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전에서 다듬은 미사일이 결국 어디를 향하는가

2026년 8월 24일 · 한국

우크라이나가 한국에 방공망을 지원해 달라고 요청했습니다.

유럽에서 벌어지는 전쟁인데, 왜 한국에 손을 내밀까요. 우크라이나가 내세운 근거는 러시아 땅에 있는 북한군 규모와, 그 전쟁터에서 발사되는 북한산 미사일입니다.

여기서 한국이 눈여겨볼 대목은 병력 숫자가 아니라 따로 있습니다.

3줄 요약
1. 북한 미사일 오차가 1년 새 크게 줄었습니다
2. 수백 미터에서 지금은 100m 안입니다
3. 파병 규모보다 이 숫자가 더 중요합니다

오차 수백 미터에서 100m 안으로

북한은 2023년 말부터 KN-23, KN-24 계열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러시아에 공급해 왔습니다. 이 미사일이 실제 전쟁터에서 얼마나 정확해졌는지가 문제입니다.

정병주 서강대 육군력 연구소 선임연구원은 "2024년에는 오차가 수백 미터를 넘었는데, 지금은 100m 안으로 낙탄되고 있다"고 설명합니다. 1년 사이에 벌어진 변화입니다.

실전은 무기를 검증하는 가장 확실한 시험대입니다. 시험장에서 쏘는 것과 실제로 요격을 뚫고 목표물을 맞히는 것은 다릅니다. 어디가 어긋났는지 확인하고 고쳐서 다시 쏘는 일을, 북한은 지금 남의 전쟁에서 하고 있습니다. 개량한 미사일을 실전에서 시험한다면 그 자체가 한국 안보에 위협이 된다는 것이 정 연구원의 지적입니다.

우크라이나 측은 지난 11일 자포리자 지역에 떨어진 탄도미사일이 북한산 KN-23이었고 다수의 사상자가 발생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우크라이나 정보당국은 또 북한이 90명 규모의 미사일 부대를 탄도미사일 40기와 함께 러시아 보로네시주에 배치하기 시작했으며, 앞으로 최대 120발까지 운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습니다. 지난 6일과 12일 북한이 쏜 탄도미사일이 러시아에 공급할 물량의 개량 시험과 관련 있다는 관측도 나옵니다. 북한은 이 발사들에 대해 이례적으로 관련 보도를 내놓지 않고 있습니다.

3만이냐 5만이냐보다 중요한 것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북한이 러시아의 전쟁 수행을 돕기 위해 병력을 최대 5만 명까지 늘리기로 했다고 주장했습니다. 도이체벨레(DW) 보도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군사정보국은 이 병력이 오는 11월 말까지 쿠르스크, 브랸스크, 벨고로드 등 러시아 서부 국경 지역에 배치될 수 있다고 봅니다. 북한군이 후방과 국경을 지키면 러시아군은 그만큼 최전선에 병력을 더 넣을 수 있습니다.

러시아와 북한은 2024년 상호 방위조약을 맺었고, 파병은 그 뒤부터 본격화됐습니다. 지금까지 보낸 병력은 1만4000~1만5000명 수준이고, 공병과 건설 인력 6000명을 추가로 보내기로 합의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한국 정보당국은 이 중 6000명가량이 죽거나 다친 것으로 추정합니다. 포탄과 탄도미사일도 수백만 발 규모로 넘어갔다는 것이 한국과 우크라이나 당국의 판단입니다.

다만 5만 명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습니다. 군사 전문기자 출신인 유용원 국민의힘 의원은 "3만에서 5만 명은 초기에 파견된 2만 명보다 훨씬 큰 규모"라면서도 "실제로 이뤄질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병력 이동으로 확인된 사실이 아니라 우크라이나 정보당국의 전망이라는 뜻입니다. 북한군 출신인 안찬일 세계북한연구센터 소장은 추가 병력에 정찰과 매복에 능한 특수작전군이 포함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습니다.

숫자는 앞으로도 계속 바뀔 것입니다. 그런데 3만이든 5만이든, 돌아오는 병사들이 드론전과 포병 운용 경험을 북한군 전체에 퍼뜨린다는 사실은 달라지지 않습니다.

한국이 쉽게 답하지 못하는 이유

젤렌스키 대통령은 지난 9일 현지 방송 인터뷰에서 "부족한 방공 시스템 분야에서 한국의 지원을 받고 싶다"며 드론 분야 협력도 제안했습니다. 한국 외교부는 이튿날 "방산물자 제공은 국내법과 정책을 준수하는 가운데 이뤄져 왔다"고 답했습니다. 살상무기는 직접 지원하지 않는다는 기존 원칙을 그대로 두겠다는 뜻입니다. 5만 명 배치 주장에 대해서도 "확인할 수 없다"고 했습니다.

우크라이나 쪽 반응은 날카로웠습니다. 2020년부터 2024년까지 외무장관을 지낸 쿨레바 전 장관은 지난 11일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서, 전날 밤 키이우에 떨어진 러시아 탄도미사일을 언급하며 "한국의 신이 그들을 심판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KBS 보도에 따르면 그는 북한이 상당한 양의 미사일을 러시아에 가져왔다고도 주장했습니다.

한국이 선뜻 나서지 못하는 데는 재고 사정도 있습니다. 뉴욕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미국은 이란과의 충돌에서 패트리엇 요격미사일을 1500발 넘게 썼고, 이를 채우는 데 2년가량 걸릴 전망입니다. 이 과정에서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에 있던 요격미사일 수백 발이 중동으로 옮겨졌다는 우려도 나왔습니다. 우리가 쓸 방패도 넉넉하지 않다는 이야기입니다. 정병주 선임연구원은 "북한군이 1000명이든 5만 명이든, 병력 규모와 무관하게 한국이 쓸 수 있는 지원 옵션은 많지 않다"고 짚었습니다.

우크라이나가 내미는 것은 요청만이 아닙니다. 그들은 북한 미사일의 비행 궤적과 명중률, 요격 가능성, 북한군의 실제 전투 방식에 관한 자료를 전장에서 직접 쌓았습니다. 유지훈 한국국방연구원 연구위원은 젤렌스키 대통령의 발언을 그 정보를 한국과 공유할 수 있다는 신호로 해석합니다.

파병 규모는 앞으로도 숫자가 오르내릴 것입니다. 그러나 100m 안으로 좁혀진 오차는 이미 일어난 일이고, 되돌아가지 않습니다. 뉴스에서 확인할 것은 몇 명이 갔느냐가 아니라, 그 미사일이 다음에 어디서 시험되느냐입니다.

참고

  • 동아일보, KBS 뉴스, 다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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