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웃 하나를 잡는 데 보통 공 서너 개가 듭니다.
8월 1일 수원에서는 공 하나로 아웃 세 개가 나왔습니다. 삼중살입니다.
1982년 이후 88번뿐인 장면인데, 무엇이 겹쳐야 이게 나올까요.
3줄 요약
1. 8월 1일 한화-KT전에서 삼중살이 나왔습니다.
2. 1982년 이후 88번째, 올해는 두 번째입니다.
3. 무사에 주자 둘 이상, 그때만 가능합니다.
8월 1일 수원, 5회초
한화 이글스가 KT 위즈에 4-7로 뒤지고 있던 5회초였습니다.
이원석이 중전 안타로 나가고 요나단 페라자가 볼넷을 골라 무사 1·2루가 됐습니다. 타석에는 한지윤이 들어섰습니다.
볼카운트 2볼-0스트라이크. KT 선발 배제성이 던진 3구째 슬라이더를 한지윤이 받아쳤는데, 타구가 3루수 허경민 정면으로 갔습니다.
여기서부터가 순식간입니다. 허경민이 공을 잡고 3루 베이스를 밟습니다. 2루 주자 이원석 아웃. 곧바로 2루수 김상수에게 던집니다. 1루 주자 페라자 아웃. 김상수가 다시 1루로 던지고, 1루수 오윤석이 받습니다. 타자 한지윤까지 아웃.
공 하나에 아웃 세 개. 이닝이 그대로 끝났습니다.
아웃 세 개를 잡으려면 먼저 무사여야 합니다
당연한 말 같지만 첫 번째 조건입니다. 아웃카운트가 하나라도 차 있으면 세 개를 채울 자리가 없습니다.
둘째, 주자가 최소 두 명 있어야 합니다. 타자까지 셋은 돼야 아웃 세 개가 나옵니다.
셋째가 진짜 관문입니다. 그 주자들을 쫓아가서 태그하지 않고 잡을 수 있어야 합니다.
야구에는 포스 아웃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뒤에서 주자가 밀고 들어오면 앞 주자는 다음 베이스로 반드시 가야 하고, 이때는 야수가 베이스를 밟기만 해도 아웃입니다. 몸에 공을 대지 않아도 됩니다.
1루가 비어 있으면 안 됩니다. 2루 주자는 3루로 갈 의무가 없어 쫓아가 태그해야 하는데, 그 사이에 시간이 흘러 세 번째 아웃까지 닿지 못합니다.
그래서 땅볼 삼중살은 사실상 무사 1·2루나 무사 만루에서만 나옵니다. 그 상황이야 드물지 않습니다. 거기서 아웃 세 개까지 이어지는 일이 드뭅니다.
5-4-3
야구 기록에서 수비 위치에는 번호가 붙습니다. 투수 1, 포수 2, 1루수 3, 2루수 4, 3루수 5, 유격수 6, 외야는 좌익수부터 7·8·9.
이번 삼중살을 기록으로 적으면 5-4-3입니다. 3루수에서 2루수로, 2루수에서 1루수로. 땅볼 삼중살에서 가장 흔한 형태입니다.
여기서 하나 눈여겨볼 것이 있습니다. 마지막에 1루 송구가 있었다는 점입니다.
타구가 뜬 채로 잡혔다면 그 순간 타자는 이미 아웃입니다. 1루로 던질 이유가 없습니다. 1루 송구로 타자를 잡았다는 건 그 공이 노바운드로 잡히지 않았다는 뜻입니다. 기록 세 글자에 타구의 성질까지 들어 있습니다.
뜬공 삼중살은 정반대로 만들어집니다
땅볼 삼중살은 주자가 가만히 있어도 나옵니다. 포스 상태라 물러날 곳이 없기 때문입니다.
뜬공 삼중살은 반대로 주자가 뛰어야 나옵니다.
라인드라이브가 야수 글러브에 그대로 꽂히면 타자는 그 자리에서 아웃입니다. 주자들은 이미 안타라고 보고 출발한 뒤입니다. 뜬공이 잡히면 원래 베이스를 다시 밟아야 하는데, 뛰어나간 거리만큼 돌아갈 시간이 없습니다. 야수는 베이스로 던지기만 하면 됩니다.
잘 맞은 타구일수록 위험한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주자가 자신 있게 출발하니까요.
이 형태의 극단이 무보살 삼중살입니다. 한 야수가 도움 없이 혼자 세 개를 잡는 것인데, KBO에서는 딱 한 번 나왔습니다. 2007년 6월 13일 대구, KIA 2루수 손지환이 삼성 박진만의 직선타를 잡고 2루 베이스를 밟은 뒤 2루 근처까지 나와 있던 1루 주자 심정수를 태그했습니다. 혼자서 셋입니다.
88번이 어느 정도인가
이번이 KBO 통산 88번째, 올 시즌 두 번째였습니다.
올해 첫 번째는 5월 6일 대구에서 키움 내야진이 잡아냈습니다. 삼성이 무사 만루 기회를 만든 직후였고, 진행 순서는 이번과 같은 3루수-2루수-1루수였습니다.
그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2025년 9월 11일 광주 KIA-롯데전입니다. 여덟 달 가까이 한 번도 안 나왔다는 뜻입니다.
1982년 출범 이후 44년 동안 88번이면 한 해 평균 두 번입니다. 올해는 8월 초에 이미 그 평균을 채웠습니다.
여기서 제일 눈에 걸리는 게 하나 있습니다. 올해 나온 두 번을 삼성과 한화가 한 번씩 겪었습니다.
못해서 나오는 장면이 아닙니다
경기 뒤 한화 김경문 감독은 "그렇게 진기한 장면이 나올 줄 알았겠나. 야구가 그렇다"고 말했다고 OSEN이 전했습니다. 공을 던진 배제성도 허경민이 잡는 순간 아웃 두 개까지만 생각했다고 스타뉴스에 밝혔습니다.
삼중살은 누가 못해서 나오는 장면이 아닙니다. 아웃이 하나도 없고, 주자가 둘 이상이고, 타구가 하필 야수 정면으로 가고, 내야가 한 박자도 늦지 않을 때만 나옵니다.
1982년 이후 88번이라는 숫자는 그 조건이 한꺼번에 맞아떨어진 횟수입니다.
참고자료
- 이투데이 KT 내야진, 한화 추격 끊은 삼중살…시즌 2호·통산 88호
- KBS 뉴스 진격의 5연승 kt, 한화 꺾고 76일 만에 1위 탈환
- 스타뉴스 "네가 알아서 해봐" 기적의 삼중살 비하인드
- OSEN "그런 진기한 장면이 나올 줄은…" 김경문 감독 반응은
- 스타뉴스 삼성, 무사 만루 기회서 충격의 삼중살…시즌 첫 삼중살
- 위키백과 무보살 삼중살
경기 진행과 기록 순번은 위 보도를, 2007년 무보살 삼중살은 위키백과 기록을 참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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