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한국에 공대공미사일 103기를 파는 방안을 승인했습니다.
두 달 전에도 다른 미사일 70기가 승인됐으니, 올해 들어 벌써 두 번째입니다.
103기면 넉넉해 보입니다. 그런데 이 미사일이 실제로 쓰인 전쟁을 들여다보면 이야기가 좀 달라집니다.
3줄 요약
1. 미국이 한국에 공대공미사일 103기 판매를 승인했습니다
2. 6월 70기 4053억원, 이번엔 103기 1735억원입니다
3. 요격 미사일은 비축품이 아니라 소모품입니다
두 달 만에 또, 이번엔 103기
미 국무부는 지난 21일(현지시간) 한국에 AIM-9X 사이드와인더 블록Ⅱ 공대공미사일 103기를 파는 방안을 잠정 승인했다고 밝혔습니다. 예상 비용은 1억2500만 달러, 우리 돈으로 약 1735억원입니다. 국무부는 한국의 방공 능력을 넓히고, 역내에서 도발을 억제하며, 미군 무기와 함께 운용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이 판매의 목적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다만 이 금액은 확정된 것이 아닙니다. 미 의회 심사와 양국 협상을 거치면서 실제 수량과 금액은 달라질 수 있습니다.
눈에 띄는 건 두 달 전에도 같은 일이 있었다는 점입니다. 지난 6월에는 중거리 공대공미사일 AIM-120C-8 암람 70기 판매가 승인됐고, 그때 예상 비용은 2억9200만 달러, 약 4053억원이었습니다.
사흘 만에 800발, 4년 동안은 600발
이런 구매가 이어지는 데에는 최근 전쟁이 남긴 장면이 있습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지난 3월 기자회견에서 이란전쟁이 터진 직후 단 사흘 만에 패트리엇 800발 이상이 쓰였다고 말했습니다. 우크라이나 측에 따르면 자국이 4년 넘는 전면전 동안 받은 패트리엇은 전부 합쳐 600발이었습니다. 사흘 치가 4년 치보다 많았던 겁니다.
미국 싱크탱크 CSIS도 지난달 비슷한 진단을 내놨습니다. 이란전쟁 이후 미국의 패트리엇과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재고가 전쟁 전의 35~40% 수준으로 줄었다고 추정했습니다.
값싼 자폭드론과 낮게 나는 순항미사일을 한꺼번에 띄워 상대의 요격 미사일부터 바닥내는 방식이 최근 전쟁에서 반복되고 있습니다. 요격 미사일은 창고에 쟁여 두는 물건이 아니라 며칠 만에 사라질 수 있는 소모품이라는 이야기입니다.
슈퍼호넷 한 대에 미사일 9기를 달았습니다
미군은 이미 이 문제에 부딪혔습니다. 2024년 홍해에서 후티 반군의 드론 물량공세를 맞은 미 해군은 F/A-18E/F 슈퍼호넷 한 대에 AIM-9X 4기와 AIM-120 5기, 그러니까 공대공미사일을 최대 9기까지 매다는 구성을 급하게 도입했습니다. 한 번 뜰 때 잡을 수 있는 표적 수를 늘리려면 결국 실어 나갈 미사일 자체가 더 있어야 했다는 뜻입니다.
한반도 쪽 상황도 비슷한 방향을 가리킵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난 6월 탄도·순항미사일 생산능력을 5년 안에 지금의 2.5배로 늘리라고 지시했고, 2024년 11월에는 자폭드론 대량생산을 명령했습니다. 지난 5월에는 AI 유도 기능을 적용했다는 전술순항미사일을 공개하며 전방 부대에 배치하겠다고도 했습니다. 한국 공군이 같은 달 실사격 훈련에서 순항미사일과 무인기를 표적으로 삼아 AIM-9X를 쏴 본 것도 이런 흐름 위에 있습니다.
노르웨이 300기, 벨기에 578기
비축을 늘리는 건 한국만이 아닙니다. 2025년 미 국무부가 판매를 승인한 다른 나라들의 물량은 이렇습니다.
| 국가 | 기종 | 수량 |
|---|---|---|
| 노르웨이 | AIM-9X 계열 | 300기 |
| 덴마크 | AIM-9X 계열 | 340기 |
| 벨기에 | AIM-9X 계열 | 최대 578기 |
| 일본 | AIM-120 계열 | 최대 1,200기 |
| 사우디아라비아 | AIM-120 계열 | 1,000기 |
이 표를 놓고 보면 이번 103기가 어느 정도 규모인지 감이 잡힙니다. 만드는 쪽도 바빠졌습니다. 미국은 지난 2월 RTX와 암람 연간 생산량을 1900기까지 끌어올리는 최대 7년짜리 기본협약을 맺었고, 지난 1월에는 패트리엇 PAC-3와 사드의 생산 능력을 각각 3배와 4배로 확대하는 기본협약도 발표했습니다.
"100발이 수시간 안에 소진될 수 있다"
한 방산업계 관계자는 중앙일보 보도에서 "AIM-9X 블록Ⅱ는 대량 공습 상황에서는 100발이 수시간 안에도 소진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게다가 미사일은 영구 보관품이 아니어서, 노후된 미사일을 제때 바꾸면서 전시에 쓸 물량까지 따로 채워 놓아야 한다는 게 이 관계자의 설명입니다.
이번 승인이 실제 계약으로 언제 이어질지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습니다. 의회 심사와 협상이라는 절차가 남아 있기 때문입니다. 다음에 비슷한 소식을 접하시면 수량 하나만 볼 게 아니라, 위 표의 다른 나라 물량과 한 번 견줘 보시면 좋겠습니다.
참고
- 머니투데이, 중앙일보, 키이우인디펜던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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