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 장관이 국회에서 자신의 탈영 의혹을 부인하며 이름 하나를 걸었습니다.
탈영한 사실이 있다면 자신이 한기호 의원의 아들이라고 한 겁니다.
한기호 의원은 다음 날 이 말을 그대로 돌려주며 응수했는데, 두 사람 사이에는 무슨 사실관계가 있었을까요.
3줄 요약
1. 탈영 의혹의 당사자는 한기호가 아니라 국방장관입니다
2. 정규 복무는 14개월, 기록은 22개월입니다
3. 말이 아니라 기록표 한 장이 답을 갖고 있습니다
8월 20일 국방위, 그리고 하루 뒤
8월 20일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개혁신당 천하람 의원이 안규백 국방부 장관에게 병적기록표 공개를 요구했습니다. 안 장관의 방위병(단기사병) 복무 기간을 둘러싼 탈영(군무이탈) 의혹을 확인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안 장관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 없다"며 의혹을 부인했습니다. 그러면서 "만약에 탈영, 이런 부분이 있다면 제가 한기호 의원 아들"이라고 말했습니다. 왜 하필 한기호 의원을 지목했는지 묻자, 안 장관은 "한 의원이 먼저 문제제기를 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정작 병적기록표는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천하람 의원이 기록에 '구금 30일'이라는 기재가 있는지 묻자, 안 장관은 "수사기관에서 수사하고 있어 말씀드릴 수 있는 게 제한적"이라며 확인도 부인도 하지 않았습니다. 주간경향 보도에 따르면, 안 장관은 이 병적기록표를 여당 의원이나 관계자에게조차 보여준 적이 없다고 답했습니다.
다음 날인 21일, 한기호 의원은 페이스북에 글을 올렸습니다. "졸지에 장관 아들을 한 명 입양하게 생겼다"며 "추호도 입양할 마음이 없는데 굳이 입양하겠다고 하니 받아들여야겠다"고 받아쳤습니다.
8개월이 더 긴 이유
의혹의 출발점은 숫자입니다. 안 장관이 복무한 방위병(단기사병)의 표준 복무 기간은 14개월인데, 그의 병적 기록에는 22개월로 남아 있습니다. 8개월이 더 깁니다. 이 8개월 중 일부가 안 장관이 성균관대에 복학해 학교를 다니던 기간과 겹친다는 점도 의혹의 근거로 제시돼 왔습니다.
안 장관의 설명은 이렇습니다. 1983년 11월 입대해 14개월을 채우고 1985년 1월 4일 제대했는데, 복무 중 어머니가 2~3주간 현역 병사들에게 점심을 무료로 제공한 일로 3일간 조사를 받았고, 이 3일이 복무 일수에서 빠지는 바람에 복학 뒤 여름방학 기간에 며칠을 추가로 복무했다는 겁니다. 그런데 이 추가 복무 시점이 병적기록에는 전역일(8월 31일)로 잡혀, 실제보다 복무기간이 부풀려진 것처럼 보이게 됐다는 주장입니다. 안 장관은 이를 "병무행정의 착오"라고 표현했습니다.
한기호가 되짚은 두 숫자
한기호 의원은 이 설명에 곧바로 두 가지를 짚었습니다. 국민의힘 소속으로 국방위원회에서 오래 활동해 온 그는 지난해 7월 안 장관 인사청문회 때 이 의혹을 처음 제기한 당사자이기도 합니다.
첫째는 '탈영'이라는 표현 자체입니다. 한 의원은 "당시 방위병에게는 탈영이라는 개념이 없었다"며 "매일 집에서 출근해 도장을 찍었고, 출근하지 않으면 공식 명칭은 '분실'이었다"고 주장했습니다. 안 장관이 스스로를 방어하며 쓴 단어부터 당시 제도와 맞지 않는다는 지적입니다.
둘째는 기록에 남은 날짜입니다. 한 의원은 "병적 카드에 '구금 30일'은 왜 기록돼 있느냐"고 물었습니다. 안 장관이 말한 3일 조사와는 다른 숫자입니다. 이어 "1985년 1월 14일이 소집해제일인데 병적기록 카드에는 8월 31일로 적힌 것은 분실 기간만큼 추가 근무를 했기 때문 아니냐"고 되물었습니다. 안 장관이 말한 제대일은 1월 4일, 한 의원이 말한 소집해제일은 1월 14일입니다. 두 사람이 말하는 날짜도, 8개월의 사유도 서로 어긋납니다. 어느 쪽이 맞는지는 이 발언들만으로는 확인되지 않습니다.
병무청은 왜 아직 안 고쳤나
기록에 오류가 있다면 왜 아직 정정되지 않았을까요. 천하람 의원의 질의에 홍소영 병무청장은 병적 기록을 고치는 경우가 "두 가지"라며, 그중 하나가 "본인이 잘못됐다고 요청하는 경우"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리고 안 장관에게서는 "정정 요청을 받은 적이 없다"고 답했습니다.
안 장관은 이날 "공직을 그만둔 뒤에 법적·행정적 절차를 밟아서 바로잡겠다"고 밝혔습니다. 뒤집어 말하면 지금까지는 그 절차를 시작하지 않았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천 의원이 "오류가 있다면 퇴임 이후가 아니라 지금 바로잡아야 하는 것 아니냐"고 지적한 지점이 여기입니다.
이 의혹은 사실 새로운 이야기가 아닙니다. 지난해 7월 인사청문회 때도 한기호 의원 등 국민의힘 의원들이 같은 문제를 제기했고, 안 장관은 그때도 공개를 거부했습니다. 잠잠하던 논란은 지난달 국민의힘 정점식 원내대표가 자료 공개를 재차 요구하고, 6월에는 한 시민단체 관계자가 안 장관을 국회증언감정법 위반 혐의로 고발하면서 다시 불거졌습니다.
이번 설전에서 눈여겨볼 대목은 '탈영이었나 아니었나' 그 자체가 아닙니다. 그 답을 갖고 있는 병적기록표 한 장이 청문회 이후 1년 넘게 공개되지 않았고, 그 사이 당사자는 오류라고 주장하면서도 정정을 신청하지 않았습니다. 구금 30일 기재 여부도, 22개월이 된 진짜 이유도 여전히 확인되지 않은 상태입니다. 이 논란을 지켜볼 기준은 누구의 말이 더 그럴듯한가가 아니라, 기록표가 공개되는가와 정정 절차가 시작되는가 두 가지입니다.
참고
- 한겨레, 문화일보, 강원도민일보, 청주일보, 매일신문, 국제신문, KBS 뉴스, 한국경제, 주간경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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