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경비원이 자신이 일하던 회사를 상대로 2억4000만원을 달라는 소송을 냈습니다.
계약서에 적힌 근무시간은 하루 4시간이었지만, 실제로는 그보다 훨씬 오래 일했다는 주장이었습니다.
법원은 이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왜 그랬을까요.
3줄 요약
1. 경비원이 건물에 살아도 근무는 아니라고 봤습니다
2. 계약은 하루 4시간, 청구액은 2억4139만원이었습니다
3. 근무시간은 말이 아니라 기록으로 증명해야 합니다
하루 4시간 계약, 1만5960시간 청구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45단독은 경비원 A씨가 회사를 상대로 낸 임금 청구 소송을 기각했습니다. A씨는 2017년 4월 서울 영등포구의 한 빌딩 경비를 맡기로 하고 근로계약을 맺었습니다. 오전 7시부터 9시까지, 오후 7시부터 9시까지 하루 4시간 건물을 열고 닫는 일을 하고 월급 121만원을 받는 조건이었습니다.
그런데 A씨는 2019년부터 2022년까지 자신이 경비를 보던 그 건물 2층의 한 호실에 보증금 300만원, 월세 47만원으로 세입자로 살았습니다. 2023년 퇴사한 뒤 A씨는 소송을 냈습니다. 회사 지시로 건물에 상주하며 휴일 없이 하루 12시간씩, 모두 1만5960시간을 초과 근무했다는 주장이었습니다. 시간당 1만5125원을 기준으로 계산한 금액이 2억4139만원입니다. 회사 쪽은 "A씨는 약정된 근로조건대로만 업무를 수행했고, 건물에 거주한 것은 근로계약상 업무와 무관하다"고 맞섰습니다.
| 항목 | 계약 내용 | A씨의 주장 |
|---|---|---|
| 하루 근무시간 | 4시간 | 12시간 |
| 금액 | 월급 121만원 | 청구액 2억4139만원 |
입주민 증언이 증거가 되지 못한 이유
재판부는 A씨가 그 건물에 세입자로 살았다는 사실 자체는 인정했습니다. 다만 상주했다는 것만으로 근로시간 외에도 계속 일을 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봤습니다. 거주와 근무는 다른 문제라는 것입니다.
주변 입주민들도 나섰습니다. 한 입주민은 "출퇴근 시 매일 A가 꾀죄죄해서 세수나 양치하며 업무 보조하는 것을 봤다"고 진술했습니다. 그런데 재판부는 이 입주민이 실제로 건물을 드나드는 시간이 오전 10시쯤, 오후 6~7시쯤이라는 점에 주목했습니다. 그 시간에 A씨를 봤다는 것만으로는 초과근로의 근거가 될 수 없다고 봤습니다.
같은 입주민은 "A씨가 하루 12시간씩 근무했다는 점을 A씨 본인과 관리소장으로부터 들었다"고 진술했고, 다른 입주민 3명도 사실확인서를 냈습니다. 재판부의 판단은 이랬습니다. 직접 확인한 사실이 아니라 전해 들은 내용에 불과하다, 사실확인서에도 구체적인 근무일시나 근무형태, 직접 확인 경위가 없이 추상적으로 서술돼 있다.
휴게시간이 근로시간이 되는 경우
법원은 근로계약서에 휴게시간으로 적혀 있어도, 근로자가 실질적으로 회사의 지휘·감독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쉴 수 없다면 그 시간을 근로시간으로 인정합니다. 경비직은 이 기준이 자주 시험대에 오르는 자리입니다. 독립된 휴게 공간 없이 경비실에서 대기하다 입주민 민원을 처리하거나 택배를 받거나 순찰을 실제로 돌았다면, 쉬는 시간에도 초소 불을 끄지 못하게 했거나 긴급상황 때 즉시 대기하라고 지시·교육받았다면 근로로 봅니다.
이번 사건은 기준에 못 미친 것이라기보다, 기준을 따질 재료가 없었던 쪽에 가깝습니다. 어느 날 몇 시부터 몇 시까지 무엇을 했는지 보여주는 자료가 나오지 않았고, 법원은 근무시간을 입증할 책임이 근로자에게 있다는 원칙을 다시 확인했습니다.
경비원이 실제로 맡는 일의 범위는 생각보다 넓습니다. 딜라이브뉴스 보도에서 한국경비원협회 중앙회 구영선 회장은 "경비원들의 역할이 우리 안전보안관의 역할을 하고 있다고 봅니다"라고 말했습니다. 같은 보도는 경비원을 단순한 시설 관리 인력이 아니라 범죄와 사고를 예방하는 전문 인력으로 봐야 한다는 지적을 전했습니다.
남겨야 하는 건 기억이 아니라 날짜와 시각입니다
한국경제 보도에 따르면 배동희 노무법인 하이랩 대표 노무사는 "근무시간임을 인정받으려면 평소 업무 지시 메시지나 출퇴근 기록, 구체적인 일일 업무일지 등 객관적인 타임라인 증거를 확보해 두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조언했습니다.
세 가지의 공통점은 언제가 함께 남는다는 데 있습니다. 관리소장이 전화로 "오늘 밤에도 좀 봐달라"고 했다면 그 통화는 사라집니다. 같은 부탁을 문자나 메신저로 받아 두면 날짜와 시각이 붙습니다. 카드키 출입기록, 근무일지에 적어 둔 순찰 시각, 민원을 처리하고 남긴 메모도 마찬가지입니다. 반대로 "늘 그맘때까지 있었다"는 동료의 기억은 이번 판결이 보여준 대로 그 자체로는 힘이 약합니다.
더 나은 자리는 계약서를 쓰는 단계입니다. 한국경제는 휴게시간과 대기시간의 구분이 불분명한 경비 업종을 중심으로 분쟁이 확산하는 모양새라며, 근로시간과 근무 형태를 명확하게 정해 놓는 계약이 중요하다는 전문가 조언을 함께 전했습니다. 몇 시부터 몇 시까지가 근무인지, 그사이 자리를 비워도 되는지, 밤에 연락이 오면 나가야 하는지. 이 세 가지가 적혀 있으면 나중에 다툴 거리가 크게 줄어듭니다. 이미 다툼이 시작된 상황이라면 노무사 같은 전문가에게 개별 확인을 받는 편이 안전합니다.
이번 판결은 A씨가 일을 적게 했다고 말한 것이 아닙니다. 그가 무엇을 했는지 법정에서 보여줄 방법이 없었다고 말한 쪽에 가깝습니다. 지금 하는 일이 계약서 밖으로 자주 넘어간다면, 오늘 저녁 근무부터 시각을 적어 두는 편이 낫습니다.
참고
- 한국경제, 딜라이브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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