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색이 짙었습니다. 6회가 끝날 때까지 롯데 자이언츠는 키움 히어로즈에 0-8로 끌려가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7회말, 단 한 이닝에 13점이 났습니다. 최종 스코어는 15-10, 롯데의 역전승이었습니다.
12년째 감독을 맡고 있는 김태형 감독조차 다음 날 헛웃음을 지으며 "이렇게 한 이닝에 뒤집은 경기는 처음인 것 같네"라고 말했습니다. 그 한 이닝에 무슨 일이 있었을까요.
3줄 요약
1. 롯데가 0-8을 15-10으로 뒤집었습니다
2. 7회에만 13득점, 역대 이닝 최다 공동 2위
3. 승부처는 대타를 안 쓴 2아웃이었습니다
7회 무사 만루, 그리고 만루홈런
경기 초반은 일방적이었습니다. 롯데 선발 비슬리가 1회 데이비슨에게 투런포, 2회 추재현에게 3점포를 맞으며 6이닝 동안 10안타(2피홈런) 8실점으로 무너졌습니다. 반대편에서는 키움 선발 전준표가 6회까지 롯데 타선을 한 점도 주지 않고 막았습니다.
7회말이 되어서야 실마리가 풀렸습니다. 무사 만루에서 황성빈의 2타점 2루타와 레이예스의 적시타로 3-8, 이어 한동희가 개인 통산 다섯 번째 만루홈런을 좌중월로 넘기며 7-8까지 좁혔습니다.
여기까지는 흔히 보는 추격전입니다. 8점 차가 1점 차가 됐지만, 아웃카운트는 이미 2개가 쌓여 있었습니다. 승부가 갈린 건 그다음이었습니다.
1아웃이었으면 바꿨을 타석
전민재와 장두성의 우전안타로 2사 1, 2루. 타석에는 포수 손성빈이 들어섰습니다.
김태형 감독은 이 순간 대타를 쓸까 오래 고민했다고 털어놨습니다. 마운드의 키움 원종현은 팔을 옆으로 뉘어 던지는 사이드암 투수인데, 손성빈이 그동안 이 유형의 공에 약했기 때문입니다. "손성빈이 사이드암 투수 공을 잘 못 쳤더라. 그래서 대타를 쓸까 고민을 많이 했다"는 것이 감독의 말입니다.
판단을 바꾼 건 아웃카운트였습니다. "만약 1아웃이었으면 바꿨을 것이지만 2아웃이라서 그냥 내보냈다"고 김 감독은 설명했습니다. 계산은 이랬습니다. 1점 차이니 여기서 못 치더라도 뒤에 오는 타순의 타격감이 좋아 다음 이닝에 따라갈 여지가 있다. 반면 대타를 쓰면 포수 자리에 어린 선수를 대신 세워야 하는데, 그러고도 결과가 나쁘면 남은 이닝 내내 손실을 떠안는다.
이번 승부에서 제일 눈여겨볼 대목이 여기입니다. 대타 기용은 한 타석의 확률을 조금 올리는 대신 그 뒤 두세 이닝의 수비를 저당 잡히는 선택입니다. 아웃카운트 하나 차이로 그 저울이 기울었습니다.
손성빈은 원종현과 10구까지 가는 승부 끝에 좌중간 2타점 2루타를 쳤습니다. 9-8, 이 한 타석으로 승패가 뒤집혔습니다. 이후 나승엽의 적시타, 레이예스의 2타점 2루타, 한동희의 추가 적시타가 이어지며 13-8까지 벌어졌고, 8회말 손성빈의 투런포가 쐐기를 박았습니다.
쫓아가는 역전과 뒤집는 역전은 다릅니다
김태형 감독에게 대량 득점 추격전 자체가 낯선 것은 아닙니다. 그가 직접 떠올린 비교 대상은 2024년 6월 25일 KIA전이었습니다. 당시 롯데는 1-14까지 끌려가다 15-14로 뒤집었지만, 결국 연장 12회 끝에 15-15 무승부로 경기를 마쳤습니다.
"재작년에 KIA를 쫓아만 가고 이기진 못했는데, 이렇게 한 방에 뒤집은 경기는 처음"이라는 말은 그래서 나왔습니다. 여러 이닝에 걸쳐 조금씩 쫓아가는 역전은 상대 투수가 흔들릴 때마다 점수를 나눠 받는 것입니다. 한 이닝에 뒤집는 역전은 다릅니다. 상대의 실투와 볼넷과 실책이 한 번의 공격 안에 전부 겹쳐야 합니다.
18명이 타석에 들어섰습니다
이날 7회 13득점은 KBO 한 이닝 최다 득점 역대 공동 2위이자 구단 신기록입니다. 역대 1위는 2019년 4월 7일 한화가 사직에서 롯데를 상대로 3회에 기록한 16득점입니다. 두 기록 모두 같은 구장에서 나왔고, 한쪽은 롯데가 당하고 한쪽은 롯데가 만들었습니다.
한 이닝에 두 자릿수 득점이 나오려면 안타만으로는 안 됩니다. 이날 롯데의 7회에는 안타 11개와 볼넷 3개, 상대 실책 1개가 한꺼번에 몰렸고, 그 결과 한 이닝에만 18명의 타자가 타석에 들어섰습니다. 한 바퀴로는 부족해 타순이 두 번 돌았다는 뜻입니다.
경기 후 김 감독은 공을 선수들에게 돌렸습니다. "7회초까지 8점 차로 뒤지던 상황에서도 선수들이 집중력을 잃지 않고 끝까지 경기에 임해준 덕분"이라는 것입니다. 큰 점수 차로 지고 있는 와중에도 자리를 지키며 응원해 준 팬들에게 감사하다는 말도 잊지 않았습니다.
이번 승리로 롯데는 2연승을 달리며 47승 57패 2무가 됐습니다. 경기 하나가 시즌 전체를 바꾸지는 않습니다. 그래도 8점 차로 지고 있는 7회에 감독이 주전을 뺄지 말지 저울질하는 그 순간이, 가끔은 이런 스코어보드로 돌아온다는 것만은 기록에 남았습니다.
참고
- 스포츠경향, OS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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