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튬 배터리 화재를 막으려다, 대리기사들의 새벽 귀갓길이 막혔습니다

2026년 8월 24일 · 한국

지하철에 전동킥보드나 전동휠을 들고 탈 수 없습니다.

이 규정 하나 때문에 밤새 일을 마치고 도로를 달려 집에 가는 사람들이 생겼습니다.

손님 차를 목적지까지 몰아준 뒤, 자기 차 없이 귀가해야 하는 대리운전 기사들입니다.

3줄 요약
1. 도시철도는 전동킥보드류를 전면 금지했습니다
2. 집까지 2시간 가까이 도로를 달립니다
3. 심야 예외를 둘지는 정해지지 않았습니다

화재 우려로 시작된 반입 금지

대구교통공사에 따르면 대구 도시철도는 올해 4월 6일부터 개인형 이동장치(PM) 휴대를 금지했습니다. 전동킥보드와 전동휠에 들어가는 리튬이온 배터리가 화재로 번질 경우 대형 사고가 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입니다. 지난달부터는 전국 주요 도시철도에서도 같은 조치가 잇따랐습니다.

취지 자체는 이해할 만합니다. 문제는 이 장치를 생계 수단으로 쓰는 사람들이 있다는 점입니다. 대리기사는 손님 차를 목적지까지 몰아준 뒤, 다음 콜이 있는 곳이나 집으로 혼자 이동해야 합니다. 그때 주로 쓰는 수단 중 하나가 전동킥보드와 전동휠입니다.

만촌네거리에서 강창역까지

대구와 경산을 오가며 대리운전을 하는 50대 A씨는 최근 전동킥보드를 처분할지 고민 중입니다. 손님이 있는 곳까지 빠르게 가려면 킥보드가 필요한데, 지하철에 들고 탈 수 없어 귀갓길이 막막해졌기 때문입니다.

매일신문 보도에 따르면 A씨는 새벽 첫 지하철을 타려다 킥보드 때문에 탑승하지 못했습니다. 결국 만촌네거리에서 집이 있는 강창역까지 차량들과 함께 도로를 달렸고, 귀가에만 2시간 가까이 걸렸습니다. 대구 시내를 동쪽 끝에서 서쪽 끝까지 가로지른 셈입니다. 밤샘 근무로 피로가 쌓인 상태에서 신경이 바짝 쓰였다고 그는 말했습니다.

전동휠을 타는 50대 B씨의 사정도 다르지 않습니다. 대구 중심지에서 한참 떨어진 왜관에서 손님을 내려준 뒤 대경선 열차에 오르지 못해, 집까지 국도를 달릴 수밖에 없었다고 했습니다.

상황이전지금
귀가 수단지하철+킥보드도로 직접 주행
귀가 시간열차 시간대로2시간 가까이
도로 상황차량과 섞여 달림

새벽 도로는 속도를 지키지 않습니다

44세 대리기사 C씨의 설명은 이렇습니다. 새벽에는 도로가 비어 있다 보니 차량들이 제한속도(시속 60~80㎞)를 지키는 경우가 잘 없습니다. 가장자리에 바짝 붙어 달려도 화물차 같은 큰 차가 옆을 지나가면 바람에 몸이 휘청거릴 정도라고 합니다. 술이 덜 깬 운전자가 있을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사실상 목숨을 걸고 집에 가는 기분이라는 게 그의 표현입니다.

여기서 중요한 건 개인의 담력 문제가 아니라는 점입니다. 킥보드와 전동휠에는 운전자를 보호할 장치가 없습니다. 차량과 부딪히면 곧바로 큰 인명피해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게다가 이 주행은 밤샘 근무가 끝난 직후에 이뤄집니다. 판단이 가장 느려진 시간에, 가장 위험한 조건으로 달리는 구조입니다.

셔틀은 있지만, 한 번에 5천 원

대안으로 거론되는 게 대리기사를 실어 나르는 사설 셔틀차량입니다. 다만 한 번 타는 데 5천 원가량이 듭니다. 콜 수수료를 떼고 남는 하루 수입에서 이 비용을 매번 감당하기는 부담스럽다는 게 현장의 목소리입니다. 금지 조치가 안전을 지키는 대신 비용을 개인에게 넘긴 모양새가 된 겁니다.

전동휠체어는 되는데, 왜 킥보드는 안 될까

기사들 사이에서도 화재 예방이라는 취지에는 공감하는 분위기입니다. 다만 이용객이 적은 시간대만이라도 예외를 두자는 의견이 나옵니다. 근거는 이미 있습니다. 같은 리튬이온 배터리를 쓰는 전동휠체어교통약자 이동권 보장을 이유로 반입이 허용되고 있습니다. 배터리가 같은데 한쪽만 열려 있다면, 기준은 배터리가 아니라 그 이동이 얼마나 필요한가로 이미 갈리고 있다는 뜻입니다.

홍정열 계명대 교통공학과 교수는 교통 정책이 형평성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며, 승객이 적은 시간대에 PM 반입을 탄력적으로 허용하는 방안이 실질적 도움이 될지, 실제 수요는 얼마나 되는지부터 면밀히 파악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아직 어느 도시철도도 이런 예외를 도입하지 않았고, 탄력 허용 여부는 정해지지 않았습니다.

이 논의가 어디로 갈지 판단하려면 볼 것은 세 가지입니다. 첫째, 심야 시간대 반입 수요가 실제로 집계되는지. 둘째, 배터리 용량이나 인증 여부 같은 기기 기준으로 허용선이 그어지는지, 아니면 시간대로 그어지는지. 셋째, 셔틀 비용을 업계나 지자체가 나눠 지는 방안이 나오는지입니다. 이 중 어느 것도 움직이지 않는다면, 새벽 국도를 달리는 사람은 그대로 남습니다.

참고

  • 매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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