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현대의 18세 김예건이 곧 유럽으로 떠납니다.
행선지는 프리미어리그도 분데스리가도 아닙니다. 세르비아의 츠르베나 즈베즈다, 국내 팬에게는 낯선 이름입니다.
빅리그 구단들도 그를 원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왜 이 팀일까요.
3줄 요약
1. 18세 김예건이 빅리그 대신 세르비아를 골랐습니다
2. 빅리그는 2군·임대, 즈베즈다는 곧바로 1군입니다
3. 확정 여부는 메디컬 결과를 보고 판단하면 됩니다
합의는 됐지만, 메디컬이 남았습니다
복수의 이적시장 관계자는 21일 전북과 즈베즈다 사이의 구단 간 합의, 그리고 선수 개인 합의까지 끝났다고 전했습니다. 스포츠조선 보도에 따르면 김예건은 수일 안에 세르비아로 출국해 이적 절차를 마무리할 것으로 보입니다. 세르비아 매체 모차르트 스포츠도 같은 날 즈베즈다가 김예건을 상당 기간 지켜봐 왔다고 전했습니다.
다만 아직 끝난 이야기는 아닙니다. 메디컬 테스트를 비롯한 공식 절차가 남아 있고, 세부 조건 조율도 마무리돼야 합니다. 여기서 문제가 생기지 않아야 이적이 성사됩니다. 이적이 완료되면 김예건은 황인범, 설영우에 이어 즈베즈다에서 뛰는 세 번째 한국 선수가 됩니다.
김예건의 이번 시즌 K리그1 기록은 8경기 1골입니다. 지난달 4일 강원전에서 데뷔했고, 두 번째 경기였던 울산과의 '현대가더비'에서 중거리 슛으로 데뷔골을 넣었습니다. 16일 부천전에서는 처음 선발로 나섰습니다. 3월 준프로 계약을 맺었던 그는 지난달 정식 프로 계약으로 전환했는데, 전북 구단 역사상 첫 고교생 프로 계약이었습니다. 프로 데뷔에서 유럽행 이야기까지, 두 달이 채 걸리지 않았습니다.
사실 유럽은 처음 나온 이야기가 아닙니다. 어릴 때부터 축구 신동으로 불린 그는 초등학생 시절 이미 네덜란드 페예노르트 유스팀 입단을 앞뒀지만, 출국 직전 코로나19로 무산됐습니다. 그 뒤 전북 유스에 들어가 전주영생고 3학년이 됐고, 6년쯤 미뤄졌던 이야기가 이번에 다시 돌아온 셈입니다.
양민혁, 윤도영이 먼저 겪은 것
김예건에게는 프리미어리그를 비롯한 유럽 빅리그 구단들도 관심을 보였다고 합니다. 리그 수준만 놓고 보면 세르비아는 그보다 아래입니다.
갈림길은 출전 시간이었습니다. 최근 잉글랜드로 직행한 양민혁, 윤도영 같은 유망주들은 1군에 자리 잡지 못하고 임대를 전전하고 있습니다. 큰 무대에 일찍 가더라도 경기에 나서지 못하면 성장은 오히려 늦어집니다. 열여덟 살에게 2군에서 보내는 한 시즌은 결코 짧지 않습니다.
반대 경우도 있습니다. 김민재는 유럽 주변부로 분류되던 리그에서 먼저 실력을 증명한 뒤 더 큰 무대로 올라갔습니다. 김예건 측이 택한 것은 후자의 길입니다.
황인범은 여기서 포르투까지 갔습니다
즈베즈다는 국내 축구팬에게 낯선 팀이 아닙니다. 2023년 황인범을 데려왔고, 이듬해에는 울산에서 뛰던 설영우를 영입했습니다. 둘 다 곧바로 주전을 꿰찼습니다. 황인범은 여러 일이 겹쳐 경력이 꼬였던 시기에 즈베즈다에서 반전의 계기를 만들었고, 시즌 최우수선수까지 받은 뒤 네덜란드 페예노르트를 거쳐 지금은 포르투갈 포르투에서 뛰고 있습니다. 설영우 역시 즈베즈다의 주전 측면 수비수로 자리 잡았습니다.
독일 대표 출신인 마르코 마린 기술이사가 김예건 측 설득에 직접 나섰는데, 그가 든 근거가 바로 이 두 선수였습니다. 우리 팀에 오면 두각을 나타내기 쉽다는 이야기입니다. 황인범 덕분에 설영우가 수월하게 적응했듯, 먼저 와 있는 선배의 존재도 계산에 들어갔습니다. 열여덟 살에게 말이 통하는 선배가 라커룸에 있다는 건 전술 이상의 문제입니다.
즈베즈다는 세르비아에서 독보적인 1강이고, 매 시즌 유럽클럽대항전에 나섭니다. 유럽 첫 팀으로는 우승과 큰 경기를 함께 겪을 수 있는 자리입니다.
2군도 유소년팀도 아닙니다
즈베즈다가 김예건 측에 약속한 것은 1군 스쿼드 합류입니다. 유소년팀도 2군도 아닙니다. 미래가 아니라 지금 기량만 봐도 1군에서 싸울 자격이 있다고 보고, 측면과 중앙 등 2선 어느 자리에 쓸지 복안까지 이야기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여기까지 약속하지 않았다면 굳이 세르비아를 택할 이유가 없었습니다.
즈베즈다 쪽 계산도 분명합니다. 현지 보도는 즈베즈다가 김예건을 지금 팀 전술에 맞는 자원으로 보는 동시에, 나중에 상당한 이적료 수익을 남길 선수로도 보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선수는 뛸 자리를 보고, 구단은 되팔 때의 값을 봅니다. 두 계산이 겹친 지점에 이번 이적이 있습니다.
전북은 잃는 쪽입니다. 후반기 들어 조커 자원으로 요긴하게 쓰던 선수가 빠집니다. 즈베즈다가 이적료를 지불하는 조건으로 알려졌지만, 액수는 공개되지 않았습니다. 2~3년 더 데리고 있었다면 더 큰 금액을 받았을 수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구단은 보내주기로 했습니다.
이번 이적에서 정말 눈여겨볼 숫자는 이적료가 아니라 출전 시간입니다. 김예건이 즈베즈다에서 몇 분을 뛰는지가, 빅리그를 거른 이 선택에 대한 답이 됩니다. 그 답은 이적이 확정되고 몇 달이 지나야 나옵니다.
참고
- 머니투데이, 풋볼리스트, 스포츠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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