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기술로 짓는 첫 이지스급 구축함, KDDX 이야기입니다.
설계와 건조는 두 조선소가 나눠 맡았습니다. 자료 유출과 형평성 논란 끝에 나온, 전에 없던 배분이었습니다.
그런데 배의 두뇌와 눈에 해당하는 장비로 눈을 돌리면 그림이 달라집니다. 왜 여기서는 나뉘지 않았을까요.
3줄 요약
1. 한국형 차기 구축함의 핵심 장비는 한화 계열입니다
2. 전투체계·레이다는 한화시스템, 무장은 LIG넥스원
3. 쏠림이 실제 문제가 되는 건 6척 이후입니다
개념설계는 한화오션, 기본설계는 HD현대중공업이었습니다
함정을 만드는 사업은 개념설계, 기본설계, 상세설계, 건조 순서로 갑니다. 그동안은 큰 문제가 없으면 기본설계를 맡은 업체가 상세설계와 건조까지 그대로 이어받았습니다. 따로 경쟁을 붙이지 않고 그 업체와 바로 계약하는 방식입니다.
KDDX는 이 관례에서 벗어났습니다. 개념설계는 한화오션(옛 대우조선해양)이, 기본설계는 HD현대중공업이 맡은 상태에서, HD현대중공업 직원들이 과거 한화오션의 개념설계 자료를 빼돌린 사실이 드러나 유죄 판결을 받았습니다. 형평성 논란이 커지자 방위사업청은 관례였던 수의계약 대신 경쟁입찰로 방식을 바꿨습니다.
결과는 이례적이었습니다. 기본설계는 HD현대중공업이 유지했고, 상세설계와 첫 배 건조는 한화오션이 가져갔습니다. 한 척의 배를 두 회사가 나눠 그리는 그림입니다.
두뇌와 눈은 다시 한화로 모였습니다
설계와 건조가 갈렸다고 해서 사업 전체가 고르게 나뉜 것은 아닙니다. 함정을 지휘하는 전투체계와 적을 탐지·추적하는 다기능레이다는 모두 한화시스템 몫입니다. 전투체계는 센서가 모은 정보를 종합해 무기를 지휘하는 배의 두뇌이고, 다기능레이다는 그 눈에 해당합니다.
| 영역 | 담당 |
|---|---|
| 개념설계 | 한화오션 |
| 기본설계 | HD현대중공업 |
| 상세설계·선도함 건조 | 한화오션 |
| 전투체계·다기능레이다 | 한화시스템 |
| 소나·전자전장비·함대공유도탄-Ⅱ | LIG넥스원(LIG D&A) |
한화시스템은 2020년 국방과학연구소와 약 5400억원 규모로 이 두 장비의 개발 계약을 맺었습니다. 2029년까지 개발을 마쳐 KDDX 6척 전량에 싣는다는 계획입니다. 그동안 우리 이지스함이 미국산 전투체계에 기대 온 것을 생각하면, 두뇌와 눈을 국산으로 채운다는 사실만으로도 이 사업의 무게는 다릅니다.
여기에 상세설계와 선도함 건조를 맡은 한화오션까지 더하면, 선체부터 두뇌까지 KDDX의 상당 부분이 한화 계열 안에 놓입니다. 전부는 아닙니다. 적 잠수함을 찾아내는 소나체계, 적의 전자파 공격에 대응하는 함정용전자전장비-Ⅱ, 미국산 SM-2를 대체할 함대공유도탄-Ⅱ는 LIG넥스원(LIG D&A)이 맡고 있습니다.
업계에서 나오는 걱정은 6척 다음입니다. 전투체계는 배에 달린 모든 센서와 무기를 하나로 묶는 기준이 되는 장비라, 한번 특정 업체 방식으로 개발되면 나중에 다른 장비를 붙이거나 성능을 올릴 때도 그 기술에 맞춰야 합니다. KDDX는 6척으로 끝나는 사업이 아닙니다. 성능을 개량하고 후속함을 짓는 일이 이어지는데, 그때 다른 업체가 비집고 들어갈 자리가 좁아진다는 지적입니다.
다만 이 쏠림이 누가 의도해서 만든 그림은 아니라는 반론도 있습니다. 전투체계와 레이다는 군이 직접 계약해 조선소에 넘겨주는 장비라 공개입찰로 업체를 골랐고, 계약이 끝난 시점도 상세설계·건조 업체가 정해지기 훨씬 전이었다는 것입니다. 이 구조에서 제일 눈여겨볼 대목이 여기입니다. 규칙을 어긴 절차는 없는데 결과만 한쪽으로 기울었습니다.
배와 장비를 동시에 만듭니다
KDDX는 총사업비 7조8000억원을 들여 7000t급 구축함 6척을 짓는 사업입니다. 첫 배는 2032년 말 인도가 목표이고, 정부는 2036년까지 6척을 모두 실전에 배치할 계획입니다.
처음 써 보는 방식도 있습니다. 엔진의 회전력을 축에 그대로 걸어 프로펠러를 돌리던 기존 방식 대신, 발전기로 전기를 만들어 그 전기로 모터를 돌리는 통합전기추진체계입니다. 소음이 줄고 배 안에서 쓸 전력에 여유가 생기는 방식으로 꼽히지만, 국내 수상함에 올려 본 적은 아직 없습니다.
무기도 완성된 상태가 아닙니다. 함대공유도탄-Ⅱ는 설계를 확정하는 마지막 검토를 최근 통과했습니다. 도면은 굳었지만 실제 표적을 맞히는 시험은 남아 있고, 개발을 맡은 LIG D&A는 2030년 완료를 목표로 잡고 있습니다. 레이다와 전자전 장비도 아직 개발이 진행 중입니다.
보통 함정은 이미 성능이 확인된 장비를 얹어 짓습니다. KDDX는 배와 장비를 함께 개발합니다. 검증되지 않은 신기술이 여러 개 겹쳐 있다 보니, 한쪽 개발이 늦어지면 거기에 연결된 다른 체계는 물론 2032년 말 인도 일정까지 같이 밀립니다.
반대로 이 관문들을 일정 안에 통과하면 남는 것도 큽니다. 해군은 외국 기술에 기대지 않고 이지스함을 짓고 고치고 개량할 기반을 갖게 되고, 장비를 사들이고 정비를 맡기며 해외에 치르던 비용과 시간도 줄어듭니다. 설계를 누가 나눠 가졌느냐를 둘러싼 논쟁보다, 이 장비들이 하나씩 제 성능을 입증하는지가 KDDX를 가르는 진짜 변수입니다.
참고
- 딜사이트
태그 #한국형차기구축함 #KDDX #이지스구축함 #한화오션 #HD현대중공업 #한화시스템 #LIG넥스원 #방위사업청 #국산이지스함 #전투체계 #다기능레이다 #통합전기추진체계 #함대공유도탄 #해군전력 #방산업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