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소방관들이 경남으로 모였습니다.
불을 끄기 위해서가 아닙니다. 논과 밭에 물을 대기 위해서입니다.
물탱크차만으로는 부족해 군 차량까지 나섰습니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3줄 요약
1. 소방관이 불 대신 가뭄과 싸우고 있습니다
2. 경남 저수율 31.6%, 평년은 70.4%였습니다
3. 비가 와도 저수율은 곧장 오르지 않습니다
저수지가 아니라 논밭에 직접 물을 뿌립니다
지난 8월 12일, 경상남도에 국가소방동원령이 내려졌습니다. 큰 재난이 났을 때 소방청장이 전국 소방력을 한곳으로 모으는 조치입니다. 불이 아니라 가뭄 때문에 이 명령이 내려진 건 흔치 않은 일입니다.
특이한 점은 물을 대는 방식입니다. 물탱크차가 저수지를 채우는 게 아니라, 말라버린 논과 밭에 직접 물을 뿌립니다. 당장 시들어가는 농작물을 살리기 위한 응급조치인 셈입니다.
그래서 물을 아무리 실어 날라도 저수지 수위는 올라가지 않습니다. 경남 전체 저수율이 날마다 조금씩 떨어지고 있는 이유입니다. 급한 불은 끄지만 바닥은 그대로인 구조입니다.
31.6% 대 70.4%
8월 15일 기준 경남 18개 시·군의 평균 농업용수 저수율은 31.6%입니다. 예년 이맘때는 70.4%였습니다. 절반에도 못 미칩니다.
농업용수 가뭄은 30년 평균 저수율과 비교해 네 단계로 나뉩니다.
| 단계 | 저수율 기준 | 해당 시·군 |
|---|---|---|
| 심각 | 40% 이하 | 밀양·거제·함안·의령·창녕 |
| 경계 | 50% 이하 | 창원·진주·통영 등 9곳 |
| 주의 | 60% 이하 | 사천·남해·거창 |
| 관심 | 70% 이하 | 함양 |
표를 보면 빈칸이 없습니다. 경남 18개 시·군 전부가 어느 한 단계에는 걸려 있다는 뜻입니다. 심각 단계 5곳에는 물탱크차가 각 20대씩 배치됐습니다.
밥상에는 시차를 두고 옵니다
이번 가뭄에서 독자가 실제로 체감하게 될 지점은 여기입니다. 경남도 집계로 2,834헥타르(축구장 약 4,000개 넓이)의 농경지에 피해가 났습니다. 하루 만에 72헥타르가 늘어난 수치입니다.
피해 작물이 무엇인지가 중요합니다. 벼, 그리고 단감·배·사과 같은 과수, 콩·깨·고추 같은 밭작물입니다. 잎이 마르고, 과실이 갈라지고 터지는 열과 피해가 났습니다.
과수와 밭작물은 지금 피해를 입어도 값에 반영되는 건 수확기입니다. 단감과 배는 추석 무렵, 고추와 깨는 가을 이후입니다. 지금 마트 가격이 그대로라고 해서 이번 가뭄이 지나간 게 아니라는 뜻입니다. 경남은 단감 주산지이기도 합니다. 올가을 과일값이 왜 이러냐는 이야기가 나온다면, 그 시작점 중 하나가 이번 8월입니다.
물 실을 수 있는 차는 다 나왔습니다
전국 12개 소방본부에서 온 물탱크차 100대, 경남·창원소방본부 물탱크차 59대가 나흘째 물을 나르고 있습니다. 15일부터는 육·해·공군과 해병대 차량 102대가 합류했습니다. 육군 39사단이 13일부터 자체 차량으로 지원해 오던 것이, 전국 군부대 차량이 붙으면서 규모가 커진 것입니다.
여기서 그치지 않았습니다. 김해시와 의령군에서는 산불진화차량까지 급수에 동원됐고, 지역 건설업체의 살수차도 논밭에 물을 뿌리고 있습니다. 물을 실을 수 있는 차량이라면 종류를 가리지 않고 끌어모으는 상황입니다.
12일부터 14일까지 사흘간 실어 나른 물은 2만 6,233톤. 소방차 한 대가 몇 번을 왕복해야 하는 양인지 가늠하기 어려운 규모입니다.
비가 온 다음이 진짜입니다
15일 오후부터 하동군과 남해군을 시작으로 비가 내리기 시작해 17일 오전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보됐습니다. 예상 강수량은 50~150mm, 해안가와 지리산 부근은 200mm 이상입니다.
다만 비가 왔다고 가뭄이 끝난 건 아닙니다. 지금 급수 방식이 저수지가 아니라 논밭 직접 살수라, 빗물이 저수지로 흘러들어 다시 채워지기까지는 시간이 걸립니다. 이미 말라 죽은 작물이 되살아나지도 않습니다.
그래서 이번 비의 효과를 보려면 비가 그친 며칠 뒤의 저수율을 봐야 합니다. 31.6%라는 숫자가 얼마나 올라오는지가 답입니다. 40%를 넘어서면 심각 단계에서는 벗어나는 것이고, 30%대에 머문다면 물탱크차는 계속 달려야 합니다.
기사 제목의 강수량보다 며칠 뒤의 저수율 한 줄이 더 정확합니다. 이번 주말 뉴스에서 그 숫자를 한 번 찾아보시면 좋겠습니다.
참고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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