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 11살 아이는 왜 보호받지 못했을까

2026년 8월 24일 · 한국

지난 6일 새벽, 충남 천안의 한 교회에서 11살 아이가 숨을 거뒀습니다.

이 아이를 지키려는 신고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습니다. 2021년부터 올해까지, 경찰과 지방자치단체에 접수된 학대 의심 신고만 네 번입니다.

그런데도 아이는 끝내 보호받지 못했습니다. 무엇이 이 네 번의 기회를 놓치게 만들었을까요.

3줄 요약
1. 천안에서 학대 정황 속 11살 아이가 숨졌습니다
2. 2021년부터 신고 네 번, 보호 조치는 없었습니다
3. 제도 개선은 아직 논의 단계, 확정되지 않았습니다

교회에서 자란 아이

아이는 충남 천안의 한 교회에서 자랐습니다. 태어난 뒤 엄마와 가족의 연이 끊겼고, 아빠는 누구인지도 확인되지 않았다고 관계당국은 밝혔습니다. 교회가 아이를 거뒀고, 인근에 살던 외할머니도 자주 오가며 돌봤습니다. 아이에게는 지적장애 증세가 있었습니다.

지난 2일과 3일, 아이는 혼자 교회를 빠져나와 어른들에게 "외할머니가 때린다"고 알렸습니다. 3일에는 직접 경찰서를 찾아가 피해 사실을 설명하기도 했습니다. 그러고 사흘 뒤인 6일 새벽, 아이는 세상을 떠났습니다.

경찰 조사 결과 아이는 숨지기 전 최대 38시간 동안 묶여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교회 관계자들은 "아이가 수시로 나가려 해서 막으려고 묶었다"는 취지로 진술했지만, 경찰은 결박 자체가 학대라고 보고 있습니다. 60대 목사50대 외할머니아동학대치사 혐의로 구속됐고, 함께 교회에서 생활한 성인 1명도 수사를 받고 있습니다.

학교 밖 5개월

아이는 2021년 초등학교에 정상 입학해 1학년을 마쳤습니다. 2024년 8월 이사로 전학을 갔는데, 원래 다니던 학교에는 장애가 있는 아이를 위한 특수학급이 있었지만 옮겨간 학교에는 일반학급뿐이었습니다. 학교는 교육청에 특수교사가 정기적으로 찾아오는 순회 교육을 신청했고 이듬해 1학기부터 시작됐지만, 아이가 정신질환으로 입원하면서 실질적인 특수교육은 이뤄지지 못했다고 합니다.

입원에 따른 취학 유예 기간은 올해 2월 말까지였습니다. 그런데 외할머니가 아예 학교에 다니지 않아도 되게 해달라고, 즉 취학면제를 신청했습니다. 학교 의무교육 관리위원회가 이를 승인하면서 아이는 올해 3월 1일부터 '학교 밖 청소년'이 됐습니다.

여기가 이 사건에서 제일 눈여겨볼 대목입니다. 학교는 아이의 몸과 상태를 매일 확인할 수 있는, 사실상 유일한 창구였습니다. 초중등교육법은 질병이나 발육 상태 때문에 학교에 다니는 것이 불가능한 아이에 한해 의무교육을 면제할 수 있게 했는데, 이 아이는 1학년을 마쳤고 순회 교육까지 신청됐던 아이였습니다. 그 창구가 닫힌 지 5개월 만에 아이는 숨졌습니다.

네 번의 신고, 네 번의 결정

충남도와 경찰 조사에 따르면, 아이를 둘러싼 학대 의심 신고는 모두 네 차례였습니다.

시점내용결과
2021년 12월아동 방임 신고학대로 판단, 엄마 형사처벌
2024년 3월외할머니 폭행 신고학대로 판단, 외할머니 형사처벌
8월 2일편의점서 "맞았다" 신고경고 후 목사에게 인계
8월 3일아이가 직접 경찰서 방문법원에 조치 신청

세 번째 신고는 아이가 교회 인근 편의점에 들어가 "외할머니에게 맞았다"고 말하면서 시작됐습니다. 직원이 경찰에 신고했고, 출동한 경찰은 외할머니에게 훈계 목적의 손찌검이나 회초리도 학대라고 알린 뒤 경고했습니다. 그리고 아이가 할머니와 떨어져 교회에서 지낸다는 점을 확인하고, 목사에게 아이를 맡기고 사건을 종결했습니다.

