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구마모토 지진 소식이 열흘째 이어지고 있습니다.
체육관 맨바닥에 이불을 깔고 지내는 대피소 사진이 계속 올라옵니다. 넓은 체육관에 선풍기 세 대라는 이야기까지 나왔습니다.
그 사진을 보다 보면 막히는 질문이 하나 있습니다. 우리 동네 대피소는 어디죠.
3줄 요약
1. 대피소는 재난 종류마다 다른 곳입니다.
2. 지진은 운동장, 공습은 지하로 갑니다.
3. 안전디딤돌 앱에서 오늘 확인해 두세요.
먼저, 찾는 법
안전디딤돌이라는 앱이 있습니다. 행정안전부가 만든 재난안전 앱입니다.
앱을 열고 시설 정보에서 대피소 항목을 고른 뒤 현재 위치로 조회하면 주변 대피소가 지도에 뜹니다. 지진 옥외대피장소, 민방위 대피시설, 병원과 약국까지 같이 나옵니다.
웹으로는 국민재난안전포털에서 볼 수 있습니다. 올해 이 포털이 국민안전24로 개편됐습니다. 주소는 safekorea.go.kr 그대로고, 흩어져 있던 행동요령·안전지도·안전신문고가 한 곳으로 합쳐졌습니다.
여기까지가 방법이고, 진짜 함정은 다음입니다.
대피소라는 한 단어에 네댓 가지가 들어 있습니다
"대피소"는 하나가 아닙니다. 재난 종류마다 가야 할 곳이 다릅니다.
뉴시스 보도에 따르면 2024년 1월 기준 전국 대피소는 4만 3,445곳인데, 이게 한 덩어리가 아닙니다. 민방위 대피소 1만 7,483곳, 이재민 임시주거시설 1만 5,110곳, 산사태 취약지역 대피소 9,298곳, 화학사고 대피소 1,554곳으로 나뉩니다. 소관 부처도 행정안전부, 산림청, 환경부로 갈립니다.
당시 행안부 관계자도 국민들이 활용에 혼란을 느낀다고 말했습니다. 위급할 때 재난 종류별로 대피 장소를 골라 찾는 건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지적이 함께 나왔고요.
우리가 떠올리는 그 지하는 공습용입니다
가장 수가 많은 민방위 대피소부터 봅시다. 지하철역, 아파트 지하주차장, 대형 건물 지하. 흰 바탕에 파란 표지판이 붙어 있는 그곳입니다.
이건 공습을 상정한 시설입니다. 위에서 뭔가 떨어질 때 두꺼운 콘크리트와 흙을 머리 위에 두려는 것이니 지하일수록 좋습니다.
지진은 정반대입니다.
지진은 밖으로, 넓은 데로
지진 때 위험한 것은 하늘에서 오는 게 아니라 건물 그 자체입니다. 무너지는 벽, 떨어지는 간판과 유리. 그러니 건물에서 멀어져야 합니다.
그래서 지진 옥외대피장소는 학교 운동장, 공원, 공터처럼 머리 위에 아무것도 없는 곳으로 지정돼 있습니다. 지하로 내려가는 것과 방향이 완전히 반대죠.
흔들리는 동안에는 움직이지 말고 탁자 밑에서 몸을 보호하다가, 흔들림이 멈춘 뒤 밖으로 나가 이 옥외 장소로 이동하는 순서입니다.
집에 돌아갈 수 없을 만큼 피해가 크면 그때 가는 곳이 또 다릅니다. 며칠 이상 머무는 곳은 이재민 임시주거시설이고, 보통 학교 체육관이나 마을회관입니다. 일본 뉴스에 나오는 그 체육관이 이 종류입니다.
더위를 피하는 곳은 따로 있습니다
이번에 일본에서 문제가 된 것도 결국 더위였습니다. 지진을 피해 나온 사람들이 냉방 없는 체육관과 차 안에서 버티다 온열질환자가 속출했습니다.
우리에게는 이 목적의 시설이 처음부터 따로 있습니다. 무더위쉼터입니다. 경로당, 주민센터, 도서관, 은행 지점처럼 냉방이 되는 공간을 지자체가 지정해 여름 동안 개방합니다. 행정안전부가 올여름 운영 실태를 점검한 곳만 전국 9만 3,000여 곳이라고 뉴스핌이 전했습니다.
이것도 안전디딤돌 앱에서 위치가 검색됩니다. 재난이 아니어도 오늘 당장 쓸 수 있는 정보입니다.
한 번 나왔으면, 다시 들어가지 않습니다
이번 일본 지진에서 가장 아프게 남은 장면이 이것입니다.
일본 보도에 따르면 구마모토의 한 쇼핑몰 매장에서 일하던 20대 직원이 지진 직후 밖으로 대피했다가, 매출금을 금고에 넣으라는 회사 지시를 받고 건물로 되돌아갔습니다. 주변에서 말렸지만 들어갔고, 약 5분 뒤 가스 폭발이 일어났습니다. 지진으로 가스관이 파손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해당 쇼핑몰의 재난 대응 매뉴얼에도 지진 뒤 건물 안전이 확인되기 전에는 누구도 매장으로 복귀해서는 안 된다고 적혀 있었다고 합니다.
큰 흔들림 뒤에는 여진이 옵니다. 첫 흔들림에 금이 간 구조물이 두 번째에 무너지고, 끊어진 가스관에서는 계속 가스가 샙니다. 한 번 대피했다면 안전 확인 전까지 들어가지 않는 것이 원칙인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지갑도, 서류도, 매출금도 그 원칙 앞에서는 뒤입니다.
오늘 5분이면 되는 것
앱을 깔고 세 가지만 봐두세요.
집에서 가장 가까운 옥외대피장소. 지진이 나면 갈 곳입니다. 걸어서 몇 분인지까지 보면 더 좋습니다.
집 근처 민방위 대피소. 공습경보 때 갈 곳입니다. 지진용과 다른 곳이라는 걸 눈으로 확인해 두는 게 핵심입니다.
가족이 만날 자리 하나. 재난 때는 통신이 잘 끊깁니다. 안전디딤돌의 국민행동요령은 통신이 끊겨도 볼 수 있게 돼 있지만, 서로 어디서 만날지는 앱이 정해주지 않습니다.
오늘 5분이 그때의 5분을 대신합니다
대피소를 찾는 일은 어렵지 않습니다. 앱 하나에 다 들어 있습니다.
어려운 건 급할 때 그걸 찾는 일입니다. 오늘 5분이 그때의 5분을 대신합니다.
참고자료
- 국민안전24 스마트폰 앱(안전디딤돌)으로 비상시 대피소 찾기
- 행정안전부 안전디딤돌 앱 안내
- 행정안전부 각종 재난·안전정보, '국민안전24' 한 곳에서
- 뉴시스 어딘지도 모르는데 종류도 제각각…행안부 "대피소 공동활용 추진"
- 서울시 우리동네 대피소는 어디? '안전디딤돌' 앱에서 확인하세요
- KBS “아기 울까봐 차에서” “선풍기 3대밖에”…열악한 일본 지진 대피소 상황
- 머니투데이 지진 대피했는데 "금고에 돈 넣어라"…20대 직원 가스폭발 참변
- 뉴스핌 행안부, 전국 무더위쉼터 9만3000여 곳 점검
- 문화일보 “금고에 돈 넣으래” 대피했다 재진입 사망
대피소 수치는 2024년 1월 보도 기준이며, 지역별 최신 지정 현황은 안전디딤돌 앱과 국민안전24에서 확인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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