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니뇨'라는 단어가 검색어 상위권에 올랐습니다.
태평양 한가운데 바닷물이 뜨거워지고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미국 해양대기청은 이번 엘니뇨가 '매우 강한' 수준으로 발달할 확률을 90% 넘게 내다봤습니다.
바다 이야기가 왜 우리 가을 저수지와 밥상 걱정으로 이어지는 걸까요.
3줄 요약
1. 엘니뇨는 적도 태평양 수온이 오르는 현상입니다
2. 전국 저수율 45.9%, 평년은 68%입니다
3. 9월 비가 얼마나 오는지가 갈림길입니다
90%와 69%는 서로 다른 질문의 답입니다
엘니뇨는 적도 태평양 중부·동부 해역, 이른바 '니뇨 3.4' 구역의 수온이 평년보다 높아지는 자연 현상입니다. 몇 년을 주기로 반복돼온 기후 변동이지, 지구온난화 때문에 새로 생긴 현상은 아닙니다. 다만 이미 뜨거워진 지구 위에 강한 엘니뇨가 겹치면 온난화 효과가 한층 크게 나타날 수 있습니다.
숫자 두 개가 나란히 돌아다니는데, 답하는 질문이 다릅니다. '매우 강한 수준까지 발달하느냐'는 90% 이상입니다. '1950년 이후 최고 기록을 넘어서느냐'는 69%입니다. 뒤쪽은 10~12월 세 달 평균 지수가 기존 최고치를 넘을 확률이라, 훨씬 까다로운 조건입니다.
수온 숫자도 재는 기간이 다릅니다. 니뇨 3.4 해역의 7월 월평균 수온 편차는 평년보다 1.4도 높았습니다. 서울경제 보도에 따르면 이달 17일 하루 관측치는 평년 대비 2.7도까지 벌어졌습니다. 하루치가 월평균보다 높게 나오는 건 흔한 일이라, 두 숫자를 그대로 이어 붙여 '한 달 만에 두 배'로 읽으면 안 됩니다.
세기를 재는 지표로는 상대해양니뇨지수를 씁니다. 5~7월 기준으로 지금은 1도 수준인데, 과거 초강력 엘니뇨 세 차례의 최고치는 2.3~2.4도였습니다. 아직 격차가 있다는 뜻입니다. '역대 최강 확정'이라고 말할 단계는 아닙니다.
전국 저수율은 평년의 3분의 2 수준입니다
한국농어촌공사 자료를 보면 이렇습니다.
| 지역 | 현재 저수율 | 평년 |
|---|---|---|
| 전국 | 45.9% | 68% |
| 경남 | 51.6% | 69.2% |
| 전북 | 33.8% | 절반 이하 |
경남은 최근 내린 비 덕분에 저수율이 닷새 만에 32.2%에서 크게 올랐습니다. 반면 전북은 광복절 연휴에도 하락세를 유지했습니다. 가뭄 '심각' 단계가 남아 있는 곳은 김제시와 정읍시입니다.
여기에 변수 하나가 더 얹힙니다. 우리나라는 보통 9~10월에 북쪽에서 내려온 찬 공기와 북태평양고기압이 만나 한 차례 비가 내립니다. 일부 학계에서 '가을 장마'라고 부르는 비입니다. 그런데 엘니뇨가 발생한 해에는 이 9월 강수가 줄어드는 경향이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기상청이 지난달 내놓은 8~10월 전망에서 9월 강수량이 평년보다 적을 확률은 40%, 비슷할 확률 40%, 많을 확률 20%였습니다. 적은 쪽에 조금 더 무게가 실려 있을 뿐, 확정이 아닙니다. 다음 3개월 전망은 8월 24일에 나옵니다.
쌀 수출가가 이미 움직였습니다
한국 밥상은 태평양 건너 곡물 시장과도 연결돼 있습니다. 엘니뇨 우려가 커지자 아시아 쌀 수출가가 상승세를 보였습니다.
| 산지 | 이번 주 | 전주 |
|---|---|---|
| 베트남(5% 파쇄미) | 톤당 435~455달러 | 톤당 430~450달러 |
| 태국(5% 도정미) | 톤당 450~455달러 | 톤당 435~455달러 |
| 인도(파보일드) | 톤당 362~368달러 | 톤당 358~364달러 |
인도 쌀 수출가는 거의 1년 만에 최고치입니다. 태국에서는 말레이시아와 필리핀이 엘니뇨에 대비해 수입을 늘리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다만 여기서 한 가지는 구분해야 합니다. 오른 것은 수출가이고, 베트남 국내 쌀값은 대부분 보합이었습니다. 수출 시장의 불안 심리가 먼저 반영된 것이지, 산지에서 쌀이 모자라기 시작했다는 신호로 보기는 이릅니다.
남미는 지역별로 상황이 엇갈립니다. 아르헨티나·파라과이·우루과이와 브라질 남부는 비가 늘어 오히려 곡물 생육에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반대로 브라질 북부는 가뭄으로 아마존 강 수위가 낮아지면 내륙 수운이 막혀 수출 물류에 차질이 생길 수 있습니다. 실제로 아르헨티나에서는 이례적인 겨울비 탓에 옥수수 수확이 지연되고 있습니다.
세계식량계획(WFP)은 강한 엘니뇨가 취약 지역을 흔들 경우, 45개국에서 2027년 말까지 급성 식량불안 인구가 지금보다 약 4900만 명 늘어날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전 세계 인구 이야기가 아니라, 이미 위태로운 나라들의 이야기입니다.
태풍이 더 직접적인 변수일 수 있습니다
한국이 당장 몸으로 느낄 대목은 오히려 태풍 쪽입니다. 영국의 기상예보업체 TSR은 엘니뇨가 강해지면 태풍의 발생과 발달이 함께 촉진된다며, 올해 6~11월에 강력한 태풍 13개가 만들어질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평년치 9.3개보다 3개 이상 많습니다. 저수율이 낮은 상태에서 비가 몰아서 내리는 상황은 해갈이 아니라 피해가 되기 쉽습니다.
그렇다고 강한 엘니뇨가 반드시 한국의 흉작이나 물가 급등으로 이어진다는 공식은 없습니다. 세계기상기구는 엘니뇨의 영향이 강도와 지속 기간, 다른 기후 변동과의 결합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고 설명합니다. 언론이 즐겨 쓰는 '슈퍼 엘니뇨'라는 말도 공식 분류 용어는 아닙니다.
지금 확인할 수 있는 건 두 가지입니다. 태평양 수온이 실제로 얼마나 더 오르는지, 그리고 9월에 비가 얼마나 내리는지입니다. 8월 24일 나올 기상청 전망이 이번 가을을 가늠할 첫 갈림길이 될 것 같습니다.
참고
- 서울경제, 아시아투데이, OBC 뉴스, ESG경제, 한돈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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