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비슷한 시기에 같은 뉴스가 나오고 같은 항의가 나옵니다. 반복되는 걸 보면 형식적인 절차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그런데 국제법에서 항의라는 행위가 어떤 무게를 갖는지 알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3줄 요약
1. 일본 방위백서가 22년째 독도 영유권을 주장했습니다
2. 일본은 1954년 이후 세 번 재판을 제안했습니다
3. 국제재판은 양쪽이 동의해야 열립니다
8월 4일에 나온 문서
일본 정부가 4일 2026년판 방위백서를 발간했습니다. 뉴스1과 디지털타임스 등의 보도에 따르면 이 문서는 독도를 일본의 고유 영토로 적고 영토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다고 기술했습니다. 같은 취지의 서술이 22년째 이어졌습니다. 다카이치 사나에 내각이 출범한 뒤 처음 나온 백서입니다.
한국 정부는 같은 날 대응했습니다. 외교부는 주한일본대사관 총괄공사를, 국방부는 주한 일본 방위주재관을 각각 불러 항의하고 즉각적인 시정과 철회를 요구했습니다.
여기까지가 매년 반복되는 장면입니다. 문제는 이 반복에 이유가 있느냐입니다.
항의를 거르면 생기는 일
국제법에서 어떤 땅이 누구 것인지를 따질 때 쓰이는 개념 가운데 실효지배가 있습니다. 그 나라가 그 땅에서 국가로서의 권한을 평온하게, 그리고 계속해서 행사해 왔는지를 보는 것입니다.
경찰이 상주하는지, 행정구역으로 편입돼 있는지, 주민이 사는지, 시설을 짓고 관리하는지 같은 것들이 여기 들어갑니다. 독도의 경우 이 요소들이 오랫동안 쌓여 있습니다.
그런데 실효지배 판단에서 함께 따지는 것이 하나 더 있습니다. 상대국이 그 상태를 어떻게 대해 왔는가입니다. 국제재판 사례를 보면 한쪽이 지배하는 동안 다른 쪽이 아무 말도 하지 않은 기간이 길수록, 그 침묵이 인정으로 해석될 여지가 생깁니다.
이 구조 때문에 주장에는 반드시 대응이 따라붙습니다. 같은 문장이 22년째 나오면 같은 항의도 22년째 나옵니다. 형식처럼 보이는 절차가 실제로는 기록을 남기는 행위입니다. 남기지 않으면 나중에 그 공백이 근거로 쓰일 수 있습니다.
이 대목이 이 사안에서 가장 자주 오해받는 부분이라고 봅니다. 매번 항의하는 것이 감정적 대응처럼 보이지만, 논리는 오히려 그 반대쪽에 있습니다.
재판으로 가지 않는 이유
그러면 국제재판에서 한 번에 정리하면 되지 않느냐는 질문이 나옵니다.
국제사법재판소는 아무 사건이나 다루지 못합니다. 원칙적으로 당사국이 모두 동의해야 재판이 열립니다. 한쪽이 소장을 내는 것만으로 상대를 법정에 세울 수 있는 구조가 아닙니다.
미리 재판을 받겠다고 선언해 두는 제도가 있는데, 일본은 이를 받아들였고 한국은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한국 정부가 동의하지 않는 한 이 사안이 그 법정에 올라갈 가능성은 사실상 없습니다.
일본은 1954년 이후 세 차례 이 문제를 국제사법재판소에서 다루자고 제의했고, 한국 정부는 그때마다 거부했습니다.
거부의 논리는 외교부가 공개한 자료에 정리돼 있습니다. 독도는 역사적으로도 국제법적으로도 명백한 한국 영토이므로 재판에서 그 권리를 증명해야 할 이유가 없다는 것입니다. 1954년 당시 정부는 독도가 일본의 한국 침략 과정에서 가장 먼저 희생된 곳이며, 한국 국민에게는 동해의 작은 섬이 아니라 주권의 상징이라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법적으로 보면 여기에는 한 겹이 더 있습니다. 재판에 응한다는 것은 다툴 것이 있다는 뜻이 되고, 다툴 것이 있다고 인정하는 순간 이 사안의 성격 자체가 바뀝니다. 한국 정부가 "분쟁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표현을 고수하는 이유가 그 지점에 있습니다.
교과서는 또 다른 경로입니다
백서와 별개로 매년 봄에 반복되는 뉴스가 하나 더 있습니다. 일본 교과서 검정 결과입니다.
이쪽은 출판사 개별 판단의 문제가 아닙니다. 일본은 학습지도요령이라는 국가 기준으로 교과서에 들어갈 내용의 방향을 정합니다. 2008년 중학교 학습지도요령 해설서에 관련 지침이 들어갔고, 2014년에는 정부의 통일된 견해가 있으면 그에 따라 기술하도록 검정 기준이 바뀌었습니다. 2018년 개정된 학습지도요령은 독도를 일본 고유의 영토로 명시하도록 했습니다.
기준이 위에서 고정되면 아래에서 나오는 결과는 매년 같아집니다. 검정 결과가 해마다 비슷하게 나오는 것은 우연이 아니라 이 구조의 산물입니다.
교육 경로가 따로 관리된다는 점이 중요합니다. 외교 문서는 정부끼리 주고받고 끝나지만, 교과서는 다음 세대의 기본 인식을 만듭니다. 시간표가 훨씬 깁니다.
직접 확인하고 싶다면
정부의 공식 입장과 근거 자료는 외교부가 운영하는 독도 홈페이지(dokdo.mofa.go.kr)에 정리돼 있습니다. 일문일답 형식으로 국제재판 문제, 역사적 근거, 관련 조약 해석이 항목별로 나뉘어 있어서 필요한 부분만 골라 읽기 좋습니다.
관련 보도를 볼 때 구분해 두면 편한 것이 두 가지 있습니다. 하나는 그것이 일본 정부의 공식 문서에서 나온 것인지, 개별 정치인의 발언인지입니다. 다른 하나는 그 문서가 외교 영역인지 교육 영역인지입니다. 대응하는 부처와 절차가 다릅니다.
정리
같은 뉴스가 매년 나오는 이유는 양쪽 모두 기록을 쌓는 중이기 때문입니다. 한쪽은 문서에 같은 문장을 남기고, 다른 쪽은 그때마다 항의를 남깁니다. 지루해 보이는 반복이 실은 이 사안에서 가장 실질적인 부분입니다.
참고자료
- 뉴스1, 「日, 22년째 방위백서에 '독도는 일본땅'…정부 "즉각 철회" 강력 항의(종합)」(2026.8.4) — https://www.news1.kr/diplomacy/defense-diplomacy/6248978
- 머니투데이, 「정부, '독도는 일본땅' 방위백서에 항의…日 총괄공사·방위주재관 초치」(2026.8.4) — https://www.mt.co.kr/amp/politics/2026/08/04/2026080414422347315
- 외교부 독도, 「독도에 관한 일문일답」 — https://dokdo.mofa.go.kr/m/kor/dokdo/faq14.jsp
- 경향신문, 「일본 모든 초등교과서에 "독도는 일본땅" 또 억지 주장」 — https://www.khan.co.kr/article/202303281533001
- 주간경향, 「일본 고교 교과서 "독도=일본땅" 주장 지속」 — https://weekly.khan.co.kr/article/202603241604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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