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유만 마시면 유독 속이 더부룩한 분들이 있습니다.
그런 사람을 겨냥해 '일반 우유보다 소화가 편하다'는 A2 우유가 마트 우유 코너에 부쩍 늘었습니다.
그런데 성분표를 보면 단백질도 칼슘도 일반 우유와 거의 같은데, 대체 뭐가 다르다는 걸까요.
3줄 요약
1. A2 우유는 영양이 아니라 단백질 종류가 다릅니다
2. 아미노산 한 곳 차이, 유당은 그대로입니다
3. 속이 불편하면 유당 탓인지부터 가려보세요
아미노산 한 곳이 다릅니다
우유 단백질은 크게 카제인과 유청 단백질로 나뉩니다. 이 가운데 카제인을 이루는 주요 단백질 중 하나가 베타카제인인데, 젖소의 유전적 차이에 따라 여러 형태로 갈립니다. 대표적인 것이 A1과 A2입니다.
시중에서 흔히 파는 일반 우유에는 A1과 A2 베타카제인이 함께 들어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반면 A2 우유는 A2 베타카제인만 만들어내는 젖소를 골라 그 젖소에게서 얻은 원유로만 만듭니다. 두 단백질의 구조 차이는 아주 작습니다. 아미노산 배열 가운데 딱 한 곳이 다를 뿐입니다.
단백질과 지방, 칼슘 같은 주요 영양성분은 두 우유가 사실상 같습니다. 'A2'는 영양가가 높다는 표시가 아니라 들어 있는 단백질의 종류를 가리키는 이름입니다. 아래 표에서 눈여겨볼 칸은 맨 오른쪽입니다.
| 우유 종류 | 다른 점 | 유당 |
|---|---|---|
| 일반 우유 | A1·A2 베타카제인이 함께 | 있음 |
| A2 우유 | A2 베타카제인만 | 있음 |
| 락토프리 우유 | 유당을 미리 분해 | 사실상 없음 |
BCM-7, 아직 결론이 나지 않았습니다
A2 우유가 주목받은 이유는 이 작은 차이가 소화 과정에서는 다른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연구 때문입니다. A1 베타카제인은 소화되는 동안 '베타카소모르핀-7(BCM-7)'이라는 물질을 만들어낼 수 있는데, 일부 연구가 이 물질이 장 운동과 소화에 영향을 줄 가능성을 제기했습니다.
다만 여기까지는 가능성입니다. 유럽식품안전청(EFSA)은 A1과 A2의 아미노산 차이가 BCM-7이 나오는 데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보면서도, 사람이 실제로 우유를 소화할 때 이 물질이 얼마나 만들어지는지는 확립되지 않았다고 정리했습니다. 최근에는 A1 우유와 A2 우유를 소화시킨 결과물에서 BCM-7 수준이 비슷하게 나왔다는 실험도 나왔습니다.
사람을 대상으로 한 시험도 엇갈립니다. 우유를 마시면 속이 불편했던 사람들에게 A2 우유를 마시게 한 국내 소규모 임상시험에서는 복통 같은 일부 지표가 나아졌지만 복부 팽만과 묽은 변은 오히려 늘었습니다. A1을 뺀 우유와 일반 우유 사이에 뚜렷한 차이가 없었다는 시험도 있습니다.
결과가 이렇게 갈리는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사람마다 장 환경과 소화 속도가 다른 데다, 지금까지의 시험은 대부분 참가자 수십 명 규모여서 작은 차이에도 결론이 뒤집히기 쉽습니다. A1이 범인이라는 가설은 확정된 것도, 완전히 접힌 것도 아닌 상태로 보는 편이 정확합니다. 주간조선도 A2 우유의 특징은 영양가의 우열이 아니라 베타카제인의 종류와 그에 따른 개인의 소화 반응에 가깝다고 전했습니다.
락토프리는 유당, A2는 단백질
여기서 자주 헷갈리는 제품이 락토프리 우유입니다. 둘 다 "우유를 마시면 속이 불편한 사람"이 찾는다는 공통점이 있지만, 손대는 곳이 전혀 다릅니다.
락토프리가 겨냥하는 것은 우유 속 당분인 유당입니다. 우리 몸에서 유당을 분해하는 락타아제라는 효소가 부족하면 우유를 마신 뒤 복통이나 설사, 가스, 복부 팽만을 겪는데 이를 유당불내증이라고 합니다. 락토프리 우유는 이 유당을 미리 분해하거나 제거해 부담을 줄인 제품입니다.
A2 우유는 유당을 건드리지 않습니다. 일반적인 A2 우유에도 유당은 그대로 들어 있습니다. 그래서 유당불내증이 있는 사람이 A2 우유로 바꿔도 속은 여전히 불편할 수 있습니다. 진열대에 나란히 놓여 있을 뿐, 서로를 대신하지는 못합니다.
내가 어느 쪽인지 가늠하는 방법은 의외로 단순합니다. 락토프리 우유를 마셨을 때 별 탈이 없었다면 원인은 유당 쪽일 가능성이 큽니다. 반대로 락토프리로 바꿔도 똑같이 불편했다면, 유당 말고 다른 이유를 찾아야 한다는 신호입니다.
증상이 반복되면 제품을 바꿀 일이 아닙니다
우유를 마신 뒤 불편한 이유가 유당 하나뿐인 것도 아닙니다. 우유 단백질 알레르기는 유당불내증과 아예 다른 문제입니다. 효소가 부족해서 생기는 일이 아니라 몸이 단백질을 이물질로 여겨 면역 반응을 일으키는 것이라, 우유 종류를 바꾸는 것으로 피해지지 않습니다. 두드러기나 호흡 곤란처럼 소화기 밖의 증상이 함께 온다면 그건 어떤 우유를 고를지의 문제가 아니라 진료로 확인할 문제입니다.
이 이야기에서 제일 눈여겨볼 대목은 A2 우유가 나쁘다는 게 아니라, 문구가 앞서 나가고 근거가 뒤따라오는 중이라는 점입니다. 일반 우유를 마셔도 아무렇지 않다면 굳이 다른 제품으로 바꿀 이유는 없습니다. 우유만 마시면 속이 불편하다면, 제품을 바꾸기 전에 그 원인이 유당인지 아닌지부터 가려보는 게 순서입니다.
참고
- 주간조선, 유럽식품안전청(EF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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