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제목에는 670억 원이라고 적혀 있습니다.
그런데 계약서를 뜯어보면 그 안이 둘로 나뉘어 있습니다.
축구 이적료는 왜 늘 이런 모양일까요.
3줄 요약
1. 이강인이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와 5년 계약했습니다.
2. 기본 3,500만 유로에 옵션 500만이 붙습니다.
3. 670억은 조건을 다 채웠을 때의 최대치입니다.
정해진 것부터
MBC 보도에 따르면 이강인 선수는 7월 25일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입단이 공식 발표됐습니다. 파리 생제르맹을 떠나 3년 만에 스페인으로 돌아왔고, 계약은 2031년 6월 30일까지 5년, 등번호는 7번입니다.
경북도민일보는 이적료를 기본 3,500만 유로에 옵션 500만 유로를 더한 최대 4,000만 유로, 우리 돈 약 670억 원으로 전했습니다.
기본과 옵션은 다른 돈입니다
"670억"이라는 헤드라인에서 잘려 나가는 대목이 여기입니다.
기본 이적료는 계약과 동시에 확정되는 금액입니다. 실제로는 몇 년에 나눠 보내는 경우가 많지만, 받기로 한 액수 자체는 정해져 있습니다.
옵션은 조건부입니다. 출전 경기 수, 우승, 대회 진출 같은 조건을 붙여 두고 달성했을 때만 지급합니다. 조건을 못 채우면 그 돈은 오가지 않습니다.
그래서 이적료 기사에서 "옵션 포함"이라는 다섯 글자를 보면, 그 숫자는 상한선이라고 읽는 편이 정확합니다.
파는 쪽은 총액이 커 보이는 편을 좋아하고, 사는 쪽은 실제 지출을 미루고 싶어 합니다. 옵션은 두 이해가 만나는 자리라서 요즘 큰 이적에는 거의 다 붙습니다.
계약이 왜 하필 5년일까
5년이라는 기간에도 이유가 있습니다. 여기서부터가 회계 이야기입니다.
구단은 이적료를 낸 해에 전부 비용으로 털지 않습니다. 계약 기간으로 나눠 매년 조금씩 장부에 올립니다. 4,000만 유로를 5년으로 나누면 한 해에 800만 유로가 됩니다.
기간을 길게 쓸수록 한 해 장부상 비용이 줄어듭니다. 실제로 몇 년 전 첼시가 이 방식을 밀어붙였습니다. 스포츠경향 보도를 보면 8,900만 파운드에 영입한 선수의 계약을 8년 6개월로 써서 연간 비용을 1,100만 파운드 수준으로 낮췄습니다.
유럽축구연맹은 여기에 제동을 걸었습니다. 2023년부터 회계상 나눠 담을 수 있는 기간을 최대 5년으로 제한했습니다.
그래서 요즘 큰 계약이 5년으로 자주 맺어집니다. 우연이 아니라 규정에 맞춘 숫자입니다.
스페인에만 있는 한 줄
스페인 리그 계약서에는 다른 리그에 없는 조항이 반드시 들어갑니다. 방출 조항, 흔히 말하는 바이아웃입니다.
시작은 축구가 아니라 노동법입니다. 스페인 근로자법은 모든 근로자에게 직장을 떠날 권리를 보장하는데, 프로 선수도 근로자라서 구단이 붙잡아 둘 수만은 없습니다. 대신 계약서에 액수를 적어 두고, 그 돈을 내면 나갈 수 있게 했습니다.
재미있는 건 누가 내느냐입니다. 구단끼리 주고받는 이적료와 달리 이 돈은 선수 본인이 리그 사무국에 냅니다. 실제로 미드필더 로드리는 7,000만 유로를 직접 내고 아틀레티코를 떠나 맨체스터 시티로 갔습니다.
그러니 스페인 클럽 소속 선수 기사에 억 소리 나는 금액이 나오면, 그게 이적료인지 방출 조항 금액인지부터 보셔야 합니다. 둘은 성격이 완전히 다릅니다.
5%는 다른 곳으로 갑니다
이적료 전액이 파는 구단으로 가지도 않습니다.
국제축구연맹 규정에는 연대기여금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국제 이적이 성사되면 이적료의 5%를 떼어, 그 선수를 만 12세에서 23세 사이에 키운 클럽들에 머문 기간만큼 나눠 줍니다.
유소년 팀이 선수를 길러 놓고 아무것도 못 받는 일을 막자는 취지입니다. 12세부터 16세까지의 기간은 그 뒤 기간의 절반으로 계산합니다.
작은 클럽 입장에서는 이 5%가 운영비의 큰 부분이 되기도 합니다.
한국 선수 이적료 순위
경북도민일보가 정리한 기준으로 놓으면 이렇습니다.
| 선수 | 이적 | 금액 |
|---|---|---|
| 김민재 | 나폴리 → 바이에른 뮌헨 (2023) | 5,000만 유로 |
| 이강인 | PSG → 아틀레티코 (2026) | 4,000만 유로 |
| 손흥민 | 함부르크 → 토트넘 (2015) | 3,000만 유로 |
이번 이적으로 스페인 3대 클럽 1군에서 뛰는 첫 한국 선수가 됐습니다.
이적 기사를 볼 때 세 가지만 갈라 두면 숫자가 훨씬 정확하게 읽힙니다. 기본이냐 옵션 포함이냐, 이적료냐 방출 조항이냐, 그리고 계약 기간이 몇 년이냐.
계약 기간은 선수의 각오보다 회계 규정을 더 자주 반영합니다.
670억은 조건이 다 채워졌을 때의 숫자입니다. 지금 오간 돈은 그보다 적습니다.
이적료 원자료는 트랜스퍼마르크트 선수 페이지에서 확인하는 편이 빠릅니다. 이적 이력이 기본 금액과 옵션, 계약 만료일까지 한 줄씩 정리돼 있어서, 기사 제목의 총액과 대조해 보면 어디가 잘려 나갔는지 바로 보입니다.
참고자료
- MBC 이강인, AT 마드리드 공식 입단…5년 계약·등번호 7번
- 경북도민일보 이강인, AT마드리드로 이적 확정…이적료 670억
- 스포츠경향 UEFA, 첼시 장기 계약 '이적료 할부' 꼼수에 철퇴
- LaLiga Business School What is a release clause?
- LawInSport A legal guide to solidarity payments in football under the FIFA Regulations
이적 조건과 금액은 위 보도를, 방출 조항과 연대기여금 규정은 라리가·국제축구연맹 관련 자료를 따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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