. 2021년부터는 다시 대구지법 부장판사로 재판을 맡아 왔습니다. 그 사이 이른바 '상주 농약 사이다' 사건의 국민참여재판을 진행했고, 2013·2014년에는 대구지방변호사회 법관평가에서 2년 연속 우수법관으로 뽑혔습니다.

대법원은 제청 배경을 설명하며 법률지식과 공정한 판단능력, 사회적 약자 보호 의지와 함께 "대법원 구성의 다양성"도 고려했다고 밝혔습니다. 30년을 지역에서 보낸 이력을 어떻게 읽을지는 이제 국회의 몫입니다.

김성수는 다른 길을 걸었습니다

같은 날 제청된 김성수 부장판사는 전남 함평 출신으로 광주 인성고와 한양대 법학과를 나왔습니다. 1998년 광주지법 판사로 법관 생활을 시작해 서울고법, 법원행정처 윤리감사심의관, 제주지법 부장판사, 청주지법 수석부장판사를 거쳤습니다. 2023년부터 2년간 사법연수원 수석교수를 지낸 뒤 서울고법으로 돌아왔습니다.

구분손봉기김성수
나이·기수60세·22기57세·24기
주요 경력대구·경북·울산 지역법관 30년서울고법·법원행정처·연수원 수석교수
최근 재판상주 농약 사이다 국민참여재판서울서부지법 난동 사태 항소심

김 부장판사는 서울서부지법 난동 사태로 기소된 피고인들의 항소심을 맡아, 법원에 대한 집단적 폭력 행위를 "반헌법적 결과"로 평가하며 유죄를 선고했습니다. 이번 제청에서 제일 눈에 띄는 건 두 사람의 경력이 거의 겹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제청은 끝이 아니라 시작입니다

'제청'이라는 말이 낯설 수 있습니다. 대법관은 대법원장이 후보를 골라 대통령에게 올리고(임명 제청), 대통령이 임명동의안을 국회에 내면, 국회가 인사청문회를 열어 후보자를 검증한 뒤 본회의에서 동의 여부를 표결하는 순서로 정해집니다. 국회 동의를 얻어야 비로소 대법관이 됩니다.

그러니까 지금 확정된 것은 대법원장이 누구를 원하는지까지입니다. 두 사람이 실제로 대법관이 될지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습니다. 국회 동의를 거쳐 임명되면 두 사람은 이재명 정부의 첫 대법관이 됩니다.

이번 인선에서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것은 날짜뿐입니다. 청와대와의 이견설도, 여권의 반발도 아직은 관측과 전언의 영역에 있습니다. 임명동의안이 언제 국회에 제출되는지, 청문회 일정이 언제 잡히는지 — 그 두 날짜가 지금까지의 이야기를 가장 먼저 확인해 줄 겁니다.

참고

  • 한겨레, 신아일보, 동아일보, YTN, 조선비즈, TBC, hido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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