다음 날 아이는 다시 나왔습니다. 이번엔 경찰서를 직접 찾아갔습니다. 경찰은 외할머니가 드럼 스틱으로 아이의 손바닥과 발바닥을 때린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법원은 떼어놓지 않아도 된다고 했습니다

이틀 연속 학대가 확인되자 경찰은 두 가지를 법원에 신청했습니다. 하나는 외할머니가 아이에게 접근하지 못하게 하는 것, 다른 하나는 외할머니를 교육기관에 보내는 것입니다.

법원은 5일, 접근금지는 받아들이지 않고 교육만 받아들였습니다. 그러자 경찰은 천안시에 아이를 다른 곳에서 맡아달라고 요청했습니다. 하지만 아이를 받아줄 시설이 마땅치 않았습니다. 결국 아이는 다시 교회로 돌아갔고, 그날 밤 고열과 탈진 증세를 보여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세 시간 만에 숨을 거뒀습니다.

여기서 한 가지가 남습니다. 아동복지법 15조는 아이가 두 차례 이상 학대를 당하면 법원의 결정 없이도 72시간 동안 가해자와 떼어놓을 수 있다고 정해두고 있습니다. 이 아이는 2021년과 2024년에 이미 두 차례 학대 판정을 받았고, 8월 2일과 3일에 또 신고가 들어왔습니다. 법원 결정을 기다릴 필요가 없는 조건이었다는 뜻입니다. 전문가들이 지적하는 지점이 여기입니다.

매뉴얼대로 했다는 두 기관

경찰과 천안시는 사고 이후 나란히 "매뉴얼대로 조치했다"는 입장을 냈습니다.

경찰은 법원이 접근금지를 받아들이지 않은 뒤 천안시가 아이를 다른 보호시설에 맡겼어야 한다고 봅니다. 천안시는 반대로, 8월 2일 첫 신고 때 곧바로 떼어놓았어야 한다며 경찰의 대응이 부실했다고 주장합니다. 전문가들은 법원과 교육청, 경찰, 천안시 모두에 책임이 있다고 봅니다.

이런 공방이 반복되는 이유는 단순합니다. 아이를 떼어놓는 일에는 여러 기관이 얽혀 있는데, 어느 한 곳도 혼자서는 끝까지 책임지지 않아도 되기 때문입니다. 경찰은 신청했고, 법원은 판단했고, 시는 시설을 찾았습니다. 각자 자기 몫을 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아이는 돌아갔습니다.

회의는 열렸고, 대책은 아직입니다

보건복지부는 13일 천안시청에서 교육부, 경찰청, 충청남도, 천안시, 충남교육청이 참석한 긴급회의를 열었습니다. 보호 조치가 이뤄지지 않은 과정의 제도적 미비점, 경찰과 법원 사이의 절차 연계, 학교에 다니지 않는 아동의 관리 체계와 위험 징후를 어떻게 알아채는지를 점검했습니다. 현수엽 복지부 제1차관은 "고위험군 아동이 보호 안전망에서 소외되지 않도록 관계부처가 힘을 모아 실효성 있는 제도개선을 검토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천안시도 아동학대 대응체계를 다시 짜고, 위기 의심 아동을 미리 찾아내겠다고 밝혔습니다.

이 회의에서 나온 것은 방향이지 확정된 제도가 아닙니다. 취학면제 관리 방식이 바뀌는지, 즉각 분리가 실제로 작동하게 되는지는 앞으로 나올 후속 조치를 봐야 압니다. 비슷한 사건이 또 보도될 때 확인할 것도 여기입니다. 관계자가 처벌받았는지가 아니라, 학교에 다니지 않는 아이를 누가 정기적으로 들여다보는지, 두 번 이상 신고된 아이를 법원 결정 없이 떼어놓는 절차가 실제로 쓰이는지입니다.

네 번의 기회가 있었다는 사실만은, 이미 돌이킬 수 없습니다.

참고

  • 한겨레, 뉴시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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