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인이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유니폼을 입고 처음 선발로 나섰습니다.
전반 35분 만에 교체됐고, 공을 만진 횟수는 아홉 번이었습니다.
그런데 경기가 끝난 뒤 스페인 매체들이 앞다퉈 그의 이름을 꺼냈습니다. 무엇을 본 걸까요.
3줄 요약
1. 이강인이 마르세유전에서 첫 선발로 35분 뛰었습니다
2. 볼 터치 9번, 패스는 6번 모두 성공했습니다
3. 출전 시간보다 장면 하나가 평가를 갈랐습니다
마르세유 원정, 5-3-2의 최전방
8월 15일(한국시각)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는 프랑스 마르세유의 오렌지 벨로드롬에서 올랭피크 마르세유와 프리시즌 마지막 친선경기를 치렀습니다. 전반 22분 먼저 실점했지만 전반 막판 로드리고 멘도사가 동점골을 넣었고, 후반 33분 교체 투입된 카를로스 마르틴이 역전골을 넣어 2-1로 이겼습니다.
이 경기에서 이강인은 아틀레티코 이적 후 처음으로 선발 명단에 올랐습니다. 지난 9일 서울에서 열린 맨체스터 시티전에 교체로 데뷔한 지 엿새 만입니다. 디에고 시메오네 감독은 5-3-2를 꺼내 들었고, 이강인은 아데몰라 루크먼과 함께 최전방에 섰습니다. 등번호는 앙투안 그리즈만이 달던 7번입니다.
다만 정통 스트라이커처럼 골문 앞에 머물지는 않았습니다. 중원과 측면을 오가는 사실상 자유 역할이었는데, 맨체스터 시티전에서 잠깐 보였던 모습과 비슷했습니다. 시메오네 감독은 전반 35분 이강인과 알레한드로 그리말도, 줄리아노 시메오네를 한꺼번에 불러들였습니다. 닷새 뒤 라리가 개막전을 앞두고 체력을 아끼는 차원이었습니다.
9번의 터치, 그중 하나
축구 통계 매체 풋몹 집계로 이날 이강인의 볼 터치는 9번, 패스는 6번 시도해 6번 모두 성공했습니다. 공을 많이 만지지 못했다는 뜻입니다. 그런데도 스페인 매체가 그를 앞세운 건, 몇 안 되는 터치 가운데 하나가 이 경기에서 가장 위협적인 장면이었기 때문입니다.
전반 8분, 하프라인 부근에서 공을 잡은 이강인은 상대 압박을 벗겨낸 뒤 왼발로 수비 사이를 갈랐습니다. 침투하던 루크먼이 골키퍼와 단둘이 마주했고, 슈팅은 골대를 강타했습니다. 판정은 몇 센티미터 차이의 오프사이드였습니다. 기록지에는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는 얘기입니다. 전반 30분을 넘겨 비슷한 패스를 한 번 더 찔러 넣었지만, 이번엔 루크먼의 터치가 빗나갔습니다.
현지 매체 아스는 "이강인이 공을 잡으면 무언가 일어난다는 걸 증명했다"고 했고, 문도 데포르티보는 "패스 자체는 액자에 넣어도 될 만큼 훌륭했다"고 적었습니다.
패스 성공률 100%라는 숫자만 보면 완벽해 보이지만, 여섯 번 가운데 여섯 번이라 표본이 작습니다. 짧게 뛰고 들어간 선수의 성공률은 원래 잘 떨어지지 않습니다. 이날 눈여겨볼 만한 건 9와 6이라는 숫자가 아니라 기록에 남지 않은 그 한 장면입니다. 출전 시간이나 터치 수보다 장면 하나가 평가를 더 크게 흔든 셈입니다.
최전방은 원래 그의 자리가 아닙니다
이강인이 맨 앞에 선 데는 사정이 있습니다. 주전 공격수 알렉산더 쇠를로트가 부상으로 빠졌고, 훌리안 알바레스는 이적 문제로 구단과 갈등을 겪고 있습니다. 여러 자리를 소화하는 이강인에게 감독이 당장 공격수 자리를 맡긴 배경입니다. 바꿔 말하면 지금의 포지션이 계속 그의 자리라고 보기는 이릅니다.
경쟁자도 있습니다. 2001년생 아르나우 오르티스는 지난 시즌 3부리그에서 23골을 넣어 득점왕에 올랐고, 구단이 1군 선수로 발표한 자원입니다. 이번 마르세유전에서는 결정적인 기회를 세 차례 만들었고 카를로스 마르틴의 역전골까지 도왔습니다. 아스는 그를 두고 "잔류할 만한 충분한 활약을 보여주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최전방과 측면을 오가는 움직임이 이강인과 겹칩니다. 구단의 신뢰와 감독의 기용 의지를 보면 당장 입지가 흔들릴 상황은 아니지만, 새 포지션 적응이 길어진다면 얘기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닷새 뒤 개막전
8월 20일(한국시각) 말라가와의 라리가 개막전이 열렸습니다. 아틀레티코는 2-0으로 이겼고, 이강인은 후반 70분에 골을 넣었습니다. 프리시즌에 35분 동안 보여준 장면이 정규 시즌 첫 경기에서 곧바로 결과로 이어진 셈입니다.
한 경기로 시즌 전체를 말할 수는 없습니다. 다음에 볼 대목은 그가 계속 최전방에 서는지, 아니면 원래 자리인 2선으로 내려오는지입니다. 그 자리를 시메오네 감독이 어떻게 정하느냐가 이강인이 그라운드에 서는 시간을 결정합니다.
참고
- 스포츠조선, OSEN, 머니투데이, Asports뉴스, 연합뉴스TV, 한겨레, 레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